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인수대출부터 아파트PF까지'…中은행, 韓투자금융시장 공략 본격화
입력 2016.10.19 07:00|수정 2016.10.21 15:40
    [Weekly Invest] 中은행 글로벌화 목적 현지화 전략 국내 투자금융 전문가 영입
    ICBC 활약 두드러져 건설·광대은행도 투자 확대
    아직은 수백억원대 투자…"수권(授權)한도 점차 확대"
    국내 금융사 강력한 경쟁자…"中은행, 시장 참여자로 부상"
    • 지난 9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캐피탈 증자에 참여하기 2500억원을 전액 대출로 마련했다. 대출에 나선 곳에는 우리은행, 기업은행 이외에 중국 공상은행이 포함됐다. 공상은행은 유동화증권을 인수하는 형태로 750억원을 빌려줬다. 미래에셋운용이 대규모 자금을 조용히 조달하기 위해 공상은행을 초대했다는 후문이다.

      한달 먼저 끝난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 관련 리파이낸싱 거래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 대다수가 대출을 꺼렸다. 만기 1년으로 위험이 낮았지만 금리가 3% 초반에 불과해 조달 비용을 제하면 남는 게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예상 밖 투자자가 나타나면서 일단락됐다. 역시 중국은행들로 공상은행과 건설은행, 광대은행이 3300억원 가운데 1150억원을 책임졌다.

    • 리파이낸싱을 주선한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관련 계열사들이 대거 대출자로 참여한 터라 중국은행들의 존재는 더 없이 컸다. 당시 거래관계자는 "중국은행들은 대출 조건을 상당히 매력적으로 평가했다"며 "국내 금융회사들과 다른 접근을 해왔다"고 말했다.

      중국은행들은 최근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에도 명함을 내밀고 있다. 서울 강남 벨레상스호텔 인수와 개발에 한 중국은행이 참여했고, 아파트 개발 PF에도 투자자로 나서고 있다. 국내 IB업계 한 관계자는 "무역금융에 집중했던 중국은행들이 기업금융을 넘어 투자금융시장까지 진입했다"며 "과거처럼 제한적인 기회에 참여가 아니라 이제는 여러 분야에서 국내 금융회사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진출한 중국은행들은 총 6곳으로 중국은행(BOC),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교통은행, 중국농업은행, 중국광대은행이다. 이 가운데 투자금융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공상은행으로, 올 한 해 M&A 인수금융 시장에서면 총 3183억원을 투자했다. 주요 투자 내역을 보면 올해 초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ING생명 관련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에 800억원, 두산공작기계 인수에 383억원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에도 500억원이나 빌려줬다. 딜라이브 인수금융 채무불이행 가능성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MBK파트너스 투자 관련 인수금융 지원을 꺼린 틈을 비집고 들어가 시장에 주요 플레이어로 안착했다.

      국내은행 관계자는 "최초 신디케이션에 참여한 금액은 3000억원 정도지만, 세컨더리(Secondary)로 투자한 금액까지 더하면 4000억원 이상일 것"이라고 전했다.

    • 공상은행은 그간 국내외 금융회사에서 투자금융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영입하며 투자처 발굴과 투자 심사 과정 등을 다듬어왔다. 지난해에는 신한은행에서 투자금융을 담당했던 이후종씨를 영입한 일이 업계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중국’하면 허술할 것 같지만, 국내 금융회사만큼 더 깐깐한 투자 심사를 거치고 있다"며 "국내 은행의 투자심의와 다를 게 없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중국은행들의 국내 투자금융시장 공략은 중국은행들의 글로벌 전략에 따른 것이다. 200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장 큰 은행인 스탠다드 은행 경영권을 확보하며 아프리카 19개국에 진출한 공상은행은 2008년에는 미국, 2009년에는 태국 은행을 인수하며 북미와 동남아시아에 진출했다. 유럽에서도 적극적인 확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확장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를 수반한다. 현지 금융시장에 주요 금융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투자금융 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명동에 옛 동양생명 건물을 인수한 건설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동시에 그간 주요 먹거리였던 무역금융을 비롯한 기업금융 분야의 수익성 악화도 투자금융을 확대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한 중국은행 관계자는 "저금리로 매입외환 처리 등에서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졌고, 교역량 감소와 위안화 약세로 무역금융 관련 수요가 감소하고 있지만 중국은행 본점에서 국내 지점에 요구하는 수익은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중국은행들의 투자금융부문 진출이 국내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우선 전체 투자규모에서 중국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주요 투자 사례에서도 공상은행을 제외한 다른 중국은행의 투자 규모는 500억원 정도다. 서울지점이 본점 승인을 받지 않고 결정할 수 있는 금액이 수천만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상은행이 그래도 큰 규모의 투자를 하는 이유는 다른 중국은행 서울지점에 비해 더 큰 수권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은 은행 한 곳이 투자하면 함께 투자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 중국은행들의 파급력이 커지는 건 시간 문제라는 평가다.  팬오션 투자에서도 공상은행, 건설은행, 광대은행이 함께 했다. 공상은행으로부터 500억원을 투자를 이끌어내면 중국은행들이 가세해 전체 투자금액은 1000억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매년 수권한도가 상향되고 있다는 점도 국내 금융회사들에 위협 요인이다. 투자 성공사례가 쌓일수록 수권한도 확대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일본은행들처럼 신용등급이나 특정 대기업집단, 특정 산업에 국한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일부 중국은행의 경우 독립체산제를 적용 받고 있어 자금 조달에서 부서간 이전 가격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에서도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국은행 관계자는 "투자 전면에 있는 직원들은 대부분 한국인들로, 시장 사정에 밝고 수년간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거래 발굴 능력도 뛰어나다"며 "중국은 공산주의지만 자본측면만 놓고 보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셈이 빠르고 과감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