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 올해도 적자?…'빅4' 회계법인 수임 경쟁에 깊어지는 역성장 고민
입력 24.03.29 07:00
안진 지난해 적자 기록
올해는 빅4 모두 역성장 고민
자유수임 늘며 감사보수 줄고
재무자문도 딜 가뭄 시달려
  • 빅4 회계법인이 신(新)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특수가 끝나가고 있다. 이들은 외감법 도입 이후 감사보수를 비롯해 자문 수수료까지 덩달아 올리면서  사상 최대 이익을 갈아치워 왔다. 

    하지만 작년부터 지정감사제가 끝난 기업을 중심으로 자유수임 경쟁이 치열해지고, 딜 가뭄에 시달리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안진 회계법인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고, 다른 회계법인들도 역(逆)성장폭을 줄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결산 시점이 다가오면서 회계법인들이 분주해 지고 있다. 삼정회계법인(3월말 결산)을 시작으로 회계법인들이 실적 결산이 이뤄진다. 안진은 5월말, 삼일과 한영은 6월말 결산을 예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실적 목표치를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그나마 지정감사제 도입으로 실적 안정성은 높아졌지만, 작년에 지정감사가 끝난 법인들이 대거 시장에 나오면서 '자유 수임'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 과정에서 과거와 같은 수수료 ‘덤핑’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지정감사보다 감사보수를 15%까지 낮춰서 입찰에 나서는 경우가 나타나는 등 자유 수임에 한해서 지정감사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관건은 자문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해 M&A를 비롯한 자문 업무가 한산했다. 기업들이 비용통제에 나서면서 자문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였다. 특히 M&A 자문의 경우 기업도 PE들도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렇다 할 빅딜이 나오지 않았다. 실사뿐 아니라 자문 업무로 영역 확장에 나선 회계법인들도 중소형딜을 통해서 버티기 모드였다. 세무분야도 정부가 친 기업 정책을 피면서 이전보다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이렇다 보니 자문 업무 전반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딜이 성사되더라도 클로징이 안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라며 “회계법인들은 비용은 들어갔지만, 이에 따른 수익 확보에는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장 관심을 받는 곳은 안진이다. 안진은 2023년 회계연도에 매출 5046억원, 당기순손실 65억원을 기록했다. 인건비와 임대료를 제외하고 고정비가 없는 회계법인의 사업구조상 순손실을 기록하기가 오히려 어렵다는 점에서 업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경은 높아진 인건비 탓이다. 해당 회계연도 인당 보수는 1억1678만원으로 직전 회계연도 대비 15%가량 증가했다. 

    문제는 한번 높아진 인건비를 낮추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이다. 더불어 순손실이 올해에도 이어질 경우 파트너들이 받아갈 몫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수익이 나는 부서에선 성과급 불만이 커지고, 일 잘하는 인력부터 이탈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한 빅4 파트너는 “경쟁사보다 성과급 격차가 날 경우 결국 일 잘하는 인력부터 이탈하게 된다”라며 “이런 악순환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위안거리는 안진이 올해 자유 수임 경쟁에서 빅4 중 비교적 선방했다는 점이다. 안진은 자산 56조원 규모의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현대엔지니어링, 코웨이, 금호타이어 등을 자유수임했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 6곳이 자유수임에 나섰는데 이 곳 중에서 4곳을 가져가는 선방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수임경쟁에서 뒤쳐진 빅4 회계법인들은 자문 업무 부담이 커진 셈이다. 

    다른 빅4 파트너는 “작년엔 실적 부진이 안진의 문제였다면 올해엔 빅4 모두 해당 문제를 안고 있다”라며 “자유수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를 자문 업무 성과가 올해 결산 실적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