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부영그룹에 송도 사옥 '헐값 매각' 논란
입력 2016.11.09 07:00|수정 2016.11.09 18:37
    6월 3600억원 들여 채무인수 한 뒤, 3개월만에 3000억에 매각
    포스코건설 4000억원 현금 유입된 이후라 재무상황 여유있어
    • 포스코건설이 우여곡절 끝에 송도 사옥 매각을 완료했다. 하지만 매각시기·가격 등을 두고 투자업계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100% 자회사인 피에스아이비는 포스코건설 송도 사옥(토지·건물)을 올해 9월9일자로 부영주택에 매각완료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매각대금은 3000억원이며 운영자금조달이 처분 목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송도 사옥의 장부가치는 2802억원이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시세를 고려할 경우 적정한 가치에 매각한 것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해당 딜(Deal)을 두고 '헐값 매각'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매각 직전인 지난 6월. 포스코건설은 송도 사옥건설을 위해 테라피앤디(시행사)와 포스코건설(시공사)이 51:49의 비율로 출자해서 2008년에 만들어진 특수목적회사(SPC) '피에스아이비'의 채무 3567억원을 인수했다.  피에스아이비는 20010년 사옥 완공 이후 테라피앤디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해왔으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금융권에서 차입조달한 총 3567억원을 결국 갚지 못했다. 이에 제2대주주이자 시공사로서 해당 PF대출에 대해 채무인수약정을 맺었던 포스코건설이 채무를 인수하며 지분율 100%를 확보했다. 그리고 3개월뒤 이를 3000억원에 부영에 매각했다.

      결과적으로 포스코건설은 3568억원의 부채를 갚아주면서 받은 자산을  3개월만에 600억원 가량 낮은 금액에 팔아치운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여전히 해당 딜의 가격과 매각시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투입한 비용에 비해 제 가치를 받지 못하면서 굳이 급하게 매각할 이유가 있었냐"는 지적이다. 굳이 지금 팔아야 할만큼 자금사정이 급박했던 것도 아니기 때문.

      포스코건설의 올해 상반기말 기준 현금성자산 규모는 8861억원이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은 17.0%·157.3% 수준이다.

      한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포스코건설은 송도 사옥을 팔아야 할만큼 유동성 위기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기존 시세를 고려하더라도 이번 사옥 매각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도 "최근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재무적 버퍼를 마련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지난해 사우디국부펀드(PIF)의 투자로 4000억원대 현금이 유입된 바 있는 상황에서 헐값에 사옥을 매각한 것에 대해선 그 이유를 더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을 놓고 권오준 회장 등의 연임을 위한 '실적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포스코는 최근 미르재단 출연 및 광고대행 자회사 포레카 매각 이후 차은택 씨의 지분 강탈 의혹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주인 없는 회사 포스코의 해묵은 '정경유착'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권 회장의 재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이번 매각 의혹에 대해 "지난 채무 인수는 당초 PF 과정에서 제공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매각가격과는 상관없이 지불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