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ㆍ지마켓' 인수 1년…이마트 짓누르기 시작한 이베이코리아
입력 22.12.01 07:00
시너지 없고 적자 지속…고가인수로 상각비ㆍ금융비 부담
대형마트 침체…계열사에 실적 독려하지만
스타벅스·SSG 등도 경기부진·악재에 고전
  •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 인수를 마무리 한지 1년만에 부담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룹 사상 최대 거래로 주목 받았지만 아직 매출이나 이익 기여도는 미미해 고가인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는 본업인 대형마트의 부진이 이어지는 중 금융 비용까지 증가하며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지마켓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진 다른 계열사들이 분발해야 하지만 경기 불확실성과 각종 악재로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마트는 작년 11월 특수목적회사(SPV)를 통해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아폴로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하고 연결회사로 편입했다.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당시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 전까지 지마켓은 십 수년간 흑자를 내고 있었고, 2020년에도 8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성장성은 작아도 안정적 이익을 내는 것이 강점으로 꼽혔다. 이마트 내부에선 해외로 가는 로열티만 줄여도 영업이익 1000억원은 너끈히 맡아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인수 만 1년이 된 지금 바라던 시너지 효과는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지마켓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 9847억원, 3조9234억원의 거래액(GMV)을 기록했다. 사업 규모는 비슷했는데 영업손실 525억원을 냈다. 1000억원의 이익을 기대했었다면, 사실상 1500억원의 손실을 내는 셈이다. 

    수년간 이베이코리아 철수 시도가 이어지며 핵심 인력이 대거 이탈했고, 이후 인수후통합(PMI) 작업도 원활치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롯데그룹은 이베이코리아 몸값으로 3조원 미만을 써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전에 발을 살짝 걸쳤던 SK텔레콤은 1조원 이상은 어렵다는 분위기였다. 이마트를 도운 베인앤컴퍼니에서도 2조원 이상은 비싸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마트는 지분 80% 인수에 3조원 중반을 썼으니 고가인수 지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네이버와 인수 부담을 나누기 위해 경영진이 총출동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한 M&A 자문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상황만 보면 이마트가 지마켓을 그 가격을 주고 산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결과적으로는 M&A 경험이 많은 롯데의 판단이 옳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이마트는 지마켓을 인수하며 2조원 중반대 영업권을 계상했는데 이에 대한 상각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지마켓 편입 후 1달치 무형자산 감가상각비(PPA, Purchase Price Allocation)가 80억원에 달했고, 올해도 매분기 239억원의 PPA 상각비가 인식되고 있다. 지마켓은 매출이나 이익 기여는 미미한데 이마트 실적에는 계속 부담이 될 상황이다.

    이마트의 금융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다. 작년 지마켓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기준금리는 1%였지만 지금은 3%를 넘어섰고, 시장금리는 그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마트가 작년 8월 발행한 3년물 회사채 금리가 1.804%였는데 지금은 AAA급 초우량 채권 금리도 5%대를 오가는 시기다.

    이마트는 지마켓 인수자금 일부는 본점 매각 등 자체적으로 마련했지만 상당 부분을 차입성 자금으로 조달했다. SCK컴퍼니(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등 투자 부담도 컸다. 2020년말 2조4411억원이던 순차입금(개별)은 올해 9월말 5조3433억원이 됐고, 같은 기간 이자비용을 포함한 금융비용은 1381억원에서 3772억원으로 늘었다.

    지마켓 인수를 담당한 경영진과 임원들은 가시방석일 상황이다. 올해 신세계그룹 인사에선 강희석 이마트 대표에게 지마켓 인수 책임을 지울 것이냐가 주요 관심사였다. 다른 데 맡긴다고 뾰족한 수가 나오기 어렵다보니 유임하게 됐다. 지마켓 인수에 관여한 온라인TF는 그룹 중추인 전략실에서 이마트로 옮겨갔다. 이마트에서 책임지고 지마켓을 살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마트의 실적이 안정적으로 버티고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 매출은 꺾이지 않고 매년 늘었지만, 수익성이 전만 못하다. 대여섯해 전만 해도 6000억원을 넘던 영업이익은 최근 감소 속도가 빨라져 올해 3분기까지는 1775억원에 그친다. 핵심인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은 줄어드는데 인건비 부담은 점점 늘어나니 이익을 내기 어렵다.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가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비중이 크지 않다.

    이마트는 그룹 인사가 끝난 이후 계열사들에 실적을 개선할 방도를 찾으라 적극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본업이나 지마켓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기 어려우니 다른 곳에서라도 이익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외부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막판 ‘숫자 만들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계열사도 상황이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에브리데이 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푸드, 조선호텔&리조트 등이 일제히 매출이 늘었지만 이들의 영업이익을 합해도 500억원이 되지 않는다. 그룹 온라인 사업의 다른 축인 쓱닷컴의 상황도 지마켓과 크게 다르지 않다. 3분기까지 적자는 893억원에 이른다. 쿠팡의 천하일통으로 입지가 더 모호해졌다. 작년에 인수한 W컨셉의 GMV가 빠르게 늘며 3분기 손익분기점을 넘긴 정도가 성과다.

    이마트의 제일 가는 효자였던 SCK컴퍼니는 점포와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올해는 서머 캐리백 발암물질 사건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캐리백 리콜관련 일회성 비용으로 358억원을 반영했다. 예상보다 금액이 크다 보니 PMI 차질에 따른 비용까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그나마 기대할 곳은 이마트24다. 2015년 1351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18년 1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2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작년까지는 적자를 이어갔지만 올해는 3분기까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점포가 6000곳을 넘어서며 본격적으로 이익을 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인가구와 함께 편의점 시장 성장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군불만 때다 유통 라이벌 롯데에 밀린 것은 아쉬움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