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IPO 앞두고...뒤에서 조용히 웃는 롯데?
입력 22.05.03 07:00
컬리,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유통 플랫폼 첫 상장
상장 결과에 따라 벤처업계 영향 클 듯
프리 IPO 당시 4조원 인정받았지만
어려운 시장환경에 원하는 가치 받을지 미지수
  • 마켓컬리(법인명 컬리) IPO가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결과에 따라서 하반기 투자시장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이 기대에 못미칠 경우 이전에 투자를 받았던 플랫폼사, 스타트업 기업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벤처캐피탈을 비롯한 투자자들의 자금 수조원이 이들에 묶여 있다는 점에서 그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지난 3월 한국거래소 유가상장시장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르면 상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한다. 투자금융 업계에선 이들의 IPO 결과를 예의주시한다. 스타트업 상장의 이정표가 될 딜(Deal)로 보기 때문이다.

    컬리 상장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보면 세가지다. 첫째는 상장이 될 것인가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주식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는 시점에서 상장까지 갈 수 있겠냐는 우려가 존재한다. 

    둘째는 상장을 한다면 공모가가 얼마로 책정되느냐다. 컬리의 상장 가치를 기관투자자들이 얼마나 인정해줄지에 따라서 상장을 대기하는 플랫폼사의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는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어떻게 될지다. 쿠팡처럼 화려하게 상장을 했지만 주가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겠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이 세 가지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하반기 상장 시장은 더욱 경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컬리가 4조원 이상의 가치를 받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나스닥에 상장된 쿠팡의 주가매출액비율(PSR)은 2.8배 수준이다. 컬리의 작년 매출이 1조5000여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업가치는 4조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쿠팡의 밸류에이션을 적용했을 때 이정도인데 과연 시장에서 컬리의 가치를 이만큼 인정해줄진 미지수다.

    이 또한 작년말 기준이다. 올해 쿠팡 주가는 작년 연말 대비 반 토막이 난 수준이며 그조차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컬리의 물량을 소화할 기관투자자들은 보수적으로 분위기를 살피는 모양새다. 일단 컬리는 거래소 예심 신청 당시 6조원보다는 낮은 몸값을 제시했다고 전해진다. 4~5조원대로 산정한 셈이다. 해당 가격에 대해서도 '저렴하지 않다'는 평가다. 또한 사업적으로도 '타 유통사와의 차별점'은 두드러지지 않고 적자 회복 여부도 가능할지 더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 점에서 상장전지분투자(프리IPO)에 참여한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PE가 무슨 자신감으로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해줬는냐는 말도 나온다. 컬리는 지난 6월 2200억원에 투자유치를 받으며 기업가치 2조원을 인정받았다. 

    이후 불과 6개월만에 앵커PE로부터 2500억원 투자유치를 받으며 기업가치 4조원을 찍었다. 불과 6개월 만에 2조원의 기업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카카오 투자로 대박을 낸 앵커PE지만 지나친 자신감 아니냐는 평가다. 앵커PE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 계열사 프리IPO 투자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주관사도 서류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앵커PE의 투자 건으로 곤혹을 치뤘다는 후문이다. 프리IPO 이후 4조원이 컬리 기업가치의 하한선이 된 까닭에서다. 주관사들은 상장 전 수많은 투자유치로 한껏 끌어올린 컬리 몸값의 하한선 '4조원'을 정당화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한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시총 6조원 정도를 바란다는 말이 나오지만 현 시장상황에서 4조원도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카카오 투자로 재미를 본 앵커PE가 과감한 배팅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컬리 상장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뒤를 이을려는 플랫폼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무신사 등 패션플랫폼, 발란 등 명품 플랫폼,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이 줄줄이 상장을 꿈꾼다. 컬리 상장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들 스타트업 플랫폼 회사의 기업가치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불가피하다. 또한 컬리가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추후 상장 후발주자가 될 기업은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의 눈총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거래소는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하는' 부분을 상당히 신경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유니콘기업으로선 첫 상장 사례라 잘 돼야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라며 "컬리가 물꼬를 잘 터줘야 기다리고 있는 다른 플랫폼 기업들의 상장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이들에 투자한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캐피탈사들이다. 이들이 쏟아 부은 자금만도 수조원에 달한다. 투자 당시 대비 기업가치가 떨어진다면 이들로선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엑시트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IPO 시장이 경색되면 M&A를 통해서 엑시트를 해야 하는데 이를 받아줄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컬리의 구주가 거래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인수하는 것을 두고 '폭탄돌리기의 피해자가 되는 꼴'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전략적투자자(SI)를 찾아가야 하는데 현재로선 여유가 있는 곳이 롯데그룹(이하 롯데) 정도로 꼽힌다. 롯데는 작년 이베이 딜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자금적으론 신세계 대비 여유가 있는 편이다. 이베이에 쓰려던 수조원을 아낀 만큼 투자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 롯데가 투자시장 ‘큰손’으로 부상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 2년간 롯데그룹이 지분투자를 하거나 인수한 업체의 수가 어림잡아 15곳에 이른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비롯해 쏘카 등 모빌리티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실제 마켓컬리 프리IPO 과정에도 초청을 받았으나, 밸류에이션이 맞지 않아 투자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마켓컬리 IPO 결과에 따라 롯데에 대한 러브콜이 더 거세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한 번 거절한,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마주한 매물에 다시 롯데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일진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한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 IPO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플랫폼사들의 투자유치 및 상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다”라며 “롯데는 앉아서 기다리기만 해도 이들 업체들이 투자유치나 인수를 타진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