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號 3년 포스코 성적표 "실적은 B·관리는 D"
입력 2016.11.17 07:00|수정 2016.11.18 14:14
    '철강 경쟁력·재무구조 개선' 가시적 성과에도 의견 분분
    신성장사업 육성 제자리…기존 非철강업 실적 저하 지속
    임기 내내 계열사간 잡음 지속
    • '위대한 포스코(Posco the Great)'를 천명하며 출범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3년 임기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비(非)공채에, 연구원 출신이라는 그의 아웃사이더적인 배경은 취임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고, 포스코의 체질개선을 이끌 리더로 오히려 제격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3년이 지난 지금. 재계와 자본시장에서 포스코와 권 회장에 대한 시각은 차갑다. '연임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런 저런 움직임이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또 권 회장 본인도 결국 최순실 게이트와 비선실세 코드 맞추기 연루의혹에 휘말리게 됐다.

      더 근본적으로는 권 회장이 재임한 기간 동안 포스코의 경쟁력과 생존능력이 커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지난 2014년 초 포스코 이사회가 권오준 포스코 기술총괄사장을 회장으로 선출할 당시 포스코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었다. 대외적으로 글로벌 철강경기 저하·중국발 철강재 공급과잉이 지속됐다. 대내적으로는 현대제철과의 경쟁 심화·전임 회장 비리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권 회장은 이때 중기 경영목표로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 ▲재무구조 획기적 개선 ▲신성장사업 육성 ▲경영인프라 쇄신이라는 크게 네 가지의 중기경영목표를 제시했다.

      정량적으로만 보면 가시적인 성과가 없지 않다.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에서 권회장의 임기 내내 포스코는 미국 철강전문분석기관 WSD(World Steel Dynamics) 선정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또 글로벌 업체 생산량 기준으로도 상위 순위를 유지했다. 고부가가치강(WP)의 판매비중은 2013년 말 기준 31%에서 2016년3분기 말 기준 48%을 기록하는 등 증가세다. 아울러 최근 고강도 자동차강판(AHSS) 솔루션 마케팅과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고,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내진용 강재에 대한 독자적 솔루션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표면상 성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올해 WSD 평가의 경우 포스코특수강(현 세아창원특수강) 매각 등 기업구조개편에 관한 내용과 파이넥스 기술에 대한 부분이 높은 점수를 받게 한 요인이다. 하지만 정작 하지만 포스코특수강 매각을 놓고는 시장에서는 부정적 평가 일색이다. 지분매각을 통해 6000억원대 현금이 유입됐지만, '철강 경쟁력 강화'와는 무관하며 장기적으론 미래 먹거리를 잃게 된 점이 주된 이유다. 아쉽게도 포스코특수강은 세아그룹에 매각되기 직전 2분기 동안 연속해서 적자를 기록했으나 세아그룹 편입 후 단 1분기 만에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파이넥스 기술에 대한 시장 평가는 더욱 냉정하다.

      파이넥스 기술개발까지 총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됐지만 투자회수는 여전히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 내부에서 유출된 문건에 따르면 "파이넥스는 포항제철소 경쟁력을 떨어뜨린 주요인"으로 내부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권 회장이 기술연구소 출신이기 때문에 해당 투자의 실패를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봐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비(非)철강 사업 확대에 열을 올렸던 정준양 전임 회장 시기에도 WSD 순위는 1위가 유지됐다"는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재무구조 개선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없지 않다.

      권 회장은 취임 직후 "기업공개(IPO)·자산매각, 장기투자자 유치, 투자비 감축 등을 통해 2016년까지 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 3.0배를 달성 할 것"이란 목표를 내놨다. 이후 권 회장의 임기 동안, 사우디국부펀드(PIF)를 포스코건설 투자자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일부 자산과 계열사 매각 등도 이뤄졌다. 포스코의 연결기준 총차입금과 부채비율은 2013년말 26조3001억원·84.3%에서 2016년3분기 기준 21조7612억원·70.4%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의 구조개선 방식의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즉 자산을 팔아서 현금은 유입됐지만 단지 그에 그칠 뿐이라는 의미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매년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주로 우량기업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의 재무구조 개선이기 때문에 한계점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포스코가 당초 밝힌 '국제 신인도 A급 회복'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포스코의 신인도가 Baa2(무디스)에 머물러 있는 동안 현대제철이 최근 같은 등급으로 올라섰다.

      결국 신성장사업 육성과 경영인프라 쇄신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신성장사업으로 파이넥스 기술 수출와 함께 리튬 등 이차전지 소재개발 등 사업을 육성해왔다. 일례로 포스코켐텍은 음극재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영업익은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권 회장이 취임 초 제시한 리튬·니켈 등 메가성장엔진 육성의 경우 공장을 착공했다는 말 외엔 들리는 이야기가 없다"며 "'크게 손실만 내지 말자', '실적 안 내도 그만'이라는 게 그룹 내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와중에 철강을 제외한 기존 자회사의 사업들은 지속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포스코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동안, 주력 계열사인 포스코대우·포스코건설·포스코에너지의 실적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포스코대우는 미얀마가스전을 제외할 경우 기존 상사 등 사업에서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포스코P&S 철강사업부와 합병을 선언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시장 기대감도 크지 않다. 실질적 이익기여가 크지 않고, 사업적으로도 이렇다 할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권오준 회장이 추진하는 계열사 구조조정 개수를 늘리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포스코건설도 올 2분기부터 2분기 내내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계열 발주물량이 줄어들면서 매출 감소폭이 매년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6월에는 시공사로 참여한 송도 사옥 건물의 3600억원대 채무를 인수해놓고, 이로서 확보한 건물 소유권을 3000억원에 매각, '헐값 매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역시 '권 회장 실적 올리기' 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포스코에너지는 연료전지사업부에서 매년 수백억원대 손실을 기록 중이다. 윤동준 사장이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해당 사업부의 매각설이 불거질 정도다. 삼척 화력발전소 건립도 지금까지 수년간 난항이다. 미래 신규 먹거리의 일종으로 추진됐지만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다. 또 무사히 완공이 된다고 하더라도 민자발전 경쟁강도 심화로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결국 포스코가 '철강 본원 경쟁력'을 강조하고, 본사 재무구조 개선에 신경 쓰는 동안 사실상 기존 주력 계열사들은 사실상 소외되고 있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그룹 내부에선 "포스코를 제외한 계열사들은 사실상 포스코 본사 구조조정 성과를 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 같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권 회장 임기 동안 거의 빠짐없이 계열사 사장들의 항명사태나 임원 문건유출 사태 등이 끊이지 않았고, 최근에도 정치권과 관계한 비위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며 "결국 지난 3년간 권 회장이 제시한 경영인프라 쇄신은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