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한도라도 우리에게 먼저"…수은의 금융지원 절박한 한화에어로·현대로템
입력 24.05.02 07:00
K9 자주포 금융계약 체결 두 달 남은 한화에어로
K2전차 820대 이행계약 남은 현대로템
폴란드, 국책은행 통한 금융계약 요구하지만
자본금 한도 상향에도 금융지원 여력 부족한 수은
  • 폴란드 군비청과의 2차 계약 물량을 두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남은 계약물량에 비해 받을 수 있는 금융지원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K9 자주포 152문 계약에 대한 금융지원 시한이 약 두 달밖에 남지 않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820대에 달하는 K2전차 2차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현대로템 양사 모두 금융지원이 절박한 상황이다.

    25일 폴란드 군비청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약 2조2526억원 상당의 천무 72대 2차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이번 계약은 오는 11월까지 한국 정부와 별도의 금융지원을 체결해야 효력이 발행한다는 조건부 계약이다. 앞서 작년 12월 계약한 K9 자주포 152문 계약 역시 오는 6월까지 별도 금융 계약 체결의 조건이 달려있다.

    현대로템은 K2전차 1000대를 기본계약(Framework Contract)으로 맺었는데, 남아있는 820대에 대한 실행계약(Executive Contract)을 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폴란드 군비청은 실행계약을 맺은 날로부터 6~7개월 이내에 금융지원이 확정되길 원하기 때문에, 당장 2차 계약분을 논의하고 있는 현대로템 또한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현대로템은 남은 K2전차 820여대에 대해 물량을 쪼개 계약을 맺는 방법 등 다각도로 고민 중이다.

  •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법정 자본금을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리는 수은법 개정안이 지난 2월 통과됐지만, 아직 출자가 이뤄지기 전인 데다 한도만큼 자본금을 채운다 해도 폴란드가 원하는 만큼의 지원을 해주긴 역부족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수은 앞 2조원 수준의 출자를 시작으로,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증액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반면 폴란드 군비청의 한국을 향한 금융지원 압박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파베우 베이다 폴란드 국방부 차관과 마르타 포스툴라 폴란드개발은행(BGK) 부행장은 이달 23~25일 사이 한화에어로스페스와 현대로템을 견학,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수은 등을 방문해 추가적인 수출금융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시중은행의 신디케이티드론 등을 통한 다양한 금융지원 방식을 제안하고 있으나, 폴란드는 최대한 국책은행의 지원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3조4474억원 규모 공급계약 체결에 금융지원을 해주기로 약속했지만 폴란드가 시중은행이 아닌 국책은행을 통한 지원을 원하면서 결국 금융계약은 체결되지 못했다. 현재 폴란드는 시중은행 신디케이티드론에 수출입은행의 보증을 추가로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책은행인 수은이 보증을 서는 만큼, 더 낮은 금리에 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압박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역시 수은에 금융지원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수은이 1차 계약 때 소진하고 남은 소량의 신용공여를 두고도 간절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은은 1차 계약 당시 폴란드에 약 6조원의 신용공여를 제공했는데, 현재 수은 자본금 기준으로 약 1조원에서 2조원 사이의 여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수출입은행법상 수은은 단일 차주에 대해 자기자본의 최대 40%까지 신용공여(대출·지급보증 등 은행의 직간접적 거래)가 가능하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은의 얼마 남지 않은 신용공여 한도를 두고 금융지원 데드라인 압박이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아직 2차 실행계약도 맺지 못한 현대로템 둘 다 서로 더 급하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방산업체들이 폴란드와의 수출 계약을 위해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보내고 있으며, 수출입은행은 남은 한도를 포함해 추가 지원에 대해 폴란드 측과 협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