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이수만 리스크’ 또 수면위로…주총 표대결 촉각
입력 22.03.08 07:00
Weekly Invest
얼라인파트너스 감사선임 주주제안, SM엔터 맞불
라이크기획 등 불합리한 수익문제 시장 공감대 커
고질적 문제 해결은 과연…"파장 클수도" 관측도
  • SM엔터테인먼트가 다시 비슷한 내용의 주주제안을 받으면서 이달 31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M엔터의 지배구조 문제 중 단골로 꼽히는 이수만 회장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 이슈가 지적된 가운데 감사 선임을 두고 SM엔터 측과 일부 주주 측의 표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M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최근 SM엔터에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 20년 넘게 지속중인 프로듀서 용역 계약을 종료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달 곽준호 전 KCFT(현 SK넥실리스)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감사 선임을 안건으로 상정한 주주제안을 했다. 이에 맞서 SM엔터는 IBK투자증권 사장 출신인 임기영 한라그룹 비상근 고문을 후보로 추천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가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로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기업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의 저평가 이유 중 가장 큰 요인은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서 용역 계약 문제”라며 “에스엠은 지난해 3분기까지 181억원을 라이크기획에 인세로 지급하는 등 상장 후 현재까지 총 1427억원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지급 금액의 규모가 크고 그만큼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문제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고, 이수만 회장이 실질적으로 모두 임명한 에스엠의 이사회가 이를 승인하고 있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얼라인파트너스가 분석한 SM엔터의 문제점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라이크기획 등 SM엔터의 지배구조 문제는 시장에서 꾸준히 지적됐다. 2019년 KB자산운용이 SM엔터에 라이크기획 합병, 비주력사업 정리, 배당 등 주주환원 실시를 골자로 하는 주주서한을 보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KB자산운용도 당시 “SM은 영업이익의 46%를 이수만 회장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에 지급했고, 주주 입장에선 번 돈의 절반을 빼앗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SM은 사실상 KB운용의 주요 제안들을 모두 거절했다. SM엔터의 입장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는 등 시장의 실망이 이어졌다. 당시 버닝썬 사태에 한일 외교갈등까지 엔터주 악재가 이어지던 때라 SM엔터의 반응이 더욱 투자자들의 분노를 샀다. 

    그 뒤로 국감에서까지 SM엔터의 라이크기획 일감몰아주기 이슈가 도마위에 올랐다. 그럼에도 SM엔터는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아예 시장 분위기를 의식하지 않은 건 아니다. 올해 SM엔터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배당에 나선다. SM엔터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다가오는 주주총회 안건으로 1주당 200원 총 46억8000만원의 배당금 지급 승인안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SM엔터 배당금의 재원인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9월 기준 1416억원 규모다. 

  • 이번 주총을 앞두고 SM엔터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은 시장 내 공감대가 큰 분위기다. 배당을 처음으로 실시하는 등 주주달래기에 나선 것 같아 보이지만 근본적인 구조 변화는 없다. 다만 과연 국감도 버틴 SM엔터가 달라질 것이냐는 회의적 의견도 나온다. 얼라인파트너스 등 일부 주주들은 “이렇게라도 해야 들을 것”이란 입장이다. 이사회를 전부 바꾸거나 하는 급진적 제안은 힘들다보니 감사라도 바꿔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M엔터가 주주들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 매출에 비해 이익이 나지 않는 점도 동의하지만 감사 선임이 주가 회복이나 지배구조 문제 해결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라이크기획 이슈는 이수만 회장이 전면에 나설텐데, 표대결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방식보다는 주주들과 이해관계가 맞게 고쳐나가는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M엔터가 ‘역대급’ 매출을 찍어도 주주들에게 돌아오는 건 없다”며 “주주제안도 일단 던져보는 것이겠지만 라이크기획 이슈가 워낙 오래됐고 SM엔터 이수만 회장 지분 매각도 CJ 등과 얘기 중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총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얼라인파트너스의 ‘SM엔터 겨냥’이 한진그룹과의 분쟁으로 이름을 날린 사모펀드운용사 KCGI같은 '이슈 메이킹' 성격이 느껴진단 평도 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SM엔터 지분은 1% 미만(0.91%)이다. 2019년 주주서한을 보낸 KB운용의 경우 약 8%의 지분을 가진 주요 주주였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021년 설립된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라이크기획과 계약 종료로 인해 2월25일 종가 기준 약1조6900억원인 SM엔터의 시가총액이 3조2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라이크기획 지출이 없으면 2021년 기준 영업이익(EBIT)이 660억원에서 910억원으로 늘어나고,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 배수가 11.9배에서 JYP의 23.2배로 올라설 것이란 추측에서다. 이어 SM엔터가 NCT, EXO를 중심으로 2021년 1년간 총 1731만장의 음반을 판매해 업계 1위를 차지했음에도 시총은 1조5763억원으로, 10조원에 달하는 하이브 시총의 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다만 엔터사의 기업가치가 단순 앨범 판매량에 좌우되지는 않는 점을 고려하면 저평가 문제는 지배구조 문제 외에도 복합적일 수 있다. 하이브의 경우 소속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BTS)의 압도적 영향력이 실적과 주가에 반영된 바가 크다. 지난해 BTS의 정규 음반 발매가 없었고 최근 엔터사 수익은 플랫폼 등 간접참여 매출이 견인하고 있어 같은 엔터사라도 단순 비교는 어렵다.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이수만 회장 지분 매각 거래가 SM엔터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수만 회장과 SM엔터 우호지분이 별로 없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총 표대결이 가능성 있는 싸움이란 평도 나온다. ‘친(親)주주’ 감사가 선임되면 꽤나 영향력이 크다는 관측이다. 감사는 이사회에 소송을 걸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SM엔터가 독단적 경영 결정을 이어가기 힘들 수 있다. 주주제안을 한 얼라인파트너스가 운용사 등 다른 주주들과 접촉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어떤 표를 던질 지도 관건이다. 

    이수만 회장의 SM엔터 지분율은 18.9%로 높은 편은 아니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6.16%)을 제외하면 지분율이 특히 높은 기관투자자도 없다. 한때 5% 이상 주요주주였던 크레디트스위스는 작년 말 지분이 4.73%로 감소했다. 2019년 KB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투자를 회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