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만기 짧아지는 롯데, 꼬여가는 자금조달 전략
입력 2016.07.20 07:00|수정 2016.07.20 07:00
    검찰 수사 이후 회사채시장서 자취 감춰
    자금조달 돌연 과제…하반기 만기도래 회사채 1兆 이상
    롯데케미칼·롯데렌탈 등 CP로 일단 자금조달
    전반적인 만기 단기화로 리파이낸싱 부담 증가
    •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롯데그룹의 자금조달 방식이 바뀌고 있다. 발행이 잦았던 공모 회사채 대신 기업어음(CP)에 눈길을 돌렸다.

      투자심리가 가라앉은 상태에서 부담이 적은 방식을 택했다는 평가다. 올해 말까지 이같은 흐름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입금 만기 구조가 짧아지면서 리파이낸싱에 대한 부담은 높아질 전망이다.

      롯데는 지난 4월 롯데케미칼이 76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회사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연초만 해도 ‘빅 이슈어’였던 롯데다.

    • 그룹 전반에 걸친 검찰 수사 여파는 만만치 않다. 공모 회사채를 준비한다면 증권신고서 투자위험 부문에 현 상황을 기재해야 한다. 준비과정에서 짊어질 부담이 커졌다. 롯데 계열사들에 대한 투자심리도 과거만 못한 상태다.

      롯데물산·롯데건설·롯데칠성음료는 일제히 회사채 발행 계획을 보류했다. 이들은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매달 두 번 정도 회사채를 발행하던 롯데카드도 이달에는 무소식이다. 최근 발행을 추진했으나 수요가 부족해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이후로 회사채 발행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며 “카드사들에 대한 회사채 투자한도를 늘리려고 했는데, 롯데카드는 한동안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돌발변수로 인해 차입금 상환을 비롯한 자금조달 계획이 꼬여가고 있다. 롯데그룹은 하반기에만 1조원 이상의 회사채가 만기를 맞는다. 이에 몇몇 계열사들은 CP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2일 3000억원어치의 CP를 발행했다. 2012년을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CP를 발행한 적이 없다. 그만큼 이례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조달 자금을 신규 설비투자와 운영자금 등으로 쓸 계획이다. 회사는 2018년까지 북미 에탄크래커(ECC)와 에틸렌글리콜(EG) 설비투자에만 2조원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 롯데렌탈도 지난달 900억원어치의 CP를 발행했다. 올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1050억원)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최근 렌터카 시장의 경쟁격화로 차량 구매를 비롯해 사업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공개(IPO)를 중단한 호텔롯데는 CP 만기를 늘리고 있다. 상반기까진 만기 3~6개월의 CP를 발행해오다가 지난달부터 1년물을 발행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발행한 CP 3200억원이 모두 1년물이다.

      대외환경이 불확실해지자 가능한 자금조달 방식 중 가장 안정적인 쪽을 선택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선 이같은 흐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증권사 기업영업 담당자는 “사전수요조사 움직임조차 없는 것을 보면, 롯데 계열사들이 어수선한 상황에 굳이 공모 회사채시장에 나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적어도 하반기에는 롯데 회사채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반적인 차입금 만기가 짧아지는 것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그만큼 리파이낸싱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