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암코의 존립 필요성에 대한 3가지 궁금증
입력 2016.09.07 11:32|수정 2016.09.13 10:52
    [Invest Column]
    • 유암코(UAMCO)가 투자회사 넥스콘테크놀러지에 '패키지 낙하산 인사'를 CEO 등으로 보내려다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살펴보니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2014년 세하 인수 당시에도 유암코 이성규 대표와 관련된 인사를 사장으로 보냈다.

      하지만 당사자인 유암코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이미 7일 이사회를 소집, 허세녕 전 KB데이타 시스템 대표를 새 사장으로 앉힐 준비까지 끝냈다. 이사회 소집 여부를 알린 것도 불과 며칠 전으로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직 CEO인 넥스콘 이명호 사장 등이 거래처인 삼성SDI 등과 해외출장을 나가 있는 사이에 공식적으로 취임도 하지 않은 허세녕 대표ㆍ윤일현 부장 등이 선임된 것처럼 활동 중이다.

      심지어  하나은행 출신 유암코 담당자가 넥스콘을 방문해 차기 인사를 알리고 '퇴사자 리스트'까지 언급했다.

      한마디로 "시장에서 뭐라 비판하든 상관 않고 마음대로 하겠다"는 분위기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도대체 무슨 속사정이 있길래 공개적이고 합법적으로 처리해야 될 일들을 서둘러 진행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간 유암코의 태생적 한계ㆍ고질적 병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의 든든한 지원 아래 '구조조정 첨병'을 자처해놓고는 정작 낙하산 인사나 일삼는 모습에 몇가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크게 3가지다.

      #1 영화엔지니어링ㆍ국제종기ㆍ현대시멘트에도 '낙하산 인사' 계획 중?

      지난해 구조조정본부를 개설한 이후. 유암코가 인수 또는 투자를 검토하거나 단행한 건은 한 둘이 아니다.

      워크아웃이었던 오리엔탈정공ㆍ영광스텐ㆍ넥스콘ㆍ국제종합기계를 인수했다. IBK기업은행과 블라인드펀드를 만들어 법정관리 기업 인수에 나서겠다고 했다. 기업은행은 투자 리스트까지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회생절차를 관할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인사들을 만나 '회생기업을 지원하고 인수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민간에서도 동부건설ㆍ영화엔지니어링 그리고 벨레상스 호텔 인수도 검토했다. 현대시멘트 인수전 참여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으로 이 모든 회사에. 이성규 유암코 대표가 KB국민은행 부행장 재직 당시(2002~2004년)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경영진으로 보낼 계획인지 궁금하다.

      #2 금융위는 이 모습을 보려고 '유암코 매각'을 중단했나

      딱 1년 전이다. 작년 9월17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유암코는 매각하고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신설하겠다"는 직전의 선언을 뒤집고 단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이미 입찰까지 진행 중이던 유암코는 매각을 철회했다. 오히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라는 중차대한 '임무'까지 받았다.

      애꿏은 금융위만 "황금같은 3개월의 시간을 허비했다"며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매각을 철회한 진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시장에서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갈 정도다.

      반면 퇴사를 예상하고 본인과 창업동지들에게 무려 25억원이나 되는 성과급 잔치까지 벌였던 이성규 대표와 임직원들은 로또 수준의 행운을 얻었다. '자리보전'은 물론, 새 '감투'까지 얻었다.

      이런 '희극'을 보고 또 감내하면서도 그래도 시장에서는 유암코에 기대를 걸었다. 어쨌든 국가경제를 위한 전방위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시급한 시기에 유암코가 뭐라도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지원사격도 많았다. 금융위는 "유암코가 장기적으로 PEF로 인수가능할 최대 채권 및 주식규모는 12~28조원이 될 것이다" 라는 어마무지한 기대감을 서슴지 않고 내놨다. 올 3월 말에는 임종룡 위원장이 직접 유암코를 방문, '시장친화적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까지 개최하고 힘을 실어줬다.

      금융위는 고작 공개채용 등의 형태가 아닌 사조직을 '낙하산 인사'로 보내는 모습을 보려고 그렇게 열심히 유암코에 힘을 보태줬을까.

      #3 수년 뒤 주주은행들에게는 어떤 '유탄'이 튈까

      알려진대로 유암코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5년'이란 존립기간을 달고 생겨났던 조직이다. 이후 수차례 걸쳐 '생명 연장'의 기회를 챙기고 '매각'의 위기까지 넘긴 후 영구조직으로 생존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리스크'가 거론된 조직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공용 휴지통'이라는 비판이었다. 설립 당시 출자한 '신한-국민-하나-기업-우리-농협' 6곳의 은행들이 부실채권(NPL)을 장부에서 떼낼 '북오프'(Book-off)효과를 위해 만든 곳이다보니 나오는 비판이었다. 그나마 설립 후 수년간의 높은 당기순이익 덕분에 이런 우려가 묵인됐다.

      하지만 NPL투자시장은 '독점'에서 '경쟁시장'으로 재편됐다. 주주로부터 물건(NPL)을 떼오는 유암코의 방식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더이상 싸게 NPL을 받아오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경매에서 유암코보다 비싸게 NPL을 받아가면 반드시 망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

      오죽하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유암코를 매각하면 한국 시중은행들의 신용도가 개선될 것이다"(2013년11월25일 리포트)라고까지 언급 했을까. 유암코의 자산건전성 악화가 가시화되면 주주은행들의 재무제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유암코는 언젠가는 주주은행들에게 부담을 안겨줄 지 모르는 '시한폭탄' 취급을 받았다는 의미다.

      이런 유암코가 '프로페셔널'들이 목숨을 걸고 경쟁하는 사모펀드(PEF) 시장에 진입했다. 주주은행들이 여신을 제공한 부실기업을 떠안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고는 이제 주주은행 인사들을 투자기업에 낙하산 인사로 보내기 시작했다.

      PEF업계에서는 '낙하산 인사'를 일삼는 운용사치고 제대로 된 수익(IRR) 내는 곳을 찾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결국 기업가치 개선과 고가 재매각은 '경영자의 역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3년이 됐든, 5년이 됐든 유암코가 투자한 기업들의 실적은 어떻게 개선될까. 펀드 만기를 앞두고 유암코는 충분히 자랑할만한 수익률을 보여줄까. 아니면 만기연장이 필요하다고 고집을 부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쯤 주주은행은 유암코와 관련해 또 어떤 '리스크' 혹은 '유탄'을 감당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