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반전' 정유업계, 투자자 우려도 바닥 찍었다
입력 2016.03.22 07:00|수정 2016.03.23 09:24
    정유4사, 수익성·재무구조 동시 개선
    신용도도 변화…‘저유가 효과’ 지속 기대
    공급과잉 우려 여전…경유 마진악화 불안요인 꼽혀
    • 국내 정유업체들은 지난해 수익성을 대폭 회복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최근 이들의 신용도는 개선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의 우려도 이제는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론 이어지고 있는 공급 과잉 상태에 대한 고민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4조7923억원으로 전년보다 5조원 이상 증가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저유가 기조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정제마진이 개선된 덕이 컸다. 화학사업 또한 원재료 가격절감 효과를 보며 보탬이 됐다.

      현금 창출 능력이 회복되면서 차입부담도 함께 줄었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는 1년 새 총차입금을 1조원 이상 줄였다. 현재 국내 주요산업 중 정유업은 신용평가사들의 전망이 ‘안정적’ 이상인 거의 유일한 업종이라는 평가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특정 신평사가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한 업체도 ‘안정적’으로 조정될만한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어 조만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 정유업은 시장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보는 업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주주환원정책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보인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이 배당을 재개했다. 평소보다 많은 주당 4800원, 130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양사는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을 기본급의 700% 이상을 지급하기로 할 정도로 사내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전환된 모습이다.

      투자자들의 불안도 한결 누그러졌다. 저유가로 셰일오일을 비롯한 비전통자원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게 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처럼 큰 폭의 실적개선은 어렵지만, 이같은 긍정적인 흐름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채권시장에서도 정유업체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올해 들어 회사채 시장은 좋은 업황에 속한 우량기업들로 더 관심이 쏠리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이런 정황상 정유사들이 자금조달에 나서면 투자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크다.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저유가 효과가 이어지면서 지금처럼 긍정적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부 정유사는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고민하는 걸로 아는데 우리도 이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투자한도를 늘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정유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춤한 수요 증가세, 셰일오일 생산증가 등으로 2014년부터 공급과잉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중동 국가들과 중국의 정제설비 증설규모가 만만치 않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까지 풀리면서 석유제품의 공급량이 한층 증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 특히 최근 정제마진이 크게 악화된 경유(디젤)를 주목하고 있다. 어느덧 마진이 배럴당 10달러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사실상 주식시장에선 휘발유의 정제마진이 지금보다 얼마나 더 좋아질지가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릴만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수출을 대거 늘리고 있는 중국의 영향이 가장 크다. 지난해 상반기 약 32만9000톤이던 중국의 월 평균 경유 수출량은 하반기에 약 86만5000톤까지 늘었다. 올해도 이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보다는 양이 소폭 줄긴 했으나 전년 동기보다 10배가량 많은 수출량을 기록 중이다.

      증권사 정유 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경제 성장률이 주춤하면서 경유의 주사용처인 현지 제조업체들의 설비가동률도 좋지 않은 편”이라며 “수요가 개선되기 어렵다보니 대책으로 수출을 꺼내든 모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