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 中 정부 의중에 따라 판가름?
입력 2017.01.03 07:00|수정 2017.01.04 09:33
    시너지 있는 중 업체 인수가 현실적이지만 한중갈등자본유출 규제 우려
    中 정부-후보 사전 교감 가능성도…“中 글로벌 타이어사 육성 의지 크다”
    채권단 만족시키고 박삼구 회장 따돌릴 가격 산정 및 강성 노조가 문제
    • 금호타이어 인수전의 향방은 중국 정부의 의중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중관계 악화와 중국 자본유출 규제 우려가 있지만 중국 정부가 글로벌 타이어사 육성에 관심이 높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중국 후보들이 진지하게 인수전을 준비하는 데는 정부와의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인수후보들은 최근 예비실사를 마무리 짓고 본입찰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12일 본입찰이 진행된다.

      채권단은 중국 더블스타와 링롱타이어, 지프로, 상하이 에어로스페이스 인더스트리 코퍼레이션(SAIC), 인도 아폴로타이어 등 5곳 본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 모두 이탈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인수후보들도 자문사단을 선정하고 연합 전선을 구성하는 등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지프로는 신영증권과 함께 인수전을 준비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인수전 초기부터 자문과 자금 조달에서 적극적으로 공조해왔다. SAIC의 파트너로는 자동차 부품사 이래CS가 거론된다. 금호타이어에 관심은 있지만 가격에 부담을 느끼던 업체다. 한-중 업체가 손을 잡으면 인수 부담은 덜고 두 나라간 민감한 이슈엔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더블스타는 국내와 중국 내 대응을 위해 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와 접촉했고, 링롱타이어와 아폴로타이어 역시 외국계 IB를 선정해 인수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수후보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의 대내외 대응 방안까지 미리 준비하는 등 의지가 강하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글로벌 수위권 업체가 불참하며 김이 빠졌지만 애초부터 실질 후보로 보기는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꽌시(關係)를 통해 전체 생산능력 40%에 이르는 중국 공장의 가동률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중국 업체들이 가장 현실성 있는 후보라는 평가다.

      문제는 냉랭해진 한중관계와 중국의 자본유출 규제다. 중국 후보들의 자금 조달력에 대해선 별다른 의문이 없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한국 쪽으로의 송금을, 그것도 한국 국책은행의 고민을 해소할 만큼의 규모를 허락할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어있다.

      이에 대해 한 중국 인수후보 측 관계자는 “중국 후보들이 지금까지 남아 열심히 실사에 임했다는 것은 이미 정부와 교감이 이뤄졌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이번 거래는 한중 갈등과 무관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중국 인수후보 관계자 역시 “그간 국내 M&A에서 중국 자본은 허수인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라며 “중국이 금호타이어 자체 가치보다는 글로벌 타이어사 육성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에 중국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손을 들어주는 곳이 승자가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글로벌 14위권의 금호타이어를 링롱타이어(20위)나 더블스타(34위)가 인수할 경우 모두 10위권 진입을 꾀할 수 있게 된다. 지프로의 본사는 금호타이어 중국 공장 중 한 곳이 있는 난징이다. SAIC는 중국 국유기업 항천과학기술그룹(CASC)이라는 든든한 모회사가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부정한 목적의 자본 해외 유출이 아닌 금호타이어 인수와 같은 정당한 투자 건에 대해선 중국 정부의 규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문제는 가격과 노조다. 예비입찰 후 높아진 채권단의 기대를 만족시키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우선매수권을 무력화시킬 정도의 금액을 써내야 한다. 일부 인수후보는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시장 전망처럼 1조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100% 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 문화와 금호타이어의 강성노조가 원만히 융합할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