카카오 남궁훈 대표의 본질 비껴간 '최저임금 공약'
입력 22.02.14 07:00
취재노트
  • 위기의 카카오가 내놓은 해결책은 '최저임금 공약'이었다. 카카오 신임 최고경영자(CEO) 내정자인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10일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제 연봉과 인센티브 지급을 일체 보류, 법정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주주 원성부터 일단 잠재우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9160원으로 연봉으로 환산하면 2300만원 선이다. 남궁 센터장은 2020년 카카오게임즈 공동대표 재직 당시 13억원 수준의 연봉을 받았다. 

    대선 후보도 아닌 사기업의 수장의 최저임금 공약이 어쩐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일련의 여론 악화 사태가 과연 대표의 높은 임금 문제로 불거졌었나. 

    남궁 센터장의 최저임금 공약은 주주 불만을 '회사 수장 돈잔치에 대한 감정적 투정'쯤으로 치부하는 모양새로 비쳐진다. 누가 남궁 센터장에게 최저임금을 받으라고 했나. 어느 누구도 요구한 적 없다. 시가총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국내 대표 IT 공룡기업의 대표가 이만한 연봉을 받아가는 데 어느 누가 불만을 제기할 수 있을까.  

    이번 문제의 본질은 카카오 경영진이 시장과의 신뢰를 져버렸다는 데 있었다. 시장은 남궁 센터장을 비롯해 계열사 경영진들이 '많은 파이'를 가져가는 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남궁 센터장이 내놓은 입장은 도리어 시장이 제기한 합당한 불만마저 부당한 요구로 비춰지게 만들었다. 많이 갖지 못한 자가 더 많이 가진 자에 대한 불만 차원이 아니었단 얘기다. 

    남궁 센터장으로선 '낮은 자리에서 주주 마음을 헤아리겠다'는 의사표현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조직의 수장이 노동가치마저 스스로 퇴색, 최저임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모든 노동자들에게도 불편한 선언이 돼버렸다. 최저임금 선언은 자칫하면 '내 몫을 포기한다'는 의지로 비쳐질 수 있다. 실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다수 임금노동자 입장에선 굉장히 불쾌할 일이 아닌가.

    무엇보다 남궁 센터장이 수십억 연봉을 포기하고 최저시급을 받는다고 해서 카카오, 그리고 주주에 어떤 이익으로 돌아오는지 의구심이 든다. 남궁 대표는 차라리 카카오 주가 회복을 위한 그럴 듯한 스토리 마련에 더 힘을 썼어야 했다. 

    남궁 센터장은 "경영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공유하기 위해 주가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제시한 주가가 15만원이다. 작년 액면분할 이전 수준으로 주가를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때 17만원까지 치솟았던 카카오 주가는 10일 종가 기준 8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5월 카카오가 직원들에 부여한 스톡옵션 행사가격(11만404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주가가 10만원을밑도는 건 지난해 4월 액면분할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액분 당시 주가 상승 논리가 현 시점에도 맞아 떨어지진 못할 것이란 점이다.

    지난해 카카오 액면분할 이후 주가 상승의 기대감은 계열사 줄상장을 통한 모회사 가치 확장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동시상장을 둘러싼 시장 여론이 뒤바뀌며 이 같은 성장 논리는 보기 좋게 깨졌다. 카카오 성장 논리가 됐던 '쪼개기 상장'은 주주 원성의 근원이 됐다. 핵심 사업을 분사시켜 영토는 확장시켰지만 골목상권 논란에 이어 구태 답습이란 오명도 안았다. 카카오가 여론 악화의 선봉장에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 신뢰 회복에 대한 중장기적 대안 제시 없이 그룹사의 수장은 여전히 주가 부양 의지만을 드러낸다. 성장전략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비전 제시가 나와야 할 시점에 CEO로서의 면피(免避)만이 제시됐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카카오 성장 논리가 이전처럼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성장 전략 없이 '다시 이전 주가 수준으로 회복하겠다'는 주장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시장에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대표이사건 근로자건 합당한 대가를 받고 그에 따르는 성과를 보이면 그만인 일이다. 주주 입장에선 적게 받으면서 성과는 많이 내겠다는 수장을 무작정 신뢰하기도 어렵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에 여론 반발에 대처하는 미봉책만 학습시키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