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력 갖춘 中 가전업체, 국내 가전시장 공략 본격화
입력 2016.03.22 07:00|수정 2016.03.22 07:00
    샤오미, 한국 총판협약 맺고 오프라인 판매 시작
    하이얼·메이디 등 글로벌 기업 인수 통해 경쟁력 확보
    삼성·LG 등 국내업체 타격 불가피…“대처방안 고민될 듯”
    • “싼 가격을 앞세워 100명 중 80명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토니 주 샤오미 생태계팀 총괄이사)

      샤오미가 본격적으로 한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16일 공식적으로 국내 총판협약을 맺고 오프라인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제품은 보조배터리·미밴드·공기청정기·스피커·이어폰 등 스마트제품과 음향기기다. 이미 온라인 판매만으로도 국내시장에서 적지 않은 인기를 얻었던 제품들이다.

      주력상품인 스마트폰·태블릿PC·TV는 판매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그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날 총판 협약식에선 계약내용에 스마트폰·태블릿PC·TV 판매 관련 조항이 있었는지, 향후 판매계획이 있는지 등 이와 관련된 질문들이 연이어 나올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 GE·샤프·도시바 등 글로벌기업 연이어 품어…기술경쟁력도 강화

      중화권 전자업체들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올해 들어 한층 빠른 속도로 글로벌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특히 가전시장 확대 움직임이 눈에 띈다. 지난 1월 하이얼(Haier) 그룹이 54억달러(한화 약 6조5000억원)를 들여 제너럴일렉트로닉스(GE)의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하이얼의 원가경쟁력에 GE의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최근에는 일본 기업들에 손을 뻗고 있다. 대만 훙하이(鴻海) 그룹이 샤프 인수를 마무리 짓고 있으며, 중국 메이디(美的)는 도시바 백색가전 사업 인수에 뛰어들었다.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가전업체들은 내수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에 한창이었다. 10여년간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 업계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가장 변화가 극심했던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사라진 브랜드만 30개가 넘었다. 하이얼·하이센스(Hisense)·스카이워스(Skyworth)·TCL·콩카(Konka) 등 5대 가전업체가 이 과정에서 외형을 키우며 시장을 장악했다. 이들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한 가운데 메이디·거리(格力)·거란스(格兰仕)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살아남은 업체들은 기술 경쟁력 향상에 더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해외기업 인수도 그 일환이다. 하이얼은 2011년 일본 산요의 동남아시아·일본 백색가전 사업부와 뉴질랜드 피셔앤페이켈(Fisher&Paykel)을 인수했다. 같은 해 메이디도 미국 UTC그룹의 캐리어 에어컨 사업부를 인수했다.

      더 이상 저가전략만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 컸다. 중국 노동시장은 이미 2007년부터 공급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인건비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보다 인건비가 싼 멕시코·베트남·말레시아·필리핀 등에 공장을 짓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기업들은 더 값싼 제품을 내놓으며 저가시장에서 추격 중이다. 중국 정부의 기조도 더 이상 저임금에 의존한 사양사업은 필요 없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소비성향도 점차 대중(mass) 소비로 바뀔 가능성이 거론된다.

      LG경제연구원은 “향후 중국이 저부가가치 소비에서 대중 소비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중가(Middle-end) 제품 수요가 반드시 대량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 제조업에 큰 기회”라고 전망했다.

      ◇ PC·스마트폰 이어 가전까지 ‘잠식’…국내업체 타격 불가피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국내업체들 입장에선 이같은 모습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저성장기에 진입하면서 갈수록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같은 흐름 속에 중국기업들은 더욱 가성비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장점을 앞세워 중국은 이미 PC와 IT부품 시장에서 대만기업들과 함께 주도권을 가져간 상황이다. 스마트폰 시장도 화웨이·샤오미·레노버·ZTE 등의 공세가 거세다. LG전자는 어느덧 글로벌 시장점유율에서 5위권으로 밀려났다. 업계에선 이제는 삼성전자가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 가전시장마저 중국기업들이 잠식한다면 국내업체들은 어떤 식으로든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가전제품들은 아직 프리미엄 시장에선 존재감이 미미한 편이긴 하다. 다만 중저가 제품만으로도 글로벌 백색가전 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LG전자처럼 TV·세탁기·에어컨 등 생활가전 사업의 비중이 큰 업체들은 더 위협을 느낄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국이 중저가 쪽은 다 따라잡았고 가전에서도 그동안의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LG전자를 비롯한 국내업체들은 이 상황에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 고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가전시장은 IT와 달리 단기간 내로 영향력을 키우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가전시장은 기술 개량주기가 긴 편이다. 혁신적인 제품이 빠르게 쏟아져 나오는 영역이 아니다. 원천기술을 거의 갖고 있지 않은 중국 기업들 입장에선, 추격은 가능하나 신제품을 통한 세대교체까지는 주도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시장 진출시엔 현지화 전략도 중요한데 마케팅 및 유통채널 확보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공세에도) 북미시장에선 월풀(Whirlpool)이 계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LG전자도 현지화를 잘해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며 “프리미엄 가전 쪽은 현지화 전략이 쉽지 않기에 중국 기업들이 우려할만한 영향을 주긴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