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관리 시급한 한화건설…㈜한화, 구원투수 등판
입력 2016.04.08 07:00|수정 2016.04.08 07:00
    한화생명 지분 팔아 한화건설 RCPS 출자
    한화건설, 부채비율 낮춰 신용등급 하락 위기 벗어나
    ㈜한화, 재무부담·투자자 우려 최소화한 지원방안 선택
    • ㈜한화가 한화건설의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구원투수로 나섰다. 한화생명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이 자금을 한화건설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출자하는 방식을 꺼내들었다.

      ㈜한화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줄였고, 한화건설은 자본확충을 통해 부채비율을 떨어뜨렸다. 둘 다 부담을 최소화하며 급한 불은 껐다. 단 중장기적으로는 한화건설이 수익 창출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건 과제로 남았다.

      2015년말 기준 한화건설의 부채비율은 301%로 1년 전보다 100%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지난 몇 년간 국내·외 주요사업들의 부진이 이어진 것이 컸다. 회사는 지난해(3분기 누적기준)에만 얀부2(Yanbu2)․비스카라(Biskara) 등 중동지역 사업장에서만 45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다. 연간 영업손실은 4400억원으로 전년보다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이익잉여금이 줄어들면서 부채비율이 치솟았다.

    •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지난해 신용등급(BBB+)이 떨어졌음에도 추가 하락 여지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현금흐름이 나빠지면서 자본이 줄었는데 차입부담은 만만치 않다. 1년 내로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만 1조3000억원이다. 2014년 발행한 4000억원 규모 RCPS가 오는 6월 만기를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채비율 300%를 기준으로 신용등급 강등 이슈가 걸려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한화그룹에선 이 비율을 250% 정도까지는 떨어뜨리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시급해지자 대주주인 ㈜한화가 나섰다. 손꼽히는 우량계열사인 한화생명 지분 3.17%를 한화건설에 매각해 2000억원을 확보했다. 이 자금을 다시 한화건설이 발행할 RCPS에 출자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한화건설은 부채비율을 266%까지 낮추게 된다.

      ㈜한화는 현금유출 없이, 일종의 현물출자처럼 한화건설의 자본확충을 도와주는 모양새다. 한화그룹 입장에선 활용도가 높은 한화생명 지분도 그룹 내에 그대로 보전했다. ㈜한화가 재무적 부담 없이 투자자들의 우려도 최소화하면서 한화건설을 지원하는 길을 찾았다는 시각이 크다.

    • 한화건설은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한숨 돌렸다는 의견이 많다. 회사의 사업포트폴리오에서 해외 플랜트의 비중은 작지 않다. 프로젝트 대부분은 장기로 진행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금융을 활용한 자금조달이 중요하다. 발주처들은 시공업체에 일정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요구한다. 그만큼 금리와 이를 결정하는 신용등급이 중요한 변수로 평가받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화와 ㈜한화의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한, 나름 최선의 선택”이라며 “㈜한화도 삼성 화학사업 인수자금 납부 등 현금흐름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라 직접적인 지원이었다면 한화건설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한화건설이 수익창출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한화건설은 국내 다른 건설사들보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에서 진행하는 공사 비중이 크다. 이들 국가는 추가손실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회사는 “올초까지는 해외 플랜트 부문의 손실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이라크 비스마야 프로젝트에서의 수익발생마저 지연되면 회사의 유동성 부담은 더 커진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대주주가 직접 지원에 나서면서 자기자본이 확충됐지만 궁극적으로는 수익성이 개선돼야 한다”며 “해외 플랜트사업의 진행상황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