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아킬레스건' 된 한진해운
입력 2016.02.17 07:00|수정 2016.02.17 07:00
    [경고등 켜진 한진그룹]②
    대한항공 지원·자구노력 병행에도 체력 약화
    업황회복 기약 없고…정부지원도 요원해져
    현대상선 재무구조 개선에 '촉각' 곤두
    • 한진해운이 그룹 전반의 재무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대한항공의 지원과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에도 해운시장의 만성적인 선박공급 과잉과 정부·금융당국의 무관심으로 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상선의 미래가 한진해운에 미칠 파급까지 감안하면 불확실성은 더 커진 상태다.

      한진해운은 지난 2013년을 시작으로 대한항공으로부터 총 6500억원의 자금지원을 받았다. 자구노력에다 저유가라는 '보너스'가 더해지며 원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유류비도 대폭 절감했다. 현대상선보다 한 발 앞선 고용선 선박 정리·노선 합리화 등의 구조적 변화까지 일으키며 실적부진의 늪에서 탈출하는 듯 했다.

    •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대한항공이 잇따른 투자를 진행하면서 한진해운을 도울 체력을 잃었다. 지난해 대한항공이 A급 신용등급 지위를 상실하자 계열사들의 신인도는 도미노처럼 저하됐다. 한진해운 자체적으로도 자본잠식을 벗어나지 못하며 결국 투기등급으로 하락했다. 시장 불안감은 크게 확대됐다.

      국내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대상선·한진해운이 올해 갚아야할 회사채를 포함한 시장성 차입금 규모가 9000억원에 달한다"며 "최대 위기의 상황에 봉착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올해, 내년에 갚아야하는 회사채 규모는 5000억원을 넘는다. 정부의 시장안정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재차환분을 제외한 규모다.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이 회사채 상환 방안을 보여줘야만 민관합동으로 투자하는 '선박펀드'를 통해 선박을 공급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불확실성에 휩싸인 현대상선이 향후 어떤 전철을 밟으냐도 한진해운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움직임이 한진해운에 끼칠 파급효과에 미리 대비해야 할 때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진해운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마저 암울하다. 유가하락에 힘입어 작년 1분기부터 3분기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4분기에 거진 소진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이 종합적인 자구노력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안 함께 제기됐던 중장기 경쟁력 약화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한진그룹의 다른 계열사를 통한 지원이 거론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주주들의 반대가 거셀 것이란 목소리가 크다.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이 어떻게든 올해는 버텨나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 의지가 약해지고, 시장성 차입금 조달이 막혀버린 상황에서 그룹 전체의 재무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