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풍선' 곧 터진다?…총선 이후 불안감 더 커진 건설업계
입력 24.04.12 07:00
여소야대 총선 결과에 정부 동력 사라질까
기재부, 수도권 국가재정사업 중단 계획
신평사에 총선 전 PF 리포트 자제 요청도
"건설사, 부실화 우려에도 공시 정보 제한적"
대출 금지 리스트에 올라간 주요 건설사
  • 이번 총선 결과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펼쳐온 현 정부의 정책에 제동이 걸릴까 건설업계의 우려가 크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에서 드러났듯 건설사가 공시한 손실·충당부채 인식 등의 회계정보가 제한적이라 시장의 불안도 크다. 정부의 노력과 그에 따른 결실과는 무관하게 앞으로는 PF 시장의 혼란을 제어하기 쉽지 않을 거란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작년 12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정부는 '4월 위기설' 진화에 더욱 힘쓰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필두로 PF 사업장에 자금이 흘러 들어가게끔 하는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부동산 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 직후 "상반기 내에 시스템 리스크가 작동할 만큼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소위 4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월 "8월이 지나면 9월, 이후엔 또 10월, 11월, 12월 위기설이 돈다. 4월 위기설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부분"이라며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게 정부 역할"이라 강조했다.

    정부의 공식·비공식 대응에도 우울한 PF 지표

    그러나 정부의 진화 노력에도 불구, 건설업계에선 4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가 PF 위기의 시발점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각종 주택 미분양 해소 및 공급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황이 악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 2월 전국 주택 통계에 따르면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연속 증가세다. 작년 부도 건설사는 3년 만에 가장 많으며, 1년 사이에 폐업 건수도 71% 늘었다.

    PF 부실 리스크는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조3000억원 늘었다. PF 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1.19%에서 2.7%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대형 건설사마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1군 건설사도 1위인 삼성물산을 제외하면 대출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은행은 PF 대출 금지 건설사 리스트가 있다. 이 리스트에는 30위권 건설사도 포함돼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PF 리스크를 막기 위해 여러 정책을 내며 자금을 투입했지만, 고금리 지속 등 거시 경제(매크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이후에 어떤 정책이 남았을지 의문이며, 정책 효과가 한계에 맞닥뜨렸을 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미분양과 PF우발채무는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워 보이며 정보 공개는 제한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PF우발채무 부실화 우려에도 건설사들이 공시된 회계정보에 관련 손실이나 충당부채를 인식한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다"며 "2023년 말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직전인 2023년 3분기까지도 PF우발채무와 관련한 손실 및 충당부채를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공식 정책 외에도 비공식적으로 다양한 대책을 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수도권에서 진행하던 국가재정사업을 멈출 계획으로 알려졌다. 추후 발생할 수 있는 PF 관련 추가 지원을 확보하는 차원이라 전해진다. 

    신용평가사에는 총선 전까지 PF 관련 리포트 발간을 미뤄달라 요청했다. 시장 불안에 신평사 홈페이지를 찾는 수요는 늘어나는 분위기다. 기업들의 신용도, 나아가 부실 가능성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평사 리포트는 불황기일수록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의 정보가 공개될수록 혼란이 커지고 PF 이슈는 정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게 될 것"이라며 "투자금 회수(엑시트) 실패, 건설업계 부도·폐업 증가 등으로 시장 혼란이 커질수록 정부가 희망하는 부동산 연착륙이 경착륙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21대와 비슷한 22대 국회 구성…중대재해법 향방은?

    중대재해법도 건설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민주당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자는 국민의힘 제시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지난 2월 결정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산업 현장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 정부 여당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다"며 "현재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지금 그대로 시행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1명 이상 사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인 이상 발생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일부 대형 건설사마저 중대재해법 미흡한 상황이라 중소형 건설사는 더욱 미흡할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총선 이후에도 정부의 기조가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여소야대의 형국이 만들어졌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의석수가 지난 21대와 이번 22대 국회에서 크게 차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는 PF 관련 연착륙을 지속적으로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PF 부실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건 막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