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수수료 얼마나 한다고"...맥 빠진 밸류업, '스튜어드십 코드' 전철밟을 듯
입력 24.05.02 15:25
취재노트
구체적인 유인책 나올까 기대했지만
세제지원 방안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
거래소가 당근책 제시해도 실효성 '글쎄'
  • 금융당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이 발표됐지만 예상대로 구체적인 세제지원 방안은 이번에도 제외됐다. 세제 개편안이 가이드라인에 담기길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4월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추가 인센티브가 공식 포함됐지만, 연간 수백만원 수준의 혜택을 받기 위해 공시 부담을 더 지는 게 맞느냐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시행'에 의미를 두고 시작했다가 유야무야된 '스튜어드십 코드'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번 2차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에서 증권가가 주목한 부분은 세제 개편안이 구체적으로 담길지 여부였다. 이미 기존 인센티브는 2월과 4월 기발표된 상황이었던 까닭이다. 여기에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미국 워싱턴D.C.에서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한 세액공제 도입을 밝히면서 정책 기대감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당시 최 부총리는 주주환원 증가액에 대해선 법인세 부담 완화를 도입하고 배당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과세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도 세부적인 세제개편안은 담기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최 부총리가 세제지원의 방향성을 이미 이야기한 바 있어, 구체적인 검토가 마무리되는대로 추가로, 내용을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제대로 된 유인책을 기대했던 투자자들 입장으로선 또다시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기업들의 참여를 강제할 페널티가 없는 상황에서 세제혜택과 같은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차 세미나 당시, 인센티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2차 세미나에서 발표될 것이라 예고됐으나 이번에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거래소가 밸류업 표창을 받은 기업에 인센티브를 여럿 제시할 계획이지만, 세제혜택만큼 기업들이 체감하진 못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당장의 비용을 줄여주는 것보다는 미래의 불이익이 생길 경우 사정을 봐주겠다는 정도의 수준이다. 감리 제재조치시 감경사유로 고려해주거나, 불성실공시 관련 거래소 조치를 유예해주겠다는 식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해당될 일이 없다는 지적이다.

    연부과금 면제도 마찬가지다. 코스피 시가총액 1조원 기업 기준 연부과금은 539만원 정도다. 역시 면제해준다는 변경상장 수수료는 1건당 200만원이다. 절대 작은 돈은 아니지만, 이 정도 부담을 덜기 위해 공시 부담을 추가로 떠안는 게 맞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했던 저PBR주는 일제히 하락 중이다. 오후 2시35 현재 현대차는 0.4% 떨어지고 있다. 대표적 저PBR주로 꼽힌 KB금융(-2.91%), 신한지주(-0.64%), 하나금융지주(-1.87%) 등도 내림세다. 앞서 1차 세미나가 있던 당일에도 저PBR주 종목들이 대체로 하락했다.

    이런 흐름은 지난 2017년 도입된 기관투자가 대상 의결권 행사 지침 '스튜어드십 코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진통 끝에 강제성이 없는 자율지침 형식으로 도입됐다. 강제성이 없어 기업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밸류업 방안에도 스튜어드십 코드와의 연계가 정책 중 하나로 제시됐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 보는 운용업계 관계자는 드물다. 오히려 지난 2019년 SM엔터테인먼트에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등 적극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하려고 나서다 내외부 비판을 넘어서지 못하고 좌초한 KB자산운용의 선례가 다시 언급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인센티브가 나와야 증시가 환호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을 보고 '역시 맹탕'이라는 반응들이 나온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