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나란히 최고가 경신…20년만의 빅사이클 진입 기대감
입력 23.06.09 17:47
삼성重, 1분기 흑자전환 이후 외인·기관 쌍끌이 평
무관심 영역이던 조선업에 자금 유입 본격화 전망
시장서 2003년 빅사이클 초입 떠올리는 시각 늘어
DSME 바닥서 집어간 한화가 승자 평도…"계속 오를 것"
  • 수주실적과 따로 놀던 조선 3사 주가가 나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오랜 적자로 시장 관심 밖에 밀려나있던 조선사들이 드디어 주목을 받게 됐다는 평이다. 최근 3사 주가를 두고 지난 2003년 장기 호황 초입을 떠올리는 시선도 나온다.

    8일 삼성중공업 주가는 장중 6620원을 기록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9일 들어 1.52% 하락 마감했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주가가 30% 이상 올랐다. 지난 1분기 6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5월부터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가 쌍끌이 매수에 나선 결과다. 

    같은 날 HD현대중공업도 장중 12만9000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넘어섰다. 연초 대비 주가수익률은 11% 선이지만 지난 3월 저점 기준으로는 3개월여 만에 40% 이상 상승했다. 기업결합을 앞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양사보다 앞서 연고점을 찍고 출렁이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3개월 동안 우상향 중이다. 

  • 그간 3사 주가는 인수합병(M&A) 무산, 모자회사 동시상장, 무상감자 등 각사 사정에 따라 제각각 오르내렸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적자 상태인 만큼 장기 그래프는 일자에 가깝게 바닥에 깔린 모습을 나타내며 사실상 무관심의 영역으로 꼽혔다. 

    3사 주가가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내자 시장에선 드디어 시중 자금이 조선업을 향하기 시작했다는 반응이 전해진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뒤까지 도크를 꽉 채워 수주를 받았는데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았던 건 시장에서 조선업이 다시 돈을 벌 거란 기대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던 탓"이라며 "여전히 후판 가격 등 원자재 변동성이나 인력 수급 문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금까진 지난 2003년 빅사이클의 초입을 떠올리게 하는 시각이 확연히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조선업계 내에서도 뒤늦게 호황 진입을 증명하기 위한 조건이 맞춰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업계에서 호황 기대감 자체는 신규 수주가 크게 늘기 시작한 지난 2021년부터 형성되고 있었지만 돈이 되는 수주인지 증명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탓이다. 조선업은 수주 이후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시차가 긴 편에 속하는데, 삼성중공업이 지난 1분기 19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출발선을 끊었다는 평이다. 

    증권사 조선업 담당 한 연구원은 "조선업은 글로벌 해상 물동량이 늘거나 노후선박의 교체주기에 따라 업황이 오르내리는데, 주기가 20~30년 단위로 가장 긴 편에 속한다"라며 "딱 20년 전 3000원대이던 삼성중공업 주가가 빅사이클에 진입하며 10배 이상 올랐었다 보니 증권가에서도 다시 커버리지를 재개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현재 업황 회복의 중심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LNG 선박 시장은 국내 조선 3사가 사실상 독점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영역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조선·해운 산업의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선박 연령과 무관하게 교체주기를 앞당기고 있는 덕이다. 

    조선업계에선 조선 3사가 지난 2003년에서 2007년 수준의 실적 개선을 보이긴 어렵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일단 호황기에 접어든 이상 주가는 내년 이후까지 계속해서 오를 거란 기대감이 시장에 모이고 있다. 장기 침체의 끝물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이 승자가 될 거란 관전평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3사가 인건비 상승분까지 선제 반영한 것도 사실상 오랜 침체를 마무리하기 위한 포석에 가까웠다"라며 "2021년 수주한 선박 인도가 순차로 돌아오며 3사 모두 2025년까지 매년 영업이익이 2배 이상씩 늘어날 예정인데,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사실상 바닥에서 집어갔다는 평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