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의 '커머스 올인'…SK텔레콤 투자자는 불안감 ‘증폭’
입력 2016.05.26 07:00|수정 2016.05.26 18:07
    ‘무한경쟁’ e커머스 대규모 투자…자금조달 한창
    11번가, 1분기도 적자…차별화 전략 부재
    투자유치 성사되면 불안 다소 가라앉을 전망
    • SK플래닛이 e커머스(e-commerce) 투자자금 유치에 한창이다. 회사는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시장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적자기업을 업계 1위로 만들만한 차별화한 전략이 안 보인다는 평가다.

      모회사 SK텔레콤의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커졌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 지연, SK하이닉스의 수익성 하락 외에도 또 다른 불확실성이 생겼다는 시각이 크다.

      SK플래닛은 올해 들어 e커머스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11번가와 연관사업인 OK캐시백·시럽페이만 남기고 모든 사업을 떼어냈다. 동시에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O2O(Online to Offline)와 물류 등 관련사업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사업확대를 위해 M&A와 합작투자 등도 검토 중이다. “e커머스 시장에서 단기간 내로 1위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자금 조달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회사는 BofA메릴린치를 주관사로 선정해 재무적투자자(FI)를 모집하고 있다. 몇몇 FI들이 투자의향을 보인 상태로, 이들과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조단위 거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 SK텔레콤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불안을 느끼는 분위기다. 11번가는 국내 3대 오픈마켓이지만 2012~2013년을 제외하곤 지속적인 영업적자를 냈다. 이같은 상황이 단숨에 바뀌기도 어렵다. 당분간 투자와 마케팅으로 비용증가가 불가피하다. 회사도 2019년 전후를 흑자전환 시점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기전망도 불확실하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은 이미 무한경쟁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소셜커머스의 등장에 이어 전통 유통기업들까지도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방식과 투자전략은 획일화하고 있다. O2O와 물류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집중, 저렴한 상품들을 빠르게 배송하는 서비스가 곧 경쟁력이다. 몇몇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내놨던 생필품의 정기배송도 이젠 흔한 서비스가 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플래닛의 전략도 몇 년째 적자를 내는 쿠팡과 별 차이가 없기에 투자자들이 반신반의하는 것 같다”며 “만약 2019년까지도 이익을 못 내면 사업을 계속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1번가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답을 내놓는 것이 중요해졌다. 회사는 SK텔레콤의 모바일사업과 연계해 시너지효과를 모색한다는 것 정도만 제시한 상태다. 투자유치 진행상황과 향후 투자전략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달 SK텔레콤의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당시에도 관련 질문들이 쏟아졌다. 회사는 “투자유치가 마무리돼야 투자규모·시기·영역 등 구체적인 전략을 그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안 그래도 CJ헬로비전 M&A 심사지연, SK하이닉스의 수익성 하락 등으로 최근 SK텔레콤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상태다. 회사 주가는 주당 20만원선까지 떨어졌다. SK플래닛의 행보가 불확실해지면 투자자들의 근심은 또 하나 늘어날 수 있다.

      최근 SK텔레콤의 성장세가 둔화되자 투자자들의 주주환원 목소리는 더 커진 상태다. ‘통신사=유틸리티’라는 인식이 강한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40%라는 것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렇다보니 투자유치 진행상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결과가 나쁘면 투자자들의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 반대로 회사가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하면 불안감이 다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한 통신담당 연구원은 “FI들이 자금을 댈만큼 긍정적인 요인들이 있고, 그걸 바탕으로 기업가치 산정이 이뤄졌을 것이란 인식이 생길 수 있다”며 “SK텔레콤이 당분간 자금지원에 나설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