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만 바라보는 이통3사, 시간싸움 두고 '동상이몽'
입력 2016.04.04 07:00|수정 2016.04.05 09:51
    공정위의 SKT-CJ헬로비전 인수 심사 예상보다 길어져
    SKT, 심사 오래 걸릴수록 부담…6월엔 새 미방위 구성
    KT·LG유플러스, 오래 끌수록 반대여론 형성 기회 늘어
    •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장기간 여론전(戰)을 해왔던 이동통신 3사는 숨을 고르고 공정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 ‘대기시간’을 줄일지 늘릴지가 중대한 변수로 떠오른 형국이다. 길게 끌어 좋을 것 없는 SK텔레콤과 오래 끌면서 반대 여론을 형성해야 하는 KT와 LG유플러스의 엇갈린 입장이 한층 더 뚜렷해지고 있다.

      ◇ 공정위, 심사 들어간지 120여일…합병 예정일인 4월 1일 넘겨

      SK텔레콤는 당초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예정일을 4월 1일로 잡았다. 인수·합병(M&A) 거래는 4일에 끝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승인은 그 전에 떨어지지 않았다. 승인여부를 검토하는 초입단계인 공정위의 심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회사가 계획한 거래일정과 상관없이 심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심사가 끝나면 결과보고서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에 보낼 계획이다. 양사는 이를 확인해 공정위에 보고서에 관한 의견을 전달하고,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거쳐 해당 M&A에 대한 심사결과를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심사 결과보고서가 나온 이후 최종발표까지는 대략 2~3주 정도 걸리는 편이다. 이 과정이 끝나야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를 받고 이번 거래를 승인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SK텔레콤은 조용히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 승인이 떨어져야 남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KT와 LG유플러스가 지적한 독과점 문제는 공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논란이 많았던만큼 승인을 받아도 조건부 승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유료방송시장은 그동안 KT가 독주해온 시장이기에 이번 M&A 이후 시장의 경쟁구도는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며 “공정위가 심사숙고하는 모습인데 그만큼 더 꼼꼼한 심사를 통해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심사가 언제 끝날지 확답할 수 없다는 입장이나 업계에선 이달 중으로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는 최장 120일을 보장 받는다. 공정위는 그동안 기업결합 심사의 상당수를 이 기간 내에 완료해왔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한 심사가 이미 120일을 넘긴 상태다.

      ◇ 빨리 끝내고픈 SKT, 오래 끌길 바라는 KT·LG유플러스

      SK텔레콤 입장에선 최대한 빨리 승인을 받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다. 반대로 심사가 길어질수록 부담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KT와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업계, 학계, 법조계 등 사회 전반에서 반대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당초 시장 전망보다 인수과정이 순탄치 않게 흘러갔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오는 6월엔 20대 국회가 구성된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도 새로 꾸려진다. 현재 23명의 미방위 소속 국회의원 중 8명이 공천에서 배제된 것을 고려하면 물갈이가 대거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때까지도 정부가 결론을 못 내린다면 이번 M&A에 대한 승인은 더욱 복잡한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같은 흐름으로 가길 바라는 분위기다. 양사는 지난달말 방송통신위원회가 ‘2015년 방송시장 경쟁평가’를 통해 유료방송시장의 경쟁제한을 판단할 때는 전국단위가 아닌 방송구역(지역) 단위로 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반대하는 논리에 한층 힘을 붙인 상태다.

      양사는 “이 내용대로라면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구역 중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19개 지역은 빼고 인수해야 한다”며 “이 내용을 이번 심사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승인여부 결정이 오래 걸릴수록 KT와 LG유플러스는 또 다른 화두를 던져 반대여론을 형성할 여지가 더 생기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을 상대로 한 물밑작업이 이 ‘시간 싸움’의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KT와 LG유플러스가 정치권과의 소통능력에 있어 한 수 위라고 평가받는 SK텔레콤과의 대결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대관업무 능력만 봐도 KT와 LG유플러스를 합쳐도 SK텔레콤을 뛰어넘을지 장담 못할 정도”라며 “지금 양사가 힘을 합쳐 여기까지 끌고 오긴 했지만 어느 순간 분위기가 SK텔레콤 쪽으로 쏠릴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