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분양보증 사고…"대구, 부동산 침체의 시발점 될 것"
입력 23.02.02 07:00
취재노트
'모든' 건설 지표가 '암울한' 부동산 상황 나타내
부동산 '최대 뇌관' 대구…전국적으로 터질 우려
금융당국 개입에도…"지방 부실 사업장 감당 어려워"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 보증 사고가 3년 만에 대구에서 발생했다. HUG는 대구 달서구 '장기동 인터불고 라비다' 사업장에 대해 분양보증 사고 처분을 결정하고 분양 계약자에게 통지했다. 사고 금액은 아파트 408억원(148가구), 상가 249억원(37세대) 등 657억원이다. 분양 보증은 시행사나 시공사가 부도·파산 등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 없을 때, HUG가 대신 아파트를 완공해 주거나 분양 계약자에게 계약금·중도금을 환급해 주는 제도다.

    2021년 4월 입주가 목표였지만, 시공사(인터불고 건설; 시공능력평가 1350위)가 자금난에 빠지며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시행사(준금산업개발)가 은행에 중도금 대출 이자를 못내는 상황에 입주 예정자들이 매월 100만원이 넘는 이자를 대납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아파트 공정률은 93.8%다.

    HUG 분양 보증 사고는 2020~2021년 집값 상승에 '힘입어' 최근 2년 동안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이어지며 폐업 신고하거나 부도나는 등 부실 사업장이 늘고 있다. 특히 작년 10월 말 HUG가 분양 보증한 사업장 중 관리단계가 '정상' 이하인 '관찰·주의·관리·경보' 사업장의 수는 139곳으로 전년 80곳 대비 73.8% 늘어났다.

    전국에서 미분양이 가장 많은 대구는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 신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책이 늦어 침체를 극복하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3만6000여가구로, 지방 도시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지난해 말은 1만3445가구로 전년 1977가구 대비 580% 늘어났다. 실제로 라비다 사업장과 인접한 지하철 2호선 용산역과 죽전역에도 '빼곡히'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분양 물량은 전국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로 2013년 8월(6만8119가구) 이후 9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공물량·30가구 미만 단지·도시형생활주택 등 공식 통계에서 빠지는 물량을 포함할 경우 이 추세는 더 가파를 거란 분석이다. 국토부는 미분양 아파트 6만2000가구를 위험선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떨어지는 전국 아파트 초기분양률, 1년 새 반토막 난 주택 매매량 등 수많은 건설지표가 '위험한' 시장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다보니 부동산업계에서 대구는 '빙산의 일각’의 일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건설사는 금리 인상·원자재가 인상·중대재해법 영향 등 건설업 최전방에서 '연타'를 맞고 있다. 분양가가 더 오르면 미분양은 더 많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에서 금리 정점론이 돌고는 있지만, 금리가 하락하기 전까지는 리스크가 이어질 거란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그동안 분양경기 저하는 대구·경북·경기 등 일부 지역에 집중돼있었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위험지역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분양실적을 유지했던 인천·대전 등에서도 미분양이 늘어나며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분양위험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시중은행이 PF 유동화자산을 적극적으로 쓸어담고 있지만, '밑단'에서 문제가 터지는 건 막기 힘들 거란 시각도 존재한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지방의 부실 사업장을 쉽게 손대기 어려울 거란 평가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중소형 건설사의 공사 현장이 연달아 멈추고 있으며, 최근 한 신탁사는 책임준공확약을 내건 절반 이상의 사업장에서 공사가 중단돼 금융감독원의 집중 관리를 받고 있다"며 "지방일수록 중소형 건설사 비중이 커 전국적으로 부실사업장이 터지기 시작할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자타공인 부동산 경기가 '가장 심각한' 대구. 분양 보증 사고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자칫 부동산 시장 경착륙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업계 전체가 노심초사 바라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