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업계, 단기간內 구조조정 어렵다”
입력 2016.04.12 07:00|수정 2016.04.12 11:32
    수출의존도 높은데 저유가·저성장·저가격 시대 돌입
    미국·유럽·일본, 일찍이 구조조정…전문성 강화
    국내는 ‘사후적’ 구조조정…脫범용제품 전략 시급
    •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재편이 단기간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범용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고수익 먹거리를 모색하는 것이 최대과제로 꼽히고 있다.

      김은진 화학경제연구원 실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딜로이트안진의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세미나에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균형보다는 단기 수익에 중점을 두고 중복투자를 해왔다”며 “범용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에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문제에서 지금의 위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범용제품군으로 꼽히는 합성수지·합섬원료·합성고무의 공급과잉률은 200% 내외를 기록 중이다. 국내 기업들은 해당 제품들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특히 높다. 생산량의 36%를 중국에 수출한다. 중간원료인 파라자일렌(PX)과 스틸렌모노머(SM)는 수출의존도가 더 높다. 생산량의 60%를 수출한다. 이 중 93%를 중국에 판매한다.

      김 실장은 이같은 산업구조 하에 글로벌 경제가 저유가·저성장·저가격 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 더욱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조만간 글로벌 화학시장은 중동·중국·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봤다. 현재 중동 국가들은 NCC 증설에, 중국은 화학제품 자급률 상승에, 미국은 에탄크래커(ECC) 투자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실장은 “향후 3~5년 내 산업 구조조정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원가구조 개선, 유망 신사업 발굴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지금까지 공급과잉 문제가 이미 발생한 다음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사후적’인 성격이 강했다. 반면 유럽과 미국에선 화학전문기업들이 일찍이 전문성(specialty)을 강화한 ‘탈(脫) 범용’ 전략을 자발적으로 추진했다.

      유럽에선 토탈(Total), 베르살리스(Versalis), 이네오스(Ineos) 등이 노후화된 설비들을 폐쇄하고 새로운 공급원료(feedstock)를 도입하는 등 원료 다양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에선 최근 글로벌 거대기업인 다우케미칼(Dow Chemical)과 듀폰(Dupont)이 합병을 추진 중이다. 양사는 ‘몸집 불리기’보다는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농업화학, 기능소재, 뉴트리션·전자화학을 중심으로 한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국내보다 35년 앞서서 정부 주도 하에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과잉설비를 정리하고 인수·합병 등을 꾸준히 진행했다. 기업들은 그 과정에서 탈범용제품 전략을 추진하며 전자나 헬스케어 등으로 사업영역을 전환해왔다. 미쓰비시와 스미토모가 대표적인 기업이다.

      김 실장은 “단기간에 재편되긴 쉽지 않지만 일단 적자 수익구조를 탈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과잉설비를 통합하고 효율적인 재배치가 이뤄져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