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시험대 오른 조원태 부사장…구조 개혁은 '글쎄'
입력 2016.02.25 07:20|수정 2016.02.25 07:20
    [경고등 켜진 한진그룹]④
    한진해운·대한항공 동반부진 속
    올해 초 '총괄부사장' 선임
    경험 부족해 영향력은 미미

    재계 10위 그룹에 걸맞는
    큰 변화 보일 지엔 회의적
    • 한진그룹이 험난한 형국에 들어선 가운데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이 경영 시험대에 올라섰다. 시장에선 한진그룹이 유의미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길 바라면서도 후계구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한진그룹이 그간 고수해 온 전략과 시장에서의 이미지를 고려했을 때  강력한 수준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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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사진) 부사장은 올해 초 대한항공을 진두지휘하는 '총괄부사장'이라는 직함을 받았다. 기존의 여객·화물영업 및 기획부문 담당에서 책임이 강화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말에는 한진해운신항만의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돼 해운 부문에서의 경영 참여도 알렸다.

      이는 조 부사장이 표면상 한진그룹의 후계자로 부상했음을 알리는 정도에 그칠 뿐이라는 해석이다. 한진그룹의 실질적인 의사 결정자들이 뒤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조원태 부사장의 경영 경험이 실질적인 최종권한을 가지기에는 부족하다"라며 "특히나 지금처럼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경영·재무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의사결정권자들도 결정을 내리고 방향을 잡아가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조양호 회장의 활발한 움직임도 그룹의 후계구도 변화가 아직 임박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조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룹 현안을 이전처럼 직접 챙기고 있다.

      시장에선 조원태 부사장의 총괄부사장 역임이 최소한 그룹 내 분위기 전환으로는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진그룹은 특히나 금융시장에서 꽤나 보수적인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기업·신용분석 애널리스트들이 소통하기에 까다로운 기업 중 한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진 3세의 책임 강화로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국적 항공사라는 위상에 적합한 평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만큼 한진그룹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냉정해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 특히 대한항공은 대내외 신인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갑(甲)이라는 인식을 보여왔다"며 "그룹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금융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만큼 이제는 평판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금융리스를 고집하는 이유 등 자금조달 및 운용 방식 전반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라며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예기치 않은) 소식이 급작스럽게 생길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변화하는 글로벌 항공시장 흐름에 발맞춰 대한항공도 그간 고수해 온 눈높이에 변화를 줘야 하는 시기라는 평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한 외항사로부터 받은 미주노선 관련 합작회사(JV) 제안을 거절한 적이 있었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합작 또는 공동투자 등의 흐름이 확대되는 추세 속에서 이런 고자세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사와 조직개편으로 변화를 주려고는 하지만 한진그룹이 당장 시장에서 요구하는 만큼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할지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게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1위 삼성그룹도 생존을 위한 몸집 줄이기에 매진하고 있고, 이를 위해선 오너의 결단이나 전문경영인에 맡기는 책임 경영이 수반돼야 한다"며 "우위적 지위를 내세우기를 선호하는 한진그룹이 국내 10위라는 기업의 위상에 걸맞는 이러한 큰 변화를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