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매각, 후보들 슬금슬금 빠져…투자명분 확보에 난관
입력 2016.09.23 07:00|수정 2016.09.23 07:00
    수천억 투자해 은행지분 4% 인수
    투자 근거 적어...이사회 설득 난관
    정부 '눈치'보느라 검토한다 평가
    추후 증자 참여 압박 오면 '골치'
    • 우리은행 과점주주 방식 지분매각이 23일 오후 투자의향서(LOI)제출을 앞두고 있다. 무려 5번째 우리은행 민영화 시도인데다, 이번 정부 들어서만 두 번째 시도다.

      표면상으로는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이로 인해 연일 다수의 후보들 이름이 시장에서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몇 곳이나 우리은행 사외이사를 추천할 과점주주로 남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수천억 원을 들여 국내 상장된 은행 주식 4%를 장외에서 매입해야 하는 거래다보니 투자 매력이나 명분을 찾기가 어려워서다. 포스코, KT 등 후보로 거론됐던 기업들 일부는 이미 인수의사를 접었다.

      ◆참여 독려 받아도...투자 단행할 '명분' 적어

      그간 거론된 포스코, KT, 새마을금고, 국민연금 등의 후보는 이른바 '정부 입김'이 강한 곳들이다. 금융회사 후보인 한화생명, 교보생명, 한국금융지주 등도 예금보험공사가 주요 주주이거나,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곳들로 분류된다.

    • 지난 2013년 소수지분 형태 우리은행 매각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본입찰까지 약 10여개 후보들이 들어왔는데 한화생명, 두산, 코오롱인더스트리, 그리고 국내 증권사들이었다. 대부분 우리은행과 관계를 맺고 있거나 당국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할 곳들이었다. 이때 후보들이 매입 의사를 밝힌 지분만 무려 23.76%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 매각된 지분은 단 5.94%에 그쳤다. 이조차도 대부분 우리은행 사주조합(3.99%)이 산 물량이었다.

      매각이 '용두사미'로 흘러갈 기미는 이번에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 대기업 후보들로서는 우리은행 지분을 섣불리 사들였다가 나중에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어서다.

      일례로 포스코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에 앞장서고자 비철강사는 물론, 알짜 계열사도 매각을 단행해왔다. 이 판국에 본업과는 시너지가 없는 시중은행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수천억원을 투자하는 일이 정당화되기 어렵다. 심혈을 기울여 온 재무구조 개선 노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인수전 불참 입장을 밝힌 KT도 마찬가지다.

      '금산분리' 원칙이 여전한 금융환경에서 대기업이 은행 사외이사 추천권을 보유할 이유도 마땅치 않다. 그래도 굳이 우리은행 지분을 사고 싶다면 '웃돈'을 주고 정부 지분을 사올 게 아니라, 장내에서 시가에 매입하는 게 수익 차원에서 유리하다. 정부가 시가 대비 할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아니어서다.

    • 결국 이들로서는 정부의 우리은행 매각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외에는 투자목적을 찾기 어렵다. 흥행을 위한 '들러리' 에 그쳤다고 평가 받을 상황이다.

      ◆이사회 설득 어려워...'책임론' 제기되면?

       금융회사 후보들에게도 난관이 남아 있다. 투자를 위해 '이사회'와 '주주'를 설득할 근거가 필요하다.

       한화생명 등의 경우. 우리은행 지분매입에 따른 '방카슈랑스 확대' 등 시너지가 거론된다. 그러나 보험사 건전성 규제 강화에 따른 자본확충 필요성, 주식보유에 따른 위험가중치 부담 등을 감안하면 굳이 3000억~6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는 별개 문제다. .

       그나마 가능한 설득논리가 "어쨌든 지금 우리은행 지분을 싸게 매입하면 나중에 주가 상승으로 적정 수준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정도. 현재 우리은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불과 0.4배에 그치고 있어 정부 지분이 분산되고 경영진과 이사회만 잘 구성되면 지금보다는 주가가 오를 것이란 예상이다. 정부가 주인인 우리은행의 경영방식에 대한 '불신'에 기반한, 재무적 투자자(FI)로서 투자관점이다. '대박'을 바라기는 어려워도 그럭저럭 투자할 만한 대상이라는 것.

    • 하지만 '나중에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논리에도 리스크가 상당하다.

       당장 "수익률 측면에서는 장내매입이 낫지 않느냐"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다른 후보들이 과점주주로 참여해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경영에 개입하도록 내버려두고 장내에서 지분을 사는 게 유리하다는 의미다. '기회비용'만 고려해도 더 나은 투자라고 보장하기 어렵다.

       더 큰 골칫거리는 수년 뒤 이번 결정에 대해 "무슨 이유로 그 가격에 우리은행 지분을 샀느냐"라고 책임론이라도 불거질 경우다. "정부 눈치를 보느라 수천억 원을 투자했다"고 설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예비입찰 정도는 참여해 주고 본입찰 단계에서 예정가격(최소낙찰가격) 이하를 써내는 등 '성의는 보였다'고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눈치작전'도 걱정...나중에 '증자 참여하라'면?

       입찰에서 예기치 못한 복병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후보들간 '눈치작전'이 발생하면서 낙찰자들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과거 매각 방식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예정가격'은 본입찰 시기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예정가격이 미리 알려지면 '특혜시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주요 후보들이 예정가격을 넘겨 인수가격을 써내도 실제로 얼마에 지분을 넘기느냐는 별개 사안이다.

       일례로 예정가격이 주당 1만1000원에 정해졌다고 할 경우. 입찰에 참여한 A후보는 1만3000원을 , B후보는 1만2000원을 써 냈을 수 있다. 두 곳 모두 예정가격을 넘겨 물량을 배분 받게 된다. 문제는 이때 후보들이 써 낸 가격으로 지분을 받을 경우다. 똑같은 우리은행 주식을 사는데 A후보가 B후보보다 무려 주당 1000원이나 비싸게 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해당 회사 실무진은 물론, 경영진들마저 "왜 다른 곳보다 비싸게 샀느냐"는 내부 비판을 감내해야 한다.

       우리은행 주주에게 향후 부여될 '증자참여'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도 정부 공식입장은 아니었지만 '진성후보의 증자 참여 필요성'이 거론된 터였다. 향후 은행 환경 변화에 따라 증자가 필요할 경우 과점주주들이 추가 자본 투입에 참여해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증자에 불참하면 지분율이 희석되고, 참여하자니 투자원금이 급증하는 딜레마에 처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