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첫 시내면세점, 롯데·신라에 미칠 나비효과
입력 2016.02.22 07:00|수정 2016.02.22 07:00
    5년간 매출 10兆 목표…“비용증가 감수하고 적극 투자”
    격전지 된 서울 중구…신세계 상품구성·판촉능력이 최대관건
    ‘주가하락’ 호텔신라 부담 가능성…호텔롯데 상장에도 영향
    • 면세점이 들어설 예정인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이미지 크게보기
      면세점이 들어설 예정인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그룹이 면세점 투자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었다. 업계에선 유통강자인 신세계의 진입이 향후 경쟁구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모두 포진한 서울 중구 일대에선 경쟁심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가치가 한창 중요해진 양사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신세계 5월 개점 목표로 투자 한창…상품구성·판촉 경쟁력이 ‘관건’

      신세계는 최근 서울 중구 백화점 본점 중 일부를 면세점으로 바꾸는 공사를 시작했다. 기존 건물의 5개층(8~12층)이 면세점으로 변신하게 된다. 개점시기는 5월로 잡고 있다. 올해 매출액은 1조5000억원, 2020년까지 누적매출액은 1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세상에 없는 어메이징(amazing)한 면세점을 만들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회사채 발행을 통해 1000억원을 조달하면서 투자를 위한 실탄마련에도 적극적이다. 해당금액은 면세점 상품 직매입 및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쓸 예정이다. 회사는 초기 고객유치를 위한 마케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뿐 아니라 개인 관광객들을 잡기 위한 상품구성 및 마케팅에도 힘쓸 것”이라며 “초반 마케팅비용 증가는 감수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신세계가 얼마나 상품구성을 잘할 수 있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면세점은 백화점과 달리 판매할 상품을 직접 구매해야 하기에 재고부담이 크고, 그만큼 인기 있는 명품브랜드 유치능력이 중요하다. 한 발 먼저 사업을 시작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와 HDC신라면세점은 명품브랜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시내 주요 면세점 현황

      백화점사업에서 상품구성 능력을 인정받은 신세계라도 면세점에선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인근에는 시내면세점 중 가장 매출규모가 큰 롯데면세점 소공점이 있다. 여기서 멀지 않은 장충동엔 신라면세점이 있다. 최소한 이들과 대등한 경쟁력은 갖춰야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판촉 경쟁력도 중요하다. 시내면세점 고객 중 절반가량은 외국인 단체관광객이다. 그만큼 여행사들과의 긴밀한 관계가 중요하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중국에 사무소를 두고 현지 여행사들과 함께 여행상품을 기획하는 이유다. 업계에선 신세계가 이쪽에서 단숨에 경쟁력을 갖추긴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경쟁사들은 개인고객은 어느 정도 내줄 순 있으나 단체고객을 쉽게 뺏기지 않을 걸로 보고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오랫동안 경쟁력을 쌓았기에 단체고객 쪽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신세계가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대폭 올리면 영향을 끼치긴 하겠으나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호텔신라 단체고객 뺏길지 ‘관심’…호텔롯데 상장時 영향 줄 가능성도

      업계 2위인 호텔신라가 당장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관심이다. 그동안 해외 단체관광객의 면세점 쇼핑은 주로 ‘소공동(롯데)→장충동(신라)→잠실동(롯데)’으로 이어지는 코스에서 이뤄졌다. 이 중 잠실점은 문을 곧 닫는다. 호텔롯데는 이를 강남 코엑스점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만약 신세계 면세점이 경쟁력을 갖춘다면 여행사들은 장충동 신라면세점 대신 이동이 더 편한 신세계를 선택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예전만 못한 호텔신라 입장에선 부담감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 면세점 사업자가 5년마다 교체될 가능성이 현실화한 이후 호텔신라의 주가는 쭉 하락세다. 지난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고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내렸다. 회사는 104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냈다.

    • 호텔신라 관계자는 “면세사업자 중 유일한 상장사다보니 산업 자체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곧바로 반영됐다고 본다”며 “국내 면세사업 실적이 견조하고 장기적으로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해외사업 실적도 좋아질 것이기에 기업가치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을 준비 중인 호텔롯데 입장에선 반길만한 상황은 아니다. 호텔신라는 사업구조가 비슷하고 상장기업이란 점에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산정하는데 참고가 됐다. 호텔신라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호텔롯데 역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온다. 시장에선 호텔롯데의 공모 규모가 5조원, 시가총액은 14조~18조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선 롯데그룹이 굳이 상장가격을 높이는데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분이 거의 없는데다, 일본 주주들의 차익실현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면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지배력 등을 고려하면 적절한 가격에 상장해 그 이후 주가가 점진적으로 오르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