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vs. 사모펀드(PEF) in 오스템임플란트 2023
입력 23.02.01 07:00|수정 23.02.01 07:15
Invest Column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양측 충돌은 부지기수
최근 행동주의와 사모펀드 전략과 경계 모호해져
오스템은 양측 충돌이 가시화된 국내 첫 사례?
'덩치 차이' 너무 커…결국 양측 FI의 관계정립 문제
  • '행동주의 펀드'(Activist Hedge Fund)와 경영권 인수가 목적인 '사모펀드' (PEF)는 전통적으로 사이가 나빴다. 

    자본시장 역사가 훨씬 긴 해외에서도 두 부류의 충돌은 흔했다. 이른바 행동주의 펀드가 상장사 지분을 조금 사들인 후, 오너에게 이러쿵 저러쿵 잔소리를 시전한다. 그러자 잔뜩 화가 난 오너들이 '백기사'로 돈 많은 사모펀드를 초청해 버린다. 자칫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에게 진절머리가 나버린 오너가 이꼴저꼴 보기 싫어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팔아버리는 일도 있었다. 사모펀드는 덕분에(?) 좋은 바이아웃 거래를 챙겨가고 행동주의 펀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상황에 처한다. 

    거꾸로... 사모펀드가 기업 경영권을 인수하며 상장폐지를 시도하자 소액 지분을 갖고 있던 행동주의 펀드가 결사반대하고 방해하는 일도 왕왕 있었다. 행동주의 펀드로서는 '상장사' 지위가 유지돼야 다른 소액주주들의 권리침해를 명분으로 내세워 여러 공격 포인트를 만들 수 있기 때문. (출처 : 'Private Equity and Activism' Harvard Law School Forum on Corporate governance

    사실 사모펀드든, 행동주의 펀드든 모두 기업 오너로부터는 '야만인'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문 앞에 있는지 (Barbarians at the gate, 1988) 아니면 이사회에 숨어 있는지 (Barbarians in the Boardroom, 2016)에 따라 어느 때는 앙숙이 되고, 어느 때는 우군이 되어 대립한다. 

    양측 감정 싸움이 크게 심해질 때도 있었는데, 저 유명한 KKR 설립자 중 1인인 헨리 크라비스가 행동주의 펀드의 행태를 공개적으로 비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행동주의 같은 헤지펀드는) 무슨 주식을 사면 돈을 버는가는 아는 것 같은데, 이건 기업을 인수하고 장기간 보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라고 퍼부었다. 행동주의 펀드 등이 주가 차익에만 관심이 있고, 기업 경영에 대한 전문성은 없다는 비판이기도 했다. (출처 : Symbiotic relationship between private equity and hedge funds, Financial Times 2007)

    올 초부터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오스템임플란트 매각은 한국에서 '행동주의 vs. 사모펀드' 대립이 첫 선(?)을 보이는 거래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시장과는 양상이 좀 많이 달라 보인다. 

    싸우는 건 옛말?....행동주의와 사모펀드의 경계가 모호해진 글로벌 시장

    되레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PEF와 행동주의 펀드의 '전략 차이' 혹은 '경계'가 모호해지는 추세다. 

    행동주의 펀드가 대규모 자본을 동원, 기업을 통으로 사들이는 일이 흔해졌다. 삼성물산 공격으로 유명한 엘리엇은 3년 전엔 사모펀드인 베리타스 캐피털과 함께 미국 시스템 통합업체 큐빅코프 경영권 인수를 시도했다. 지난해에는 165억달러에 미국 소프트웨어 시트릭스를 아예 사버렸다. 거꾸로 바이아웃 PEF의 대명사였던 KKR이나 TPG가 상장사 지분 일부만 매입, 이사회에 참여하고 주주 제안을 내놓는다. 전략만 놓고보면 이제 누가 PEF인지, 누가 행동주의 투자자인지 헷갈릴 정도다. 

    경계가 모호해진 원인은 여러가지로 꼽힌다. 

    "행동주의 펀드가 이제 기관들에게 허용 가능한 투자 등급이 됐고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국면의 영향도 있다" (Private Equity and Activist Investing: A Convergence in Asset Classes, Jefferies) 

    "행동주의건, 사모펀드건 상관없이 이제 유휴자본이 너무 많고 투자경쟁이 너무 치열한데다 두 부류가 찾는 투자대상도 서로 비슷하다" (Private Equity and Activism' Harvard Law School Forum)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규모는 웬만한 PEF를 가볍게 능가한다. 가장 유명한 행동주의 펀드인 서드포인트(Third Point)나 퍼싱스퀘어(Pershing Square Capital Management) 등의 운용자산(AUM)은 20조원에 육박한다. 

    이러다보니 행동주의 펀드가 더 이상 '매운 맛'이 아니라, '순한 맛'이 됐다는 평가들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렵기만 하던 행동주의 펀드가 왜 더 이상 적대적이지 않은가'란 기사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적인 전략을 싫어하는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끌어들여야 규모를 키울수 있기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도 좀 더 온건한 전략을 고려한다"라고 분석했다. (출처 : Why some of the most feared activist investors are no longer so hostile, FT 2022)

    결론은? 행동주의건, 사모펀드건 할 것 없이 어디까지나 '투자 수단' 혹은 '도구'로 취급되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누가 운용 수수료가 적고, 고수익을 내는가를 따진다. 주주들은 '주가'가 얼마나 올랐느냐에 집중한다. 최근 화제가 된 힌덴버그 리서치의 인도 아다니 그룹에 대한 대규모 공매도 전략도 사실은 '투자기술'로 취급받는다. 

    국내에선 여전히 '헤비급' vs '플라이급'…'도덕성' 싸움 전략?

    국내에선 상황이 다르다. 체급 차이가 너무 크다. 

    오스템임플란트에 투자할 MBK파트너스 5호 펀드는 8조원 규모다. 국내 웬만한 사모펀드는 1조원을 가볍게 넘긴다. 헤비급 혹은 슈퍼 헤비급.

    국내 행동주의 펀드는 라이트 플라이급 취급도 무리다. 가장 왕성한 강성부 KCGI펀드가 오스템임플란트에 투자한 펀드 규모가 1400억원 가량. 최근 금융지주사 '배당요구'로 힙하게 떠오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경우, 우리금융 1% (900억원), JB금융 14% (약2500억원) 정도 투자로 알려져있는데 이건 그나마 규모가 큰 경우다. KB금융ㆍ신한금융ㆍ하나금융 지분 보유금액은 각각 55억ㆍ20억원ㆍ24억원 수준. 

    이 정도 사이즈는 '무시'를 당하는 원인이 된다. 물론 '소액주주'라고 해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내세우는 메시지가 중요하고 주주가치 제고여부가 핵심이다.

    하지만 수조원대 투자자나 주주 혹은 경영진의 속마음은? "시총 22조 금융지주사 지분을 고작 50억원어치 사놓고는 회장과 겸상하겠다는 거냐?"라고 생각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 사이즈가 작은 것은 아직 기관들로부터 정식 '투자기법'으로 인정 받지 못했다는 의미도 된다. 공교롭게도 행동주의 펀드는 그 어느 펀드보다도 가장 정의롭다고 자부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는데 국민연금 같은 공공기관들이 이에 참여를 꺼린다. 이들의 전략을 '위험하다' 혹은 '공공기관 평판을 활용할까 걱정된다"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와 반대로 2023년 한국에서 행동주의 펀드는 큰 이점을 갖고 있다. '악랄하기 그지 없는 기업 오너에 맞서는 영웅' 취급을 받으며 단숨에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스타로 자리 잡았다는 것. 

    일단 기라성 같은 운용사들이 넘쳐 나는 PEF시장에 비해 행동주의 펀드들은 진입 장벽이 낮다. 개인 네트워크를 통해 소규모로 자금을 조달해도 당장 활동이 가능하다. 그리고 타깃 회사를 설정,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면? 거의 모든 신문ㆍ방송이 기사로 다뤄주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를 차린 젊은 매니저들 상당수가 PEF에서 퇴사하고 독립한 이들이다.  KT&G와 대립각을 세우는 플래쉬라이트파트너스 설립자 이상현 대표는 칼라일 한국 대표까지 맡은 인물. 다만 2019년 칼라일 퇴사 과정에서 표면상은 '사임'이지만 '해임' 또는 '방출' 성격이 강하다는 평판을 받기도 했는데, 그가 박철홍 전 태평양변호사와 함께 차린 플래쉬라이트가 (현재 박 전 변호사는 플래쉬라이트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제 KT&G의 모순점을 지적하는 영웅처럼 각광 받는다.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는 KKR에서 '차세대'기수로 자본시장에서 큰 명성을 떨치다가 퇴사했다. 평판과 업무 실력이 뛰어나 상당수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본인 이름을 단 사모펀드 활동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신한은행을 위시한 일부 금융사가 투자자로 참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그가 선보인 회사는 역시 사모펀드가 아닌, 행동주의 펀드였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이렇게 서로 '노는 영역'이 달랐던 두 부류가 충돌한 케이스에 해당된다. 하지만 자금력만 놓고 보면 거의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수준. 

    게다가 이번에 골리앗은 다윗의 절대 우군이었던 '소액주주'들을 향해 "법적인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불구, 오너와 동일한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며 공개매수까지 제안했다. 주당 19만원이라는 가격이 소액주들에게 매력적이라면...강성부 펀드로서는 오너 최규옥 회장 일가에 맞서 싸울 우군을 뺏길(?) 상황에 처한 셈이다. 

    남은 관전 포인트는? 

    '바이아웃'을 선언한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은 2월말 공개매수기간이 끝나고 최종 거래 종결 예상일까지 '무탈하게' 혹은 '별다른 이슈 없이' 계약이 진행되기를 희망할 것을 보인다. 반면 강성부 펀드는 상대편 자본력이 워낙 막강하다보니 이에 대항하기가 쉽지 않을 상황이다.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보인다. 다른 유수의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이 그랬듯이. 이른바 MBK-유니슨-최규옥 회장 일가간의 거래의 문제점이나 부도덕 혹은 부정직함이 의심 되는 요소를 부각 시키는 방법이다. "배임이 있다"라든가 "편법 거래가 이뤄졌다" 라든가 "오너에게만 유익한 거래다"라든가. 혹은 "사모펀드가 부도덕한 오너 배불리기에 활용되고 있다"라는 프레임도 가능하다. 

    지금 국내에서는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그려졌듯, 기업 오너와 가족들은 모두 제 배 채우기에 급급하고, 무능하며, 편법을 일삼는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창업자 진양철 회장의 경영 능력을 인정해 잘못은 지적하고 재발은 방지하되, "함께 경영한다"라는 서사보다는 "잘못을 저지른 오너를 회사 밖으로 멀리멀리 쫓아내야 한다"라는 서사가 월등히 잘 먹힌다. 

    물론 강성부 펀드가 이런 네거티브 전략을 채택하거나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이들 역시 언젠가는 오스템 임플란트에 대한 지분 회수가 필요하다. 이는 곧바로 이번 공개매수에 참여하느냐 마느냐 문제가 아니라 향후 회사 최대주주가 될 MBK-유니슨 연합군과 '적과의 동침'을 어떻게 정립할지 문제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관전자인 다른 소액주주들은? 주가 19만원에 공개매수에 파느냐, 아니면 다른 이벤트를 기다려서 좀 더 갖고 있느냐다. 결국은? 투자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