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밥캣 IPO이후 '1년 버티기' 작업 본격화
입력 2016.11.15 07:00|수정 2016.11.16 06:25
    3억5000만달러 해외채권 차환발행 추진
    IPO 구주매출 자금 줄며 차입금 상환 당장 실행 어려워
    1년 도래 차입금 1.7兆…리파이낸싱 지속 예상
    밥캣 향후 실적 상승세에 따라 '미래' 대비 여부 결정
    • 밥캣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은 두산인프라코어가  1년간  '시간 벌기' 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향후 밥캣의 주가상승에 따른 구주매출이 뒷받침 될때까지를 대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밥캣의 향후 실적상승세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실적 추이에 따라 두산의 차입금 상환에 대비할 체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달 말 3억5000만달러(한화 약 4084억원) 규모 해외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산업은행이 보증한 해외채권으로 S&P로부터 산은과 같은 AA등급을 받았다. 만기는 3년 논의 중이다. 발행금리는 산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결정된다. 산업은행과 SC은행, BoA메릴린치가 주관사로 나섰다.

      조달 자금은 이달 말 만기 도래하는 해외사채 차환에 쓰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11년 11월 리파이낸싱 목적으로 3억5000만달러 해외채권을 발행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11월 23일 만기 도래하는 해외사채를 차환할 목적으로 이미 리파이낸싱을 하기로 돼 있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 당초 두산인프라코어는 밥캣 IPO로 최대 1조1614억원에 달하는 현금 유입을 기대했다. 회사는 이를 올해와 내년 만기도래 차입금을 갚는데 투입할 예정이었다. 사실상 밥캣 IPO는 두산으로서는 대규모 현금을 일시에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밥캣 공모 결과, 두산인프라코어가 확보할 자금은 3600억원에 불과했다. 이번에 구주매출 하지 못하고 두산 측에 남아있는 지분은 1년간 보호예수가 걸려있어 당장 활용이 어렵다. 이로 인해 해외채 발행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차입금 리파이낸싱을 준비해야 한다.

      1년 내 만기가 다가오는 두산인프라코어 차입금은 1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내년 10월에는 신종자본증권 5억달러에 대한 배당률 스텝업(Step-up)이 예정돼 있어 역시 상환해야 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영업이익은 크지 않은 가운데 과중한 금융비용으로 2017년 이후 차입금은 재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금융시장 접근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단기상환부담 지속으로 유동성 부족 우려도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원래 계획대로 들어오는 자금만 갖고도 내년 차입금 상환 걱정이 없다고 봤지만 지금은 차환이 원활할 지가 관건"이라며 "단기 차입금 대응은 가능할 지 몰라도 장기적 관점에선 재무부담이 여전하다"고 했다.

      내년 구주매출을 감안할 경우. 관건은 밥캣 실적 추이에 따른 현금유입 여부와 밥캣의 주가 오름세 정도다.  두산인프라코어 자체 수익성만으로는 차입금 대응에 나서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밥캣 영업이익 증가는 두산밥캣 지분 가치뿐 아니라 모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재무제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다행히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되면서 밥캣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시절 5년간 5500억달러 공공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다. 밥캣은 이에 직접적 수혜를 받는 업체로 일약 주목을 받게 됐다. 소형건설기계 시장 1위 업체로 매출 60% 가까이가 북미 지역에서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인프라 투자 정책을 언제부터 본격화할 지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 재무구조 개선 계획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밥캣의 상승세가 기대치를 충족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는 당초 IPO를 통해 기대한 수준의 재무유동성 확보와 차입금 상환을 바라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반대로 실적상승세가 그닥 높지 않게 되면 두산으로서는 또 다른 대비책을 강구해야 될 상황에 처한다. 결국 사업적으로 꾸준한 이익을 창출, 차입금을 관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야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잃어버린 신뢰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이후 주가가 오를 호재가 있다는 점은 우호적이나 주식 시장이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자체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빚을 줄여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