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차'만 보이는 건설사 채권시장
입력 2016.07.11 07:00|수정 2016.07.14 12:02
    삼성물산 이어 현대건설 목표 수요 달성
    AA급 신용도·탄탄한 모기업 효과 커
    나머지 건설사에는 냉랭한 투자심리 이어질 듯
    • 현대건설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목표로 한 금액을 무난히 끌어모았다. 삼성물산에 이어 나온 올해 두 번째 건설사 회사채다. 양사 모두 우량한 신용등급과 탄탄한 모기업 후광을 바탕으로 어렵지 않게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채시장에 얼굴도 내밀지 못하고 있는 다른 건설사들과는 대조적이다. 그만큼 건설업에 대한 불안감과 신용등급 AA를 경계로 나뉜 투자심리 양극화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여건은 여전히 험난할 전망이다.

      지난 5일 현대건설의 수요예측에서 유효수요로 들어온 자금은 총 1900억원이다. 목표로 한 모집금액(1000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연기금을 비롯한 10곳의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의향을 보였다. 회사는 발행금액을 1500억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조달한 자금은 오는 9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과 자재구매를 비롯한 영업활동에 쓸 예정이다.

      우량한 신용등급(AA-)이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회사채 시장의 냉각기가 길어질수록 채권 발행은 줄고, 그만큼 우량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갈증은 더 커진 상태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탄탄한 모기업의 존재도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데 한 몫 했다.

      증권사 채권영업 담당자는 “다른 건설사들보다 실적이 좋다는 점도 영향을 주긴 했지만, 높은 신용등급과 현대차그룹 계열사라는 점이 더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삼성물산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와 비슷하다. 삼성물산 역시 건설업에 대한 평가보다는 신용등급(AA+)과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이라는 점이 투자자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회사는 하반기 만기가 도래 예정인 5800억원의 회사채에 대비해 또 한 번 채권 발행을 추진할 지를 검토하고 있다.

      건설업에서 신용등급 양극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올 들어선 더 극명해졌다. 현재 AA급 건설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뿐이다. 이들만이 올해 회사채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나머지는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포스코건설(A+)·GS건설(A)·롯데건설·대우건설(A) 모두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차환 대신 내부현금을 동원해 상환했다.

      대림산업(A+)은 금리가 더 높은 사모사채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난달 2200억원어치를 발행해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갚았다. SK건설(A-)은 오래 전부터 사모사채를 발행해 왔다. 한화건설(BBB+)과 두산건설(BB+)은 교환사채(E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 창구를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자는 “지금 투자자들한테 A급 건설사의 2년 만기 회사채라도 검토해보자고 해도, 기업 신용도와 건설업 불황을 이유로 거절하는 상황”이라며 “현대건설의 수요예측 결과가 좋더라도 이게 다른 건설사들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사들의 해외사업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크다. 이 분위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건설사 채권 발행 개선은 A급 건설사들에 달렸다”고 말한다. 이들이 회사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하는 사례들이 나오지 않는 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