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해진 PF대출 시장…새마을금고 빈자리 노리는 금융사들
입력 23.04.22 07:00
새마을금고 부동산 관련 공동·집단 대출 중단
만기연장, 본PF 전환도 미지수
주요 금융기관들, 새마을금고 보유 여신 대환 전략
"부동산PF 여신 확보" 분위기 전환도 감지
  • 새마을금고가 부동산 관련 공동·집단 대출을 중단하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과정에서 새마을금고의 빈자리를 노리는 금융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중순 이후 부동산PF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 붙으며 금융회사들은 사실상 부동산 관련 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선 다소 분위기가 바뀐 모습이 포착된다. 

    금융기관 내 부동산 관련 투자 자산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PF 투자를 재개해 볼만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새마을금고는 국내 PF사업장에 참여하지 않은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동산 관련 대규모 여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부동산 관련 대출은 약 56조원 규모로 2019년의 두 배가 넘는다.

    제 1금융권에 속한 은행들이 재무건전성 관리를 목적으로 부동산 관련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동안 새마을금고는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대출 규모를 크게 늘려온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새마을금고는 지역금고 수 십여곳이 공동으로 대출에 나서는 전략, 즉 쪼개기 대출을 통해 전국 각지의 PF 사업장의 여신을 보유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선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관련 대출의 연체율을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9년 2.49%에 불과하던 연체율은 최근 9%를 넘어섰다.

    PF부실화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불법 대출 의혹까지 받자 새마을금고 측은 결국 부동산 관련 대출을 원칙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엔 검찰이 새마을금고중앙회 부동산금융본부 및 지역금고 등 8곳을 압수수색을 진행, 강제 수사에 착수한 후 실무진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달 20일 검찰은 새마을금고중앙회 및 일부 지역금고에 대해 재차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사실상 새마을금고가 취급하는 기존 대출의 연장 가능성도 불투명해 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PF사업자의 입장에선 새마을금고의 기존 대출의 만기를 연장하거나 브릿지론의 본PF 전환 여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서울 중심부 한 PF 사업장의 경우엔 브릿지론의 규모가 약 5000억원 수준인데 이 가운데 30% 달하는 1800억원을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여신 보유하고 있다. 물론 해당 사업장의 본PF 전환 여부는 지켜봐야하겠지만, 정부와 사법기관까지 나서 새마을금고 여신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적인 접근이 불가피하단 평가도 나온다.

    새마을금고의 이 같은 상황을 기회로 여기는 국내 금융 기관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마을금고의 신규 여신이 사실상 봉쇄한 상황에서, 새마을금고가 대출을 검토한 사업장에 신규 대출을 추진하거나 새마을금고의 여신을 대환하는 전략을 세우는 금융기관들도 있다. 사실 새마을금고가 취급한 PF여신의 경우 제 1금융기관이 취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같은 움직임들 또한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 2금융권 위주로 나타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의 신규 PF 공동 출의 중단으로 실제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꽤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며 "새마을금고가 PF 대출을 일으키지 못하는 동안 신규 대출을 늘리려는 금융기관들 그리고 기존 새마을금고의 대출을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로 대환하는 등의 움직임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부동산 PF 시장이 급격하게 악화하며 제 2금융기관들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사실상 거의 취급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PF 사업장의 조달금리는 법정 최고 금리인 20%에 달할 정도로 조달 환경이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PF 사업 대출 금리는 약 10% 내외, 비교적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 받는 선순위 대출의 경우엔 7~8% 수준에 형성돼 있다. 물론 차주의 신용도와 담보, 사업장의 특성마다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이달 말엔 은행·보험·저축은행·증권사, 그리고 새마을금고를 보함한 상호신용금고 등 범금융권 대주단 협의체가 2009년 이후 13년만에 출범한다. 대주단 협의체가 가동하면 사실상 초고위험 사업장을 제외한 일반적인 PF사업장의 자금조달은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같이 부동산 시장이 지난해와 비교해 안정화하는 양상이 나타나자 금융기관들이 서둘러 부동산 관련 자산을 다시 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새마을금고가 취급하는 여신의 상당수는 선순위 대출로 구성돼 있고 금리 수준도 저축은행 및 캐피탈사들이 수용 가능한 수준이란 점에서 새마을금고의 빈자리를 노리는 기관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분간은 부동산 관련 대출을 급격히 확대하는 기관들보단 보수적으로 접근하며 기회를 옅보는 기관들이 대다수 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관련 대출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올해부터 다시 부동산 관련 자산을 확보하려는 금융기관들이 늘고 있다"며 "당장 갑자기 익스포저를 늘리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는 곳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사업장 위주로 대출을 늘리려는 곳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