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방송법 제정, M&A 시장 대형 나비효과 오나
입력 2016.10.20 07:00|수정 2016.10.20 07:00
    IPTV 사업자發인수 경쟁 시작
    통합방송법 제정까지 아직 먼 길
    대선·지상파 반발도 변수로 작용
    • “LG유플러스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CJ오쇼핑은 매각 대금으로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코웨이(Coway)를 인수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LG유플러스와 CJ그룹이 콘텐츠 부분에서 손을 잡는다면 SK그룹이 그냥 있지 않겠죠. 유료방송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IHQ를 자회사로 둔 딜라이브 인수에 뛰어들 수 있고 ADT캡스와 같은 보안회사 인수도 가능할 것 같아요. MBK파트너스 입장에선 다른 투자를 해볼 수 있는 힘을 얻겠죠.”

      통합방송법 통과 이후 유료방송시장재편이 불러올 M&A를 그려본 것이다.

      향후 국내 M&A 시장에 역동성을 부여할 가장 큰 촉매로 통합방송법(방송법 개정안)이 꼽히고 있다. 유료방송시장 재편이 시작되면 관련 기업들은 물론이고 매각 대금을 활용한 M&A가 연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도 유료방송시장 재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CJ헬로비전 매각을 불허하면서도 신영선 사무처장은 “(CJ헬로비전 매각은)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케이블TV, 알뜰폰 시장 1위 사업자의 기업결합에 관한 내용이며 경쟁 제한성이 이보다 적은 다른 조합의 기업결합에 대해선 조치 수준이나 내용이 다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결과적으론 SK브로드밴드의 CJ헬로비전 인수 불허로 유료방송 시장 재편은 다음으로 늦춰졌다.

    • 불과 두 달여 만에 유료방송 재편 화두가 수면으로 떠 올랐다.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딜라이브 매각을 재추진하기 위해 주관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케이블TV 업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IB업계 관계자는“앞으로 있을 유료방송 시장 재편에 LG유플러스가 신호탄을 쏠 것”이라며“밖에서 보는 것보다 짜임새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IPTV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사를 인수할 경우 KT와 SK브로드밴드를 견제하고, 커진 플랫폼을 바탕으로 콘텐츠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통합방송법을 뜯어보면 이 같은 시나리오는 이른 기대다. 방송법과 IPTV법으로 나눈 유료방송법을 한 데 묶어 합산규제를 하겠다는 게 통합방송법의 취지지만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기존 방송법에 인터넷방송사업자(IPTV)를 추가했을 뿐이다. 국회 계류된 통합방송법안에 현행 방송법 시행령이 그대로 적용되면 IPTV 사업자는 케이블TV회사 지분 33% 밖에 살 수 없다. 권 부회장도 “IPTV사업자가 케이블TV 업체를 인수할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권 부회장이 바라는 대로 법 제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된다고 해도 내년은 어렵다는 전망이다. 방송통신 M&A 전문가는 “CJ헬로비전 매각에서 지상파 사업자들이 M&A에 노골적인 반대 메시지를 담은 뉴스를 제작했고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려 결국 공정위가 승인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가 대형 플랫폼의 콘텐츠 공급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큰 상황에 서 IPTV와 케이블TV사의 M&A는 플랫폼 확대를 넘어 콘텐츠 제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지상파들이 통합방송법의 소유 규제 완화에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 개정의 다른 변수는 내년 12월 있을 19대 대통령 선거다. 이미 정치권이 대선 준비에 들어간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법 개정 논의는 2018년 2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가 될 전망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방송법 개정이 엄격한 소유 규제를 통한 공정성 확보에서 유료방송의 경쟁력과 소비자 혜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유료방송 시장에서 M&A가 필요한 이유는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요금이 낮은 케이블TV가입자를 IPTV 서비스로 전환해주면서 가입자당 평균매출액(ARPU)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소비자는 케이블TV에서 이용할 수 없었던 결합상품을 제공받게 돼 혜택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IB업계에선 LG유플러스가 노릴 케이블TV사로 CJ헬로비전을 꼽았다. 알뜰폰 1위에, 전국 단위 사업을 가진 케이블TV 1위 회사이기 때문이다. 2018년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의 일몰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CJ헬로비전을 매력적이게 만드는 요소다. 딜라이브는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가입자 비중이 높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지만 상대적 매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