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대우-P&S 합병효과 '미미'…포스코그룹 속내는?
입력 2016.11.14 07:00|수정 2016.11.14 07:00
    [Weekly Invest 兩社 합병후 매출 4조 증가하지만…영업익 증가 거의 없어
    오히려 순차입금 4725억 증가…사업적 시너지도 크지 않아
    재신임 앞둔 권오준 회장 '실적 부풀리기' 란 평가
    나아가 '미얀마 가스전' 매각 초석일 가능성도 제기돼
    • 포스코대우와 포스코피앤에스(포스코P&S)의 합병이 전격 결정됐다. 두 회사의 합병설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포스코그룹은 이를 부인해왔다. 합병을 통해 당장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적다는 평가가 많다. 포스코그룹 권오준 회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갑자기 입장을 선회한 것을 두고 시장과그룹 내부에선 여러 가능성을 제기한다.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이 지난 2010년 포스코그룹에 편입된 이후 포스코P&S와의 합병설은 항상 거론돼왔다. 특히 2014년 권오준 회장이 취임하면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천명한 이후부터는 사업영역이 겹치는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이 크게 점쳐져왔다. 하지만 포스코그룹은 그간 지속적으로 이를 부인해왔다. 그러다 포스코대우는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 선출까지 2개월여 앞둔 지난 4일 합병결정을 공시했다.

      포스코대우가 공시를 통해 밝힌 합병결정의 목적은 '철강유통사업에서의 역량 확대'다. 이번 합병을 통해 "포스코그룹의 철강 유통채널을 일원화하고 해외 네트워크와 국내 판매기반 연결 체제를 구축하여 국내외 철강시장 마켓쉐어(Market Share) 확대를 통한 시장 대응력 확대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포스코P&S 흡수합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양사가 겹치는 영역에서 인력 구조조정 등이 이뤄진다면 어느 정도 재무적으로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포스코대우의 철강영업은 주로 해외 중심이고 P&S는 주로 국내 중심이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크게 시너지가 나는 부분이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흡수합병을 통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게 포스코대우의 입장이다.

      합병을 통한 실질적인 이익증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대우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7조5269억원·영업이익 3688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P&S(포스코AST·포스코TMC 합산)의 실적을 단순 합산할 경우 매출액은 4조원가량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174억원 늘어나는데 그친다.

    • 오히려 순차입금은 합병이후 4725억원 증가하게 된다. 올해 상반기말 연결기준 포스코대우의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 비율은 각각 209.9%·6.0배였다. 합병 이후 해당 지표는 218.5%·6.4배로 악화된다.

      다수의 시장 관계자들은 "결국 권오준 회장이 임기말에 구조조정 개수를 늘리려고 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 회장이 2017년까지 목표로 제시한 계열사와 자산 구조조정 개수는 149건이다. 이중 3분기까지 총 98건을 완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내년 연임을 앞둔 권 회장의 '성과 부풀리기' 작업에 불과할 것이란 평가다.

      나아가 일각에선 '미얀마 가스전' 매각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지난해 5월 포스코 가치경영실 명의의 '대우인터내셔널 자원사업 구조개선 검토'란 제목의 문건이 외부로 유출됐다. 해당 문건엔 3조7000억원 규모 가치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검토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이후 내홍이 심화된 바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흡수합병으로 포스코대우 철강부문을 강화시킨 이후에 자원개발사업을 다시 떼어 내려는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가스전 매각을 통해 본사에 유입될 현금 규모를 2조2000억원으로 분석한 바 있다. 포스코대우는 "가스전 매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대우 한 내부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기존 직원들의 월급이 또다시 동결될 것이란 이야기가 파다하기 때문에 내부 분위기는 부정적인 편"이라며 "당장 P&S와의 화학적 결합이나 이후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잡음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갈등이 수습된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또다시 미얀마 가스전 분리·매각 이야기가 나온다면 또다시 내홍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