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 주저했던 CJ제일제당, 조달비용 얼마나 낮출까
입력 2016.02.18 07:00|수정 2016.02.18 07:00
    보류 결정 한 달만에 5000억원 회사채 발행 나서
    'AA급' 기업들 연이어 수요예측 흥행…저금리로 자금조달
    • CJ제일제당이 다시 회사채 발행에 팔을 걷었다. 시장상황이 불확실하다는 판단으로 발행계획을 보류한 지 한 달만의 결정이다.

      신중한 회사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보다 만족할만한 금리조건으로 자금조달에 성공할지 주목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NH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발행시기는 26일로 잡았고 오는 19일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만기는 3년, 5년, 7년, 10년으로 나눠져있다. 조달 자금은 회사채 차환과 은행 대출금 및 기업어음(CP) 상환 등에 쓸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오래 전부터 회사채 시장에서 환대받는 곳 중 하나다. 상대적으로 경기변동의 영향이 작은 가공식품을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다는 게 높은 점수를 받는다. 최근 차입부담이 커졌지만 연 1조원 이상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감안하면 양호한 재무상태를 유지한다는 평가다.

      애초에 CJ제일제당은 1월에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려다가 시장상황 불안을 이유로 이를 보류했다. 원하는 금리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긴 하나 신용등급 AA급 기업들조차 0.05~0.10%포인트가량 금리를 더 높게 제시해야 할만큼 시장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같은 등급인 LG생활건강과 GS칼텍스는 차환발행 대신 현금상환을 결정했다. 수요예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진행상황을 공개할 수 없는 ‘블라인드 제도’가 올해부터 도입된 것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막상 뚜껑을 여니 양상은 다르게 펼쳐졌다. LG유플러스, 현대제철, KT 등 AA급 이상 기업들이 차례로 흥행을 이어갔다. 투자자들의 환대 속에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일각에선 CJ제일제당이 가장 좋은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당시 한 증권사 채권영업 담당자는 “바이오사업 투자로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기에 언젠가는 다시 회사채 발행에 나설 것”이라며 “연초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에 많이 나서는 시기이도 해서 이때가 더 좋았을 수 있다”고 밝혔다.

    • 일단 시장은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중순 2.11% 수준이었던 만기 3년 회사채 금리는 1.91%로 떨어졌다. 최근 SK하이닉스(AA-)가 투자자들의 좋은 반응 속에 개별민평(민간평가사 4곳이 집계한 평균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유가하락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이어지는 것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3월 미국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연초보다 더 힘을 얻고 있기도 하다.

      현재 CJ제일제당의 3년 만기 회사채 개별민평은 1.781%로 한 달 사이에 0.2%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회사를 안정적으로 바라보는 채권 투자자들의 시각은 그대로다. 메이화성우(梅花生物) 인수 등 바이오사업에서 자금소요가 있지만 주력인 식품사업의 안정성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발행 자체는 문제가 아닌만큼 시장의 관심은 회사가 얼마나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느냐로 쏠린다. CJ제일제당은 그동안 시장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혀왔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금리가 하락하면서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될 것으로 본다”며 “너무 금리가 낮은 상황이다보니 투자자들이 고민할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영향을 줄만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