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변화’ 내건 LG화학, 에너지·물·바이오에 힘 싣는다
입력 2016.03.07 07:00|수정 2016.03.08 09:51
    미래 먹거리 선정…적극적 투자로 집중육성
    ‘간판’ 전기차 배터리, 올해 매출 1조2000억원 이상
    박진수 부회장 “영속기업 도약 위한 성장기반 다질 것”
    • LG화학 오창공장 전경 이미지 크게보기
      LG화학 오창공장 전경(회사 제공)

      지난해 LG화학의 행보를 담은 키워드는 ‘다각화(多角化)’였다. 소재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간판 신사업인 전기차 배터리사업은 수주확대가 이어진 가운데 중국 남경의 생산공장도 완공됐다. 동부팜한농 인수에 나서며 농업생명과학으로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회사는 올해 이같은 전략을 더 강력히 추진한다. 신성장동력의 범위를 소재에서 한층 넓혔고 전략은 구체화했다. 에너지·물·바이오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로 했다. 적극적인 투자로 생존을 위한 ‘선제적 변화’를 지속할 방침이다.

      ◇ 신사업 ‘간판’ 전기차 배터리, 올해 1兆 이상 매출 기대

      지난 4일 충북 청주시 오창 과학산업단지에 있는 LG화학 오창1공장. 자동차전지동(洞)은 주문받은 제품을 생산하느라 분주했다. 설비들은 100% 가동 중이다.

      양극·음극·분리막으로 구성된 얇고 길다란 판이 컨베이어벨트 위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자동화된 기계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이를 절단하고 쌓는다. 적층(積層) 작업이 끝난 각각의 판들을 또 다른 기계들이 회전을 통해 돌돌 감는다. 전극을 쌓고 접어 내부 공간활용을 극대화해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리는 스택&폴딩(Stack&Folding) 기술이 시현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완성된 반제품들을 초음파 용접을 통해 알루미늄 파우치로 포장한다. 이 과정에서 파우치 내부를 진공상태로 만들어 전해액을 주입하고 밀봉한다. 조립이 완전히 끝난 배터리들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활성화 공정으로 넘어간다. 충·방전 검사가 끝나고 숙성화 과정이 끝나면 전기차용 배터리의 출발인 셀(Cell)이 탄생한다. 이 배터리 셀들을 결합하면 전기차를 움직이는 배터리 팩(Pack)이 된다.

    • 6. [사진] 오창 전기차배터리생산라인 이미지 크게보기
      배터리 셀(Cell)을 확인 중인 오창1공장 생산라인의 직원들

       오창1공장에선 연간 5000만개의 셀을 만들어낸다.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HEV) 소나타 1만대 이상에 탑재할 수 있는 양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자랑한다. 회사는 이곳과 미국 홀랜드 공장, 중국 남경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GM, 포드, 크라이슬러, 아우디 등 20여곳의 자동차 제조사에 납품한다. 수백만대가 넘는 수주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LG화학은 올해 전기차 배터리사업이 1조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중재 LG화학 자동차전지 생산센터장은 “LG화학은 세계 배터리 제조사 중 유일한 화학 기반 회사로 자체적으로 소재를 생산해 내재화할 수 있다”며 “원가에서도 경쟁력을 갖춰 전기차 배터리가 갖춰야할 3박자인 ‘안전성·성능·원가경쟁력’을 모두 갖췄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전지동 인근에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도 LG화학의 배터리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배터리 셀 14개를 쌓아 만든 모듈 13개가 일렬로 쭉 늘어서 있다. 이같은 라인이 12개가 있다. 총 배터리 용량은 7메가와트시(MWh)다. 회사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각 모듈별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관리하고 있다.

      오창공장에선 주로 전기사용이 적어 요금이 낮은 심야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기사용이 많은 낮에 활용하고 있다. 2014년 7월 가동을 시작한 이후 “요금 절감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 박진수 부회장 “선제적 변화 일상화”…에너지·물·바이오 집중 육성

      투자가 한창인 곳은 오창공장뿐만이 아니다. LG화학은 올해 에너지·물·바이오를 3대 미래 먹거리 분야로 선정하고 적극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5. [사진] LG화학 CEO 박진수 부회장 인터뷰

      박진수(사진) LG화학 부회장은 이날 오창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류가 존재하는 한 반드시 필요한 분야이기에 해당 사업들을 집중 육성할 것”이라며 “회사가 영속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근본적인 성장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져나가겠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에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고기능 합성고무(SSBR) 등 친환경 차량용 소재, 기존 배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전지, 폐열을 전기에너지로 활용하는 열전소재, 연료전지용 소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와 ESS도 여기에 해당된다.

      물 분야에서는 수처리 사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회사는 지난 2014년 미국 수처리 분리막업체인 나노H2O를 인수한 이후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 지난해 9월 400억원을 들여 청주에 수처리 역삼투압(RO) 필터 전용공장을 지었다. 지난해말 똑같은 금액을 들여 증설을 시작한 두 번째 생산라인도 오는 11월 가동을 시작한다. 현재 전세계 8개 해수담수화 프로젝트에 RO필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바이오 분야의 경우 작물보호제와 종자처럼 농업생명과학 쪽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수를 눈앞에 둔 동부팜한농이 대표적 사례다. 기술개발이나 M&A를 비롯해 할 수 있는 방안은 모두 검토할 계획이다.

      인구증가와 신흥국의 경제성장을 염두에 두고 해당 산업에 선제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싱크탱크(Think Tank)로 불리는 국가정보위원회가 발간한 ‘글로벌 트렌드 2030’에 따르면 현재 73억명 수준인 세계 인구 수는 2030년까지 83억명으로 증가한다. 그 영향으로 같은 기간 에너지 분야에서의 수요는 50%, 물은 40%, 식량은 35%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신성장동력의 범위가 한층 넓어진 모습이다. 그동안 회사가 밀었던 미래 먹거리는 소재사업이었다. 2018년까지 소재사업에서 12조원의 매출을 내는 것을 목표로 잡아놓은 상태다. LG디스플레이로 넘긴 OLED 조명사업과 꾸준히 성장 중인 고흡수성 수지(SAP)를 제외하면, 기존 소재사업에 바이오 분야까지 붙이며 신사업의 범위를 넓힌 셈이다. LG화학은 이같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생존경쟁력을 키울 방침이다.

      박진수 부회장은 “지속적인 변화만이 미래의 생존과 성장을 보장하는 만큼 ‘선제적 변화’를 일상화해 나가겠다”며 “해당 신사업들의 R&D 강화, 생산능력 확보, M&A 등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