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신중한 현대百, 투자자는 '통 큰 승부수' 요구
입력 2016.03.04 07:00|수정 2016.03.04 07:00
    재무안정성 유지하며 꼼꼼히 새 먹거리 모색
    뚜렷한 전략 제시 필요…출점효과도 올해로 끝나
    • 현대백화점은 국내 유통 빅3 중 재무상태가 가장 탄탄하다. 회사는 이를 유지하면서 신중하게 새 먹거리를 모색하고 있다.

      접근법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성장둔화를 어떻게 타개할지 뚜렷한 구상을 내놓진 않았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구체적인 성장전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말 기준 총차입금은 약 7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몇 년간 50~60%대 부채비율을 유지할만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매년 4000억~5000억원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내고 있고, 2700억원가량의 현금성자산도 보유했다.

    • 현대백화점 실적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수익성이 저하됐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경기 판교 복합쇼핑몰의 출점효과가 있었다. 작년 매출은 이전 2년에 비해 신장됐다.

      “추가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는 오래다. 새 영역에 뛰어들만한 재무적 여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자연스럽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잠재적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일도 잦아졌다. 회사의 성장전략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회사는 신성장동력 확보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언급해왔다. 정지선 회장이 지난 2010년 ‘비전 2020’을 통해 2020년까지 그룹 매출 20조원, 경상이익 2조원, 현금성자산 8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올해도 신년사를 통해 "이제 기존 사업만으로는 성장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며 유통업이 아닌 분야에서 성장을 꾀할 것임을 예고했다.

      M&A시장에 명함을 내미는 빈도가 잦아지긴 했다. 한섬과 리바트 등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지난해엔 중장비업체인 에버다임 인수도 마무리했다.

      한섬을 제외하면 대부분 1000억원 미만의 중소형 거래다. 굵직한 변화는 끌어내지 못했다는 평이다. 렌탈사업은 동양매직 인수 실패 후 자체육성을 택했다.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에 나서며 물류에도 관심을 보였으나 거래가 무산됐다. 그 외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재무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꼼꼼하게 새 먹거리를 찾는 전략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사업 포트폴리오상 빈 곳들을 적절히 채워나간다면 탄탄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리바트·한섬에 대한 B2C 전략을 잘 펼쳐 PB 상품화에 성공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다만 판교 출점 이후 구체적인 성장전략이 드러나지 않았다. 대규모 투자들이 올해 대부분 끝난다. 서울 동대문(케레스타)과 문정동(가든파이브), 인천 송도의 아울렛 이후엔 출점계획이 없다. 외형확대에 기여했던 출점효과도 함께 끝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통사들의 신규출점 경쟁이 해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정지선 회장이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길 바란다는 의견도 있다. 비용효율화에 집중했던 정 회장의 기조가 얼마나 바뀔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지선 회장의 3세 경영 체제 안정화를 위해서는 향후 1~2년 이내에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