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 돼"…고민에 빠진 유통 빅3
입력 2016.02.26 07:01|수정 2016.02.26 07:01
    롯데쇼핑, 지배구조 정리가 우선
    '공격적 투자' 신세계, 불안 요소
    현대百, 적극적 성장전략 필요
    • 롯데쇼핑은 여전히 해외사업이 가장 큰 골칫거리다. 지난해 2370억원(백화점·할인점 합산)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의 사상 첫 연간 순손실의 주범이다.

      가장 손실규모가 큰 중국사업은 당장 손 털기도 힘든 ‘계륵(鷄肋)’으로 전락했다. 100여개의 매장을 한꺼번에 철수하면 그 여파가 만만치 않다. “지금처럼 부실 매장을 조금씩 정리하면서 적자폭을 줄여가는 전략이 최선”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룹 지배구조 문제까지 얽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다툼 속에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으로부터 중국 유통사업의 실패로 공격받고 있다.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롯데그룹 내에서 유통사업이 다소 뒤로 밀리기도 했다. 기존 투자계획 외엔 온라인이나 모바일 등 새로운 영역에서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신세계는 최근 몇 년간 대규모 투자로 차입부담이 한층 커졌다. 그동안 이마트 분사와 합작사를 통한 아울렛·복합쇼핑몰 투자방식으로 그 부담을 분산해왔다. 그럼에도 안심할 수 없을만큼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진다는 평가다.

      회사는 올해 사상 최대인 4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복합쇼핑몰·백화점·대형마트뿐만 아니라 면세점과 O2O 및 물류분야 투자까지 나선다. 일단 전략만 놓고 보면 “가장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승계 이슈도 잠재적 변수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 정유경 사장은 백화점을 맡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그룹 경영권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 사업전략도 변할 가능성이 있다.

    • 현대백화점은 유통 빅3 중 재무상태가 가장 탄탄하다. 일찍이 비용절감으로 효율적인 비용구조를 만들었고 차곡차곡 현금도 쌓아뒀다. 반면 백화점과 홈쇼핑을 중심으로 한 사업 포트폴리오는 경쟁사에 비해 단순하다.

      시장에선 유통업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또 다른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회사는 신중하게 접근 중이다. 일단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비전 2020’ 발표 이후 인수·합병(M&A) 시장에 명함을 내미는 빈도는 잦아졌다. 한섬과 리바트 등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중장비업체인 에버다임 인수도 마무리했다.

      한섬을 제외하면 대부분 1000억원 미만의 중소형 거래다. 굵직한 수준의 변화는 아니라는 평가다. 렌탈사업은 동양매직 인수실패 후 자체육성을 택했다.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에 나서며 물류에도 관심을 보였으나 거래가 무산됐다.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지키면서 꼼꼼하게 새 먹거리를 찾는 건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기대를 끌어올릴만한 성장전략을 구성해야 한다는 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출점효과가 올해로 끝나는데 ‘내년부터 뭘 할 것이냐’는 투자자들의 질문에 뚜렷한 모습을 내놓진 않았다”며 “해법은 M&A밖에 없지만 회사의 신중한 접근방식이 바뀔 것 같진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