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전자 '공격' 4월부터 준비했다
입력 2016.10.12 07:00|수정 2016.10.12 12:16
    [삼성그룹 vs 엘리엇 2차전] 블레이크·포터캐피탈, 지난 4월16일 설립한 듯
    삼성물산 소송 취하 직후로 추정…'집념' 엿보여
    •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이 지난 4월부터 체계적으로 삼성전자 공격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과의 법적 분쟁을 끝낸 바로 직후로, 엘리엇의 '집념'이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투자 주체로 나선 블레이크 캐피탈(Blake Capital LLC)와 포터 캐피탈(Potter Capital LLC)은 삼성전자 투자와 회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엘리엇이 올해 따로 설립한 특수목적회사로 추정된다. 이들은 엘리엇의 계열사라고만 알려졌을뿐, 이전의 투자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미국 기업정보사이트 '오픈코퍼레이트(www.opencorporate.com)'와 미국 델라웨어주 주정부 사이트에 따르면, 포터 캐피탈이라는 이름을 가진 회사는 현재 미국 델라웨어주에 한 곳 뿐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16일 설립됐다.

      그리고 이 회사와 같은 날짜, 같은 소재지에 블레이크 캐피탈도 설립됐다. 두 회사의 주주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연관성이 명확한데다 둘 다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유한책임회사(LLC)인만큼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한 엘리엇의 자회사일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의 설립 시점은 엘리엇이 삼성전자 지분 매입에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과도 일치한다.

      6개월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지난해 삼성물산과의 법정공방에서 깨달은 엘리엇이 10월에 '행동'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 최소 6개월 전인 4월부터 이를 준비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4월에서 8월 사이 삼성전자 지분을 사모았다면 현재 보유 중인 76만여주의 주당 평균 매입 단가는 140만원 안팎으로 계산할 수 있다. 대략 1조640억여원 규모다.

      지분 매입은 8월 초 끝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수주주권을 활용해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하려면 6개월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8월 초 매입한 지분은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2월초(주총 6주 전)에 소수주주권이 발동한다.

      엘리엇은 지난 3월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모든 소송을 취하한 바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의 분쟁을 끝낸 후 백기를 든 것이 아니라, 곧바로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를 흔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 셈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분쟁 과정에서 주가 하락과 소송 실패로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물산때는 핵심 투자사인 엘리엇 어소시에이츠 엘피(Elliott Associates L.P.)가 직접 투자에 나섰지만, 이번엔 따로 LLC를 세워 투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합동조합(L.P.)는 투자금에 대해서만 유한책임을 지는 유한책임조합원과 무한책임을 지는 업무집행조합원으로 나뉜다. 엘리엇 어소시에이츠 엘피의 경우 엘리엇의 창업자인 폴 싱어와 폴 싱어의 회사인 엘리엇 스페셜 지피(Elliott Special GP, LLC)가 업무집행조합원을 맡았다.

      엘리엇 어소시에이츠 엘피의 삼성물산 투자 실패 이후 유한책임조합원들이 일부 책임을 추궁했을 수 있다. LLC를 따로 세워 투자하면 삼성전자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엘리엇이 져야 할 책임은 줄어들게 된다. LLC는 주식회사와 유사해 각 조합원이 출자한 자금만큼만 책임을 지면 되는 까닭이다.

      엘리엇이 개설한 삼성전자 주주 제안 사이트(sevalueproposals.com)은 한달 전인 지난 9월7일 도메인 등록 및 홈페이지 개설을 완료했다. 지난해 삼성물산 때에 비해 더 체계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