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헬로비전 인수 불허로 잃어버린 7개월…유료방송시장 대혼란
입력 2016.07.06 07:00|수정 2016.07.07 09:54
    이통사-대형 케이블TV업체 M&A 사실상 금지
    진행중이던 유료방송시장 재편 움직임 중단 예상
    •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불허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유료방송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 결과로 이동통신사들의 대형 케이블TV 업체 인수는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비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 독과점 판단기준이 애매모호해졌고 업계에선 한창 진행 중이던 유료방송시장 재편 움직임이 멈출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가 이번 심사에서 내세운 논리는 유료방송시장을 권역별로 봤을 때  공정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다. 지금까지 독과점 규제의 기준으로 삼아왔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33.3% 외에도 또 다른 요인을 심사에 반영했다.

      당사자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단 이번 M&A가 성사돼도 시장점유율 1위는 여전히 KT(29.4%)다. 게다가 KT는 IPTV뿐만 아니라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사업까지 함께 보유하고 있다. 이번 심사기준으로 보면 KT 역시 독과점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SK그룹 관계자는 “지금 KT의 사업현황을 보면 이번 심사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그동안 한창 진행됐던 유료방송시장 재편 자체가 혼란에 빠졌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의 이번 심사결과는 사실상 이통사와 대형 케이블TV 업체간 M&A를 금지한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그동안 시장에선 이통3사를 성장이 멈춘 케이블TV 업체들의 잠재 인수후보로 꼽아왔다. 딜라이브, 티브로드, 현대HCN 등 나머지 케이블TV 업체들은 더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우여곡절 끝에 최근에야 리파이낸싱을 마무리한 딜라이브와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수개월간 심사하고, 이와 관련한 자금조달까지 해놓으며 준비했는데 승인을 못 받을 수 있는 리스크가 생긴 것”이라며 “모든 케이블TV 업체들이 M&A와 관련해선 안갯속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늑장 심사가 리스크를 더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모두 심사가 진행되는 7개월간 사실상 방송사업에서 손을 놓고 결과를 기다렸다. 성장둔화에 빠진 SK텔레콤은 올해 사업별 전략과 자금조달계획 등을 이번 M&A에 맞춰서 준비해놓았던 상황이다. 한 해 경영전략 자체가 꼬여버렸다는 평가다. 유료방송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 역시 CJ헬로비전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과 기업가치 향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무산됐다.

      CJ헬로비전은 더 타격이 크다는 평가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M&A를 기정사실화하고 인수 후 통합(PMI)도 상당부문 진행했던 상황이다. 1년 가까이 회사의 영업활동과 투자가 멈춰 있었다. 매각의사를 밝힌 CJ그룹 품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도 부담이다. 임직원들의 불안감을 달래야 하는 과제까지 생겼다.

      CJ그룹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노력이 무산되면서 막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됐다”며 “이미 직원들이 회사가 매각될 것을 아는 상황이기에 향후 CJ헬로비전의 경영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