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마린 청약 열기에 투자 사기도 기승…사전 공모에 특별 할인까지?
입력 24.04.26 13:06
취재노트
대표이사에 글로벌 투자은행까지 사칭
사전 공모로 경쟁 없고 공모가도 할인
자본시장법상 불가능…투자자 유의 필요
  • "현대마린솔루션 청약 신청하셨죠? 공모가 8만 3400원인데, 저희는 특별 배정 물량으로 지금 한 주당 5만원에 바로 가능합니다. 

    상장 시초가 10만원 이상 예상하고 있는데, 저희가 상장 전에 매도 타점까지 마지막으로 안내 도와드릴 예정입니다.

    통화 종료 후에 JP모건에서 문자가 가실텐데, 해당 대주주 IR 계좌로 증거금 1000만원 예치해주시면 됩니다" (HD현대마린솔루션 공모주 청약 사기 업체 통화 요약)

    이기동 대표이사부터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 사칭까지. HD현대마린솔루션의 청약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일확천금'을 미끼로 개인투자자를 유혹하는 투자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공모주 시장의 흥행을 틈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같은 사기 행각은 갈수록 수법이 고도화하는 모양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첫날이었던 25일에만 1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증거금을 모았다. 5개 증권사(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삼성증권)를 통해 39만1790명이 주문을 넣었는데, 업계에서는 최종 100만명의 주문과 30조원의 증거금이 모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어떤 증권사를 통해 청약을 신청하는 것이 가장 유리할 지 눈치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뒤에서는 '검은 손'이 개인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투자은행을 앞세워 ▲특별 할인된 공모가에 ▲경쟁이 필요없는 사전 공모 방식을 미끼로 개인투자자에 접근한다. '진짜같은' 홈페이지는 덤이다.

    결론적으로 현행 자본시장법상 사기 세력이 주장하는 방식은 모두 불가능하다. 우선, 공모주 청약은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경우, 주관을 맡은 국내 5개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청약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별 공모를 명목으로 할인된 가격으로 공모주를 매수하는 것과 일반 공모와 별도로 사전 공모를 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공모가격은 일반청약 전 진행되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으 통해 결정되며, 공시된 증권신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사기 세력은 이번 특별 공모 물량이 구주권자 물량으로 증권사에서 하는 일반청약과 다르단 점을 내세웠는데, 이 역시 불가능에 가깝다. 

    통상 비상장 기업의 구주가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우는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이 매도를 하거나, 특정 펀드의 보유 물량이 풀리는 경우다. 개인 투자자가 장외 시장 구주 거래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지금처럼 30만주나 되는 물량을 특정 운용사에서 개인투자자를 모아 매수하는 경우는 없다.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투자 업계에서는 사기 행각을 뿌리뽑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개인투자자 역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사기 세력은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를 본떠 와 교묘하게 홈페이지를 구현하지만, 막상 사업소개 등 본문의 '탭'을 클릭하면 해당 링크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 HD현대마린솔루션 측은 "현재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홈페이지를 통해 IPO 관련 피싱 사기 주의를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