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스마트카가 새 먹거리" 국내 기업 투자 줄이어
입력 2016.01.22 07:10|수정 2016.01.22 07:10
    삼성·LG·SK 등 관련 사업 투자 '러시'
    미래차 산업 성장 기대, 국내기업 성과엔 의문
    경쟁력 확보가 관건…M&A 나설 가능성도 있어
    • 미래 자동차가 ‘유망주’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16’에는 130여 곳의 미래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참여해 핵심 기술을 공개했다. 전시 면적도 지난해보다 25% 넓어졌다. 8명의 기조연설자 중 2명이 완성차 업체인 폴크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의 최고경영자(CEO)인 점도 달라진 위상을 드러냈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트렌드는 전기차와 스마트카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갈수록 엄격해지는 환경규제가 친환경차의 중요성을 높였다. 거대시장인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예상보다 시장이 빨리 열리고 있다.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약 55만대. 업계에선 보급형 모델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에는 300만대 이상으로 그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 기능을 비롯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카 개발도 한창이다. 애플·구글·알리바바·소니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이 차례로 출사표를 던졌다. 모터·배터리·반도체 등 전기장비의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 이제는 자동차가 각종 첨단기술의 집합소가 됐다.

      자동차산업과 연결고리가 약했던 국내 대기업들도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전도유망한 영역을 성장동력으로 삼았다는 점에선 기대감이 형성돼 있다.

      가장 일찍 준비에 나선 곳은 LG그룹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 올라섰다. GM, 아우디, 볼보 등 20여곳의 글로벌오토메이커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LG전자는 2013년 신설한 자동차부품(VC) 사업본부를 통해 전장부품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다. LG이노텍·LG디스플레이·LG하우시스 등 계열사도 관련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 자동차 관련 투자현황

      삼성그룹은 배터리 제조를 맡은 삼성SDI가 그동안 홀로 관련 사업을 이끌어왔다. 최근에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에서 전기차 배터리 팩 사업을 인수,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앞으로 5년간 총 2조원 이상을 투자, 2020년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연초에는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을 위한 전장사업팀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가 그룹의 전기차 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는 기존 사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인데 이 사업은 SK이노베이션이 전담하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와 달리 존재감 있는 시장지위는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밖에 GS(양극재·음극재)와 포스코(음극재) 등이 배터리 소재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시장에선 사실상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투자에 매진 중인 삼성과 LG 정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의 성장세마저 꺾인 상황에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다만 배터리 외엔 아직 확실히 경쟁력을 갖춘 영역이 없다. 안전이 중요한 자동차의 특성상 시장의 신뢰를 받는 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핵심 전장부품 시장은 부품산업의 강자로 평가 받는 일본과 독일 등 해외 기업들이 지배하는 상황이다.

      크리스 박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부품의 전자화가 가속되는 상황은 분명 기회이긴 하나, 기존 업체들이 입지를 단단히 구축한 시장이기에 치열한 경쟁을 각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자들은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시장이 완전히 열릴 때까지 기존 진입장벽을 깨고,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보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상당한 자금이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전기차 관련 펀드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며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지가 불확실해 그 수혜를 받을지는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쟁력 강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단기간에 자동차 부품에 대한 이해와 노하우를 획득하는 방법으론 M&A만한 게 없다는 얘기다. 자체 육성에 집중하는 LG보다는 62조원의 현금을 쌓아둔 삼성의 행보가 주목 받고 있다.

      흥국증권은 지난해말 ‘IT기업이 관심을 가질만한 자동차부품 업체’라는 리포트를 통해 노르웨이 콘스버그오토(Konsberg Auto), 일본의 클라리온(Clarion), 프랑스의 발레오(Valeo), 미국의 넥스티어오토(Nexteer Auto), 다나홀딩스(Dana Holdings), 델파이(Delphi)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승재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금이 풍부한 거대 IT기업일수록 M&A를 통한 빠른 시장진입을 고려할 것”이라며 “최대주주가 완성차업체가 아니거나 재무안정성이 떨어져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큰 기업들을 중점적으로 지켜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