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베팅에 달린 SK텔레콤 주파수 경매
입력 2016.04.27 07:00|수정 2016.04.27 07:00
    LG유플러스 전략에 2.1GHz 가격 움직일 가능성
    SKT, 올해 플랫폼사업 대규모 투자 예정
    과감한 베팅은 쉽지 않고, 안 사긴 찜찜
    •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에 이어 주파수 경매에서도 쉽지 않은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비싼 돈을 쏟을 만큼 주파수 획득이 간절한 상황은 아니다. 플랫폼사업을 비롯한 투자계획은 산적해 있어 공격적인 베팅은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경쟁사들의 전략에 따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히 LG유플러스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CJ헬로비전 인수 문제로 이통3사간 관계는 냉랭해진 상태다.

      이통3사는 29일부터 주파수 경매에 돌입한다. 경매대상은700MHz·1.8GHz·2.1GHz·2.6GHz 내의 다섯 개 대역이다.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일주일가량이 걸린다.

      과거처럼 과열된 경쟁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통3사 모두 광대역 주파수를 갖고 있다. LTE 투자효과가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지는 시기도 끝났다는 평가다. 지난 2013년처럼 공격적으로 나설만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관심사는 2.1GHz의 경매 양상과 결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이 보유한 60MHz 중 20MHz가 경매에 나온다. 낙찰가격은 향후 SK텔레콤과 KT가 보유한 40MHz 규모의 2.1GHz 대역을 재할당하는 가격에 연동된다. 재할당 가격은 낙찰가와 회사 매출액의 3%의 평균이다. 해당 대역의 최저 경쟁가격은 3816억원이다.

    • SK텔레콤 입장에선 최대한 싸게 기존에 쓰던 주파수를 도로 가져가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다. 반대로 경쟁이 과열돼 가격이 오를수록 부담이다. 2.1GHz는 다른 대역과 달리 이용기간이 5년밖에 안 된다. 구매대금 납부와 주파수 상각 부담이 더 크다. 그렇다고 안 사기엔 찜찜하다. 40MHz만으로 3G와 LTE망을 모두 소화하기엔 다소 부족할 수 있다.

      한 증권사 통신담당 연구원은 “데이터 사용량을 늘릴만한 서비스들을 제공하려면 향후 3G 가입자들을 해당 대역에서 내보내야 할 수도 있다”며 “2.1GHz를 못 가져가면 아쉽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할당과 상관없는 LG유플러스가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 경매에서 가장 느긋한 입장이다. 경매에 나온 4개 대역이 사용 중인 주파수와 인접해 있어 선택지가 많다. 이통3사 중 가입자가 가장 적어 LTE 주파수에도 여유가 있다. LG유플러스가 2.1GHz 경매에서 가격 올리기에 나서면, SK텔레콤은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한다. LG유플러스 역시 “경매전략은 철저히 비밀로 한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적지 않은 투자계획을 잡아놓은 상태다. 연초부터 플랫폼사업자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성장전략으로 내세웠다. 3대 플랫폼인 통합미디어·생활가치·사물인터넷(IoT)에 투자를 집중할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장기간 심사에 들어간 CJ헬로비전 인수도 이같은 전략의 한 축이다. 회사는 정부 승인이 떨어지면 인수금액 5000억원 외에도 이와 연계된 미디어·콘텐츠사업에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자회사 SK플래닛도 O2O(Online to Offline)와 물류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감소해온 투자규모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자본시장에선 지난 연말부터 SK텔레콤이 자금조달을 늘릴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했을 정도다. 반면 현금창출능력은 정체된 상태다.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파수 경매에 공격적으로 임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익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많은 투자가 예정돼 있다”며 “주파수에 크게 베팅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