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택배의 C2C 기반, DHL·UPS에 '어필'
입력 2016.03.25 07:00|수정 2016.03.25 07:00
    글로벌 1·2위 DHL·UPS, 인수전 참여
    다양한 SOHO 고객으로 확보…집하능력 뛰어나
    아마존 등 이커머스 기업, 해외진출時 상품확보에 ‘초점’
    이들의 아시아 진출전략에 활용 가능성
    • 로젠택배의 사업구조는 다른 택배업체들과 다르다. 개별사업자인 택배기사들과 화주들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소비자간 거래(C2C)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고객의 상당수는 소규모 업체(SOHO)며 직접 보유한 물류 인프라가 거의 없다.

      매각절차를 밟기 전부터 국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다. 하지만 인수전에 뛰어든 글로벌 1·2위 물류사인 DHL과 UPS에는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이커머스(E-Commerce) 기업들의 상품소싱 전략에 활용하기 좋은 사업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 다양한 SOHO 확보…이커머스기업 사업확장에 활용 가능성

      로젠택배는 국내 4위(점유율 약 11%)의 택배전문업체로 연 2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매년 40억~50억원 증가하며 현금창출능력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60%대의 부채비율을 유지할만큼 재무구조도 안정적이다.

    •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만한 매물은 아니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물류사업에 뛰어들려는 기업 입장에선 대형화주의 존재여부와 창고와 터미널 같은 물류인프라의 수준이 중요하다. 이같은 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다.

      로젠택배는 종합물류사도 아니고 C2C보다 훨씬 시장이 큰 B2C(기업 대 소비자 거래)의 비중은 작다. 인프라 대부분은 임차하고 있다. 택배시장은 치열한 경쟁에 과점구도로 재편 중이다. 물류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현대백화점과 쿠팡이 인수전에 불참한 결정적인 이유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사업을 하려는 입장에선 굳이 인수할만한 사업구조는 아니라고 본다”며 “동종업계에서도 CJ대한통운은 독과점 문제에 걸리고, 현대로지스틱스나 ㈜한진 등 나머지 업체들은 재무적 여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물류 선두주자인 DHL과 UPS는 이를 다르게 해석했다. C2C에 기반을 둔 로젠택배의 사업구조가 향후 아시아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로젠택배는 택배기사들이 배송만 하지 않는다. 개별사업자로서 영업업무까지 하고 있다. 덕분에 수많은 SOHO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다양한 상품들을 모으는 집하(集荷)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능력을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의 상품 확보(sourcing) 전략과 연계하면 활용가치가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시아는 글로벌 물류사들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기업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곳이다. 인터넷·모바일 기술발달과 함께 쇼핑시장도 커지고 있다. ‘직구’, ‘역직구’로 표현되는 국경을 뛰어넘는 거래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택배시장도 꾸준히 확대대고 있다. 한국 시장을 중국이나 인도 같은 거대시장으로 진입하기 전 여러 경영전략들을 시험하기 좋은 곳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이 아시아시장 진출과 관련해 중점을 두는 것 중 하나가 다양한 상품 확보다. 사실상 유일한 차별화 요인이기 때문이다. 가격과 배송속도는 이미 현지업체들도 경쟁력을 갖춘 분야로 평가받는다.

      ◇ 아마존도 한국서 판매자 확보에 집중…집하능력만으론 어필 부족할 수도

      아마존(Amazon)의 행보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회사는 해외진출시 판매자 확보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자체 물류센터를 통해 배송·AS·반품·고객대응 등을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FBA(Fulfillment By Amazon)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아마존은 DHL과 UPS의 화주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한국지사를 설립할 때도 이같은 전략을 강조했다. 국내시장 판매보다는 판매자들을 모집하는데 초점을 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입점 세미나를 진행했을 당시 국내 중소기업 200여개사가 몰릴만큼 반응도 좋았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의 전략은 아시아에서 인기가 많은 한국 상품을 중국, 인도 등 더 넓은 시장에 판매하는데 중점을 둔 모습”이라며 “DHL과 UPS도 상품 소싱과 관련된 네트워크를 잘 갖추면 아마존과 같은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과 거래하는데 유리할 것으로 보고 로젠택배 인수전에 뛰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로젠택배의 집하 능력이 그 정도로 강력한 장점일지 의문을 보이는 시각도 있다. C2C가 택배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것이다. 훨씬 규모가 큰 B2C에서는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게 약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꾸준히 단점으로 지적됐던 대기업들과의 네트워크와 보유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도 향후 거래에서 인수후보들의 판단에 영향을 줄만한 요인으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한 증권사 운송담당 애널리스트는 “C2C 시장에서만 보면 집하능력이 돋보일 수 있지만 전체 물류시장에서의 매력까지 될 지는 모르겠다”며 “DHL이나 UPS도 막상 실사에 들어가면 (회사의) 사업구조나 자산 등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보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