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미래 먹거리 발굴 필승법 "손잡아라"
입력 2016.06.16 07:20|수정 2016.06.16 07:20
    ICT·바이오·전기차 등 신사업
    글로벌 기업 파트너십 맺고 진출
    진입 장벽 돌파, 안전한 길 찾아
    • 파트너십(Partnership)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신사업 추진전략에서 ‘파트너’는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됐다. 시작부터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과 손잡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혼자 뛰어들기엔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이 지속되면서 꺼내든 생존법이다. 과거처럼 ‘맨땅에 헤딩’하는 방식보다는 효율적이고 안전한 전략이란 평가다. 다만 파트너를 끌어들일 만한 매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작부터 난관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함께 나온다.

      SK그룹의 최근 핵심 경영전략 중 하나는 ‘파트너십’이다. 훙하이그룹(스마트팩토리)과 에릭슨(사물인터넷)에 이어, 지난달 선보인 클라우드 사업에서도 IBM과 알리바바와 손을 잡았다. 모두 그룹의 미래 먹거리다. 해당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기업과 협력해 단숨에 사업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주도권을 잡는 문제보다는 “‘우리가 없으면 안 된다’는 존재감을 주며 과실을 얻는 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도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고 신성장동력에 투자 중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시작부터 바이오젠아이덱(Biogen Idec)을 마케팅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회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2대주주(지분율 8.8%)이기도 하다. 전기차배터리도 보쉬(Bosch)와 토다(Toda) 등과 합작해 개발에 뛰어들었다. 시장확대를 위해 중국 안경환신그룹·시안고과그룹과 합작관계를 맺은 상태다.

      네이버의 라인은 해외에 신규 O2O(온·오프라인 연계) 사업을 내놓을 때 현지 유력기업들과 협력한다. 성공사례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와 일본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서비스 모두 현지업체와 손을 잡고 시작했다. 위기경영이 한창인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아람코에 이어 올해 제너럴일렉트릭(GE)과 전략적 협약을 맺었다. 가스터빈·엔진·의료기기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CJ그룹은 콘텐츠·바이오·물류 등 주력사업의 해외진출 시 합작투자나 전략적 협력 등을 추진하고 있다.

      ICT·바이오·전기차 등 대표적인 신수종산업이 파트너십 대상에 해당된다. 시장이 막 열리거나, 향후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영역이다. 그동안 성장을 이끈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자 또 다른 먹거리로 생존을 모색하려 하고 있다. 기존 산업 중 상당수가 ‘중국 리스크’를 겪는 상황이다. 이미 중국에 주도권을 내준 산업이 여럿이고, 향후 경쟁력에서 밀릴 것으로 전망하는 산업도 적지 않다.

      과거처럼 단독으로 시장을 개척해 사업을 키우는 건 더 위험해졌다. 해당 산업들은 국내에선 새롭게 주목받긴 하나, 글로벌시장으로 놓고 보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미 몇몇 기업들이 상당한 경쟁력을 구축해 진입장벽이 높은 영역도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기술·자본·시장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춘 상황도 아니다. 혼자서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여 힘든 경쟁을 하는 건 스스로 위험을 키우는 전략이라는 시각이 크다.

      기업들도 그동안 주요 산업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이를 체감했다. 혼자 혹은 단순 합작투자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차입을 통한 자금조달→대규모 투자→외형 확장→캐시카우(Cash cow) 확보’라는 성공공식이 먹혀들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 조선·플랜트·건설 같은 수주산업이 대표적이다. 핵심 경쟁력 없이 무한경쟁에 뛰어든 후유증을 겪고 있다.

      한 10대그룹 임원은 “수주가 핵심인 사업들을 할 때는 경쟁사와의 가격경쟁과 고객들과의 관계유지 문제로 불안했다”며 “이제는 사람들과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걸 찾아내, 이 영역에서 잘하는 기업들과 손을 잡고 사업을 펼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들도 일찍이 파트너십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가장 보여주는 영역 중 하나가 제약업계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대형 인수·합병(M&A)만큼이나 전략적 협력도 활발하다.

      사노피(Sanofi)는 신약 파이프라인의 절반 이상을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에 기반을 둔 기술제휴로 확보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은 2011년부터 경쟁사 일라이릴리(Eli Lilly)와 당뇨병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사노피와 베링거는 최근 소비자사업과 동물용의약품 사업을 서로 맞교환하는 거래를 진행하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로슈(Roche) 또한 10여년 전부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연구·개발 협력전략을 펼치고 있다.

      새 먹거리로 급부상 중인 전기차도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완성차 업체들과 부품사(배터리·전장)들이 차세대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테슬라는 오래 전부터 파나소닉과 손을 잡았고, GM은 LG전자·LG화학과 협력 중이다. 자율주행차도 같은 양상이다. 구글은 크라이슬러·도요타·아우디 등과 함께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페이스북·텐센트·바이버 등 모바일플랫폼 기업들도 M&A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광고·콘텐츠·게임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기업도 이같은 일들을 혼자서 할 순 없다”며 “새 시장이 열리는 과정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지 않은 채 투자한다면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