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바디샵 인수추진, FI와 공동인수 필요성 제기
입력 2017.04.14 07:00|수정 2017.04.14 07:00
    조단위 규모 거론…여력 및 재무상황 상 FI 유치 가능성도
    성장 목표 위해 대형 M&A 불가피…IMM·스틱과 연합하기도
    FI로선 대형 글로벌 거래 실적 쌓고 안정적 회수도 기대
    FI는 양날의 검…”결국 가격 문제, 실사 후 방향 정해질 듯”
    • CJ그룹의 더바디샵(The Body Shop) 인수 추진에 CJ대한통운 M&A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자금조달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차원의 가용 재원이나 차입 가능성을 감안하면 단독 인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CJ그룹은 기업가치 개선을 자신한다면 재무상황을 유지한 채 FI 자금을 싸게 쓸 수 있다. FI로서도 대기업과 함께 해 관리부담을 덜면서도 안정적인 투자회수를 보장받을 수 있어 관심을 보이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지난 7일 더바디샵 매각자 측에 넌바인딩(non-binding) 입찰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베인캐피탈과 CVC캐피탈파트너스, BC파트너스, 칼라일그룹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도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르면 이번 주에 다음 입찰을 위한 숏리스트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 CJ그룹은 자문사단도 꾸리고 있다. 도이치증권을 재무자문사로 정했다. 다른 글로벌 IB들이 이미 바디샵 주요 인수후보 자문을 서고 있는터라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는 평가다. 실사법인은 삼일PwC와 삼정KPMG의 제안을 놓고 고심 중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은 글로벌 거래 특성상 외국계를 선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바디샵은 1976년 설립된 영국 화장품 브랜드로 향수, 스킨케어, 메이크업 제품 등을 판매·제조한다.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 로레알(L'Oreal)이 2006년 6억5200만파운드(약 9100억원)에 인수했다. 로레알은 더바디샵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지난 2월 다시 매물로 내놨다. 매각가로 최대 10억유로(약 1조2000억원)를 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CJ그룹은 2012년 2조원에 달한 CJ대한통운 M&A 후 코웨이, APL로지스틱스 등 조단위 거래에도 관심을 보여 왔다. 그러나 주요 계열사의 현금성자산만으로는 대형 거래에 나서기에 넉넉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차입금 조달능력은 있지만 재무상황 악화나 신용등급 하향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대규모 M&A 재원을 마련할 기회로 여겨졌던 CJ헬로비전 매각도 무산됐다.

    • 다른 방책으로 CJ그룹이 FI와의 연합을 꾀하면 CJ그룹이 후순위를 맡고 FI가 메자닌 등 중순위를 부담하는 형태가 점쳐진다.

      CJ그룹 사정에 밝은 IB 관계자는 “더바디샵 인수는 최근 CJ그룹이 해본 자금모집 중 가장 큰 규모가 될 수 있다”며 “그룹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FI와 함께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최근 주요 글로벌 M&A에서 PEF와 손을 잡아 왔다.

      4550억원 규모 중국 룽칭물류 M&A 과정에서 CJ그룹은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프로젝트펀드를 통해 700억원을 조달했다. CJ그룹과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코퍼레이트파트너십펀드(코파펀드) 자금도 활용됐다. 2014년 3월 최대 1조원 규모로 등록된 CJ그룹 코파펀드의 투자기한은 채 1년이 남지 않았다.

      터키 마르스엔터테인먼트 인수자금 약 8000억원 중 1000억원은 IMM PE의 블라인드펀드가 부담했다. 단 이 때는 자사 부담분의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조달했던 CJ CGV는 신용등급 하락을 피하진 못했다. IMM PE가 더바디샵 거래에도 함께하게 된다면 프로젝트펀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블라인드펀드로 마르스를 포함해 레진엔터테인먼트, 인트론바이오, 우리은행 등 넌바이아웃 거래만 진행한 터라 올해는 경영권 인수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대형 운용사들도 CJ의 제안이 온다면 더바디샵 인수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CJ그룹이 숏리스트에 선정되면 본격적인 FI 물색에 나설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다만 가치산정이라는 걸림돌은 남아있다. 너무 비싸게 산다면 소수지분에 경영권만큼의 프리미엄을 얹어 투자하는 꼴인 FI로서도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해외 잠재 인수후보들은 6억~8억유로(약 7300억~1조원)를 적정가격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더바디샵이 크게 망가진 것은 아니나 글로벌 기업인 로레알도 쉽게 키워내지 못했던 어려운 자산”이라며 “CJ그룹이 핵심 사업거점이 유럽에 있는 더바디샵을 인수해 얼마나 잘 경영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지에 대한 판단이 먼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