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SK하이닉스 등급전망 '부정적' 조정
입력 23.02.03 16:55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에 과잉재고까지 겹쳐
설비투자 계획 축소에도 잉여영업현금흐름 적자 전망
업황 둔화 길어…1년 동안 신용지표 큰 폭 약화 가능성
  •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3일 SK하이닉스(BBB-)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고객사와 공급업체의 과잉재고까지 겹쳐 올해 SK하이닉스의 신용지표가 크게 약화될 거란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45조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21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록한 실적 호조에도 불구, 하반기 시황 악화로 전체 EBITDA는 전년 대비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경쟁구도가 안정적인 D램 시장 대비 점유율 경쟁이 여전히 치열한 낸드메모리 사업 관련 손실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4분기 EBITDA는 2조원으로 전분기 5조2000억원 대비 61.5% 감소해, S&P의 예상을 크게 하회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PC·모바일·서버 등 전반적으로 수요가 감소했으며, 기업용 서버 제조사들도 재고감축에 나선 영향이다. 지난 4분기 D램·낸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SK하이닉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S&P는 올해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둔화할 거라 예상했다. 수요 감소로 인해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D램 및 낸드 가격 하락세 ▲최소 올해 1분기까지 비트 단위의 출하량 증가율(비트그로스; bit growth) 역성장 ▲메모리칩 평균판매가격 두 자릿수 하락이 이어갈 거란 분석이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올해 예정된 설비투자 규모를 크게 축소할 계획이다.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6조~8조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장비 확충 등을 위해 역대 최대규모(약 19조원)의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다만, S&P는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 규모 축소에도 불구하고 올해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무부담은 다소 완화되겠지만 매출과 수익성 하락으로 인한 영업현금흐름 감소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영업현금흐름은 5조~6조원 수준으로 지난해 약 15조원에서 줄어들며 잉여현금흐름 적자가 1조~3조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에도 영업실적이 둔화해 연간 4조원이 넘는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차입금 레버리지 비율은 약 3.0~3.4배로 최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P는 올해 상반기 추가적인 업황 악화를 반영해 올해 SK하이닉스의 차입금 레버리지 추정치를 기존 1.6~2.0배에서 상향 조정했다.

    2021년 미국 반도체 제조사인 솔리다임(Solidigm) 인수도 재무지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인수자금 상당부분을 차입을 통해 조달하며 조정기준 차입금 규모가 2020년 10조원에서 지난해 말 약 20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낸드 업황이 둔화하며 솔리다임은 적자로 돌아섰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 고조는 중장기적으로 동사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S&P는 이러한 리스크 요인이 SK하이닉스의 신용지표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S&P에 따르면 ▲전반적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고 평균판매가격이 더 가파르게 하락할 경우 ▲공격적인 재량적 현금흐름 관련 정책으로 차입금이 크게 늘어날 경우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은 하향조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