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가족기업 '이룸티엔씨', 에코프로비엠 지분 유동화 추진…경영권 강화 포석
입력 22.08.11 07:00
시가 약 6000억원 규모…매각시 차익 상당할 전망
에코프로비엠 '2대주주' 이룸티엔씨, 이동채 회장 포함 가족 4인 지분 100% 보유 기업
그룹 정점인 '에코프로' 지배력 강화 작업 일환 평
  • 에코프로그룹 일가 소유 기업인 이룸티엔씨가 에코프로비엠 지분을 활용해 자금 조달에 나선다. 연초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폭락한 이후 지분 5%를 확보하며 2대주주까지 올랐던 만큼 수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이동채 회장과 이룸티엔씨가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 과정 이후 경영권 강화에 주력해온 만큼 이룸티엔씨가 그룹 정점에 있는 에코프로에 대한 추가적인 지배력 확대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룸티엔씨는 보유 중인 에코프로비엠 지분의 유동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이룸티엔씨는 에코프로비엠 지분 약 490만주(5.01%)를 보유 중이다. 9일 종가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시가총액은 약 12조원으로 이룸티엔씨 보유 지분 5.01%의 가치는 6000억원 규모다. 구체적인 유동화 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 이룸티엔씨는 이동채 회장과 배우자 김애희 씨가 각각 지분 20%씩을, 두 자녀인 이승환 씨와 이연수 씨가 각각 지분 30%씩을 보유한 100% 가족 기업이다. 이룸티엔씨는 지난해 11월 에코프로비엠 지분 5%를 취득한 뒤 올 들어 하이투자증권 등 11개 금융사로부터 보유 주식에 대한 담보대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주식담보대출 계약이 체결된 지분은 2.62%, 대출 이자율은 4% 안팎 수준이다. 

    이룸티엔씨가 보유한 에코프로비엠 지분을 매각할 경우 상당한 차익이 예상된다.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연초 내부자 거래 혐의 및 공장 화재로 폭락한 바 있다. 최근 인수합병(M&A) 업계에 떠돌았던 에코프로비엠 경영권 지분 매각설도 이 같은 움직임이 왜곡된 것이란 설명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가족기업인 이룸티엔씨가 에코프로비엠에 투자한 지분의 수익 실현에 나선 것"이라며 "최근 배터리 소재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가 투자비 부담으로 갑작스레 경영권 지분 매각에 나섰던 것과 겹쳐 오해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시장에선 이룸티엔씨가 추가적인 그룹 지배력 확보에 나서기 위해 계열사 보유 지분 유동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회장 일가는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 구축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부터 에코프로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주력해왔다. 에코프로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이전부터 이동채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20%를 넘기지 못해 경영권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많았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이동채 회장이 직접 보유한 에코프로 지분율은 13.11%에 불과했다. 

    지난해 1월1일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충족한 에코프로는 2월 환경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에코프로에이치엔을 신설해 안정적인 지주사 체제를 마련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에코프로에이치엔은 무상증자 후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고 에코프로는 유상증자·현물출자를 단행하며 지주사 에코프로가 전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도를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이동채 회장과 이룸티엔씨가 보유한 지주사 에코프로 지분율은 각각 13.11%에서 19.72%로, 3.74%에서 5.62%로 늘어났다. 

    현재 이 회장과 이룸티엔씨가 보유한 에코프로 지분은 25.34%로 어느 정도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룸티엔씨의 최대주주가 두 자녀인 만큼 지속적인 지배력 확대 유인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초 이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내부자 거래 혐의가 불거졌던 만큼 승계 작업이 트랙에 오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가족 기업인 이룸티엔씨가 그룹 계열사 주가 폭락 이후 지분을 확보한 만큼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라며 "에코프로그룹의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경영권 지분을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룸티엔씨가 수익 실현에 나서도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유동화 작업은 에코프로그룹의 조달과는 무관한 행보라는 평이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해외 증설에 따른 투자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룹 차원 조달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그룹의 전구체 계열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내년 이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최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과 주관 계약을 체결했다. 예상 기업 가치가 4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만큼 에코프로그룹에도 상당한 현금이 유입될 예정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LG그룹 맏사위인 윤관 대표가 속한 BRV캐피탈매니지먼트가 투자한 기업이기도 하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계열사 상장으로 계속해서 조달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에코프로비엠 역시 다른 배터리 기업과 마찬가지로 최근 투자비 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유동화 건은 별개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에코프로비엠 측은 2대주주인 이룸티엔씨의 보유 지분 유동화 추진 계획에 대해 "들은 바 없다"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