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투자' 롯데케미칼, 향후 자금조달 계획은
입력 2016.03.30 07:00|수정 2016.03.30 07:00
    2018년까지 굵직한 투자 차례로 진행
    국내 투자자금 대부분 집행완료…남은 건 약 4조원
    지난해 실적이면 자체 능력으로 충당 가능
    저금리 등 시장상황 고려시 회사채 등 외부조달 가능성도
    • 롯데케미칼은 올해도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자에 써야한다. 진행 중인 설비투자들과 인수·합병(M&A) 규모만 수조원대다. 자금조달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회사는 일단 쌓아둔 현금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도 자금조달 자체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시각이 크다. 다만 투자자금 중 일부는 외부에서 조달할 것으로 보고, 그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 3년간 설비투자·M&A에 6조원…올초에만 1조원 이상 집행

      롯데케미칼이 2018년까지 계획한 설비투자와 M&A 규모는 약 6조원이다. 삼성 화학사업(삼성SDI 케미칼사업부·삼성정밀화학) 인수와 미국 셰일가스 기반 에탄크래커(ECC)·모노에틸렌글리콜(MEG) 설비투자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회사는 이와 관련해 올초부터 적지 않은 자금을 썼다. 지난 1월말 유상증자를 통해 미국 설비투자를 진행하는 현지법인 '롯데케미칼USA'에 9420억원을 출자했다. 금액은 롯데케미칼과 롯데케미칼타이탄(LC Titan)이 60대40 비율로 분담했다. 지난달엔 삼성정밀화학 인수자금(4650억원)을 완납했다.

      국내 설비투자들은 대부분 올해 마무리 된다. 투자자금은 이미 상당부분 집행된 상태다.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남은 투자금액은 약 4조원으로 추산된다. 당장 눈앞에 있는 건 삼성SDI 케미칼사업부 인수다. 2조3265억원을 올 상반기내로 납부해야 한다.

    • 지난해말 기준 회사의 현금성자산은 약 2조8000억원이다. 인수자금보다 많다. 다만 굳이 보유현금의 대부분을 한 번에 쓸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동시에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일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을 앞둔 GS칼텍스와 에쓰오일과 함께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기업”이라며 “앞으로 외부 자금조달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유·화학업종 투자한도를 늘리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자금력은 충분하나…회사채·IPO 등 외부조달 가능성도 거론

      하반기부터 굵직한 투자는 미국 설비투자와 타이탄의 증설 정도다. 타이탄의 경우 진행 중인 나프타분해설비(NCC) 증설 외에 추가로 설비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롯데케미칼은 2011년 타이탄 인수 직후 회사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으나 이 중 상당부문이 잠정중단된 상태다. 투자가 재개된다면 타이탄의 자금소요가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회사의 기업공개(IPO) 추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근 허수영 사장이 직접 “타이탄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회사 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시기상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회사의 현금창출력이 좋아진 데다 해외 IPO를 좀처럼 하지 않는 롯데그룹 성향상 현실화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 갈수록 회사의 현금흐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단 시장에선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수준의 현금창출능력을 유지한다면 스스로 남은 투자자금을 모두 조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불황기였던 2012~2014년처럼 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8000억~9000억원 수준에 머무르면, 일정 정도는 외부조달이 필요할 것이란 시각이 크다. 회사는 연간 EBITDA가 1조원은 넘어야 잉여현금흐름(FCF)이 발생한다.

      여전히 저유가 효과가 이어지고 있기에 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1~2월 국제유가가 하락한 와중에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MEG·부타디엔(BD)·스틸렌모노머(SM) 등 주력 제품들의 스프레드가 다같이 상승했다. 하반기부터는 삼성 화학사업의 실적이 더해진다. 부실사업들은 이미 정리했고 주력제품 시황도 나쁜 편이 아니기에, 곧바로 이익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실상 자금력이 부족해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은 낮다. 금리조건이나 투자자들의 시각 등 시장상황이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망은 나쁘지 않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롯데케미칼 정도의 신용등급(AA+)과 최근 실적 흐름이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란 시각이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재무상태도 괜찮고 이익 전망도 나쁘지 않다”며 “금리가 더 낮은 일본계 자금을 유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