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세종·화우, 대표 변호사 임기 막바지…연임 vs 교체 두고 선거 국면
입력 23.09.15 07:00
대형 법무법인 3사, 집행부 임기 마지막 해
연말·연초 거쳐 차기 집행부 선임 나설 듯
태평양은 변화, 세종·화우는 유임될 수도
실적 부진 본격화 우려…차기 집행부 부담
  • 태평양과 세종, 화우 등 대형 법무법인들의 대표변호사 임기말이 다가오면서 차기 리더십 선임 절차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들 로펌은 올해말부터 내년 초까지 선임 절차를 거쳐 새 집행부를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군이 구체화되면서 해당 로펌들도 '선거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경우 올해가 2021년 취임한 서동우 업무집행대표(사법연수원 16기)의 3년 임기 마지막 해다. 태평양은 서 대표 임기 중 매출 4000억원 시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다만 서동우 대표가 내부적으로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터라 변수가 없는 한 새로운 얼굴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태평양의 대표변호사 선임은 추천위원회에서 차기 대표 변호사 후보를 올리고, 그 후보 중 최종의 1인을 선정하는 ‘간접 선임’ 방식이다. 현재 후보들을 추천하는 단계로 이르면 이달 말에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점쳐진다. 통상 연말에 결정해왔는데 이번엔 일정을 다소 앞당겼다.

    현재로선 태평양의 '송무' 부문과 '자문' 부문을 대표하는 변호사들이 후보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동우 대표 선임 당시에는 송무와 자문 분야의 의견 합치로 대표 추대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부문별 경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태평양은 “예년보다 조금 일찍 업무집행대표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현재 추천위원회에서 후보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도 오종한 대표변호사(18기)의 임기만료가 다가오고 있다. 오 대표 취임 후 보상 체계를 개편하고 젊은 운영위원을 참여시키는 등 기업문화 개선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세종의 매출은 2285억원이었는데 이후 급성장해 작년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어섰다. 공격적인 인재 영입이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오종한 대표변호사의 정확한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본격적인 차기 대표 선임 절차는 연말에나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 전망은 엇갈린다. 지금까지 오종한 대표 변호사의 성과가 나쁘지 않았고, 뒤를 이를 후배 기수도 다소 애매하다 보니 연임을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다. 

    반면 선거는 닥쳐봐야 판세가 드러나기 때문에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세종은 다른 로펌들과 달리 철저한 '직선제'로 치러지고 있다 보니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동시에 개표전까지는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세종 대표변호사는 일부 판공비용 등은 여유가 있지만 ‘명예 봉사직’에 가깝다는 점도 변수 중 하나다.

    이와 관련, 세종은 “내년 초에나 후임 선임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 아직 여유가 있고, 후보군이 거론되거나 윤곽이 드러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화우는 현재 정진수 업무집행 대표변호사(22기)와 이준상·이명수 경영담당변호사(각 23·29기) 등 세명의 집행부(MP)가 이끌고 있다. 이들은 2018년 경영 전면에 섰고, 2021년 재신임받아 올 해 두 번째 임기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다. 그간 화우는 각종 경영권 분쟁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대형 송무와 자문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차기 집행부 구성에서 관심사는 '이명수 변호사'의 대표변호사 등극 여부다.

    2000년 금융감독원 공채 1호 변호사인 그는 10년간 분쟁조정국 감독정책과 공시심사실, 법무실을 거치며 법무팀장, 기업공시팀장 등을 역임하다 2010년 화우에 합류했다. 이후 화우는 '금융제재' 분야에서 괄목할 성장을 거뒀다. 특히 2020년 라임 사태가 발생하고 이에 연루된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이명수 변호사를 찾으며 수임이 늘었다는 평판은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가 화우를 리드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3명으로 이뤄진 집행부에서 경영담당변호사가 대표변호사에 출사표를 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화우는 고참급 파트너 변호사들이 집행부 선임 투표권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로 우려의 시각도 있다. '라임 사태로 관련 사건 수임을 싹쓸이 했다'는 점을 두고 로펌들 사이에서 결국 "금감원 버전의 전관예우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최근 금감원 내부에서 '로펌 접촉 금지령'이 내려진 것도 화우를 타깃으로 했다는 해석이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가 화우를 대표하는 입장이 되면 아무래도 '평판 부담'이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이 변호사도 주변 권고로 집행부에 몸을 담은 것으로 알려지는데, 경영 업무에 집중하기보다 금융 일감을 따오는 편이 본인에게도 더 득이 될 것이란 시선도 있다.

    화우는 "아직 차기 집행부 선정 절차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경기 부진 여파로 법률시장의 성장성에 의문 부호가 붙은 상황이다. 이들 로펌의 새로 구성될 집행부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부담은 역시 실적 고민이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장엔 온기가 있었고 법무법인을 찾는 수요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송무, 자문, 세무, 공정거래 등 전방위의 일감이 줄어든 분위기다. 법무법인은 수임 후 몇 개월 뒤 실적이 반영되기 때문에 올해는 물론 내년 이후에도 실적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구성원들의 지지가 약해질 수 있다.

    올해만 해도 경영진이 부진한 분야의 파트너 변호사를 불러 질책하기도 하지만 시장 분위기를 거슬러 호실적을 내기는 어렵다. 인력을 많이 늘린 곳은 줄어든 일감에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경영진들은 핵심 인력들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그 틈을 노리려는 경쟁사들이 많다는 점도 걱정해야 할 것이란 평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