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존재감 살렸어도 시장은 보수적 시각 여전
입력 2015.12.30 07:00|수정 2016.01.06 09:09
    정철길 사장 등 경영진, 실적개선 힘입어 승진
    수요둔화·공급과잉 등 불안요인 상존
    자회사간 자금 불균형 문제도 해결해야
    • SK이노베이션이 다시 SK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적개선과 함께 주요 경영진이 승진했다. 회사는 ‘위기 경영’을 외쳤던 지난해와 달리 성장동력 발굴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보수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1년 전보다 상황은 좋아졌으나 공급과잉 이슈 등 불안요인들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 1년만에 실적 대폭 개선…정철길 사장 등 주요 경영진 승진

      최근 SK그룹 조직개편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계열사는 SK이노베이션이었다. 정철길 사장이 취임 1년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회사 내 신규 임원 선임자와 승진자도 지난해보다 늘었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는 에너지·화학위원회가 신설됐다. SK이노베이션 산하 자회사들은 신규 부서를 만들어 해외사업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주요 경영진이 물갈이되고 내실다지기에 집중해온 지난 1년간의 모습과 대조적인 행보다. 단기간에 수익성 회복과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낸 것이 컸다. SK이노베이션은 올 3분기까지 1조673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3년 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했다. 지속적인 자산매각으로 총차입금은 2조원가량 줄였다. 이에 힘입어 올 하반기 회사의 신용도도 개선됐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신용등급 하락 압박이 없어지면서 숨통이 트였고, 최태원 회장까지 복귀하면서 분위기가 전환됐다”며 “위기경영을 강조했던 1년 전과는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예상을 뛰어넘은 회사의 회복력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선 보수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수익성 향상의 일등공신인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는 것은 긍정적이나, 글로벌 정유·화학시장 수급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 주요 선진국 및 신흥국의 성장둔화로 주요 제품들의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선 석유화학제품의 자급률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회사의 매출이 줄고 있는 주요 배경이다.

      ◇ 정유·화학시장 수급상황 여전히 부담…자회사간 자금 불균형도 해소해야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크다. 내년부터 아시아와 중동을 중심으로 대규모 상압정제설비(CUD) 증설이 예정돼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기준 생산능력의 11%에 해당되는 설비를 앞으로 5년간 지속적으로 지을 계획이다. 주요 화학제품의 기초원료인 에틸렌도 공급량이 대폭 늘어난다. 중국, 중동, 북미를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천연가스와 석탄을 기반으로 한 생산설비 증설이 이뤄지고 있다. 2019년이면 글로벌 에틸렌 생산량은 지금보다 19%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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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정제마진은 견조한 흐름을 보이나 수요성장 둔화 등으로 단기간 내 수급여건이 개선되긴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는 구조적인 요인들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황상 회사가 당장 투자규모를 대폭 늘리긴 쉽지 않다. 특히 기존 정유·화학사업에서의 설비투자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크다.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적절한 재무상태를 유지하면서 새 먹거리를 발굴하는 식의 경영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자회사간 자금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도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가장 자금이 풍부한 곳은 SK종합화학이다. 올해에만 넥슬렌 사업과 페루 가스수송 자회사 TgP(Transportadora del Gas de Peru) 지분 매각 등을 통해 700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은 상대적으로 보유현금이 적고 차입부담은 더 크다.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만 7400억원이다.

    • SK이노베이션이 2011년 중간지주사가 되면서 이들 자회사들은 자금을 직접 주고받을 수 없게 됐다. 꺼낼 수 있는 방법은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을 증자 형식으로 제공하는 방법 정도다. 지난달 SK종합화학이 3200억원의 중간배당을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체제가 된 이후 실적변동성이 커지다보니 어느 자회사는 자금이 많고 다른 곳은 부족한 상황”이며 “앞으로 이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