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도 '골든타임' 놓치고 있다
입력 2017.04.28 07:00|수정 2017.04.28 10:14
    [Invest Column]
    • 중소형 조선사 구조조정 문제는 10년째 이어져 온, 해묵은 얘기다. 정부는 2010년 자율협약 체제에 들어간 성동조선해양에 2조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인적·물적 구조조정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시장에서 제안하는 STX조선해양과의 합병안 등은 지속적으로 묵인돼왔다. 이 때문에 업계를 막론하고 성동조선의 구조조정이 불필요하게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돼왔다.

      성동조선의 위기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책은 여전히 미봉책에 가깝다. 성동조선의 일감이 바닥날 위기에 놓이자 채권단은 또 한번의 '다운사이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채권단은 성동조선의 건조능력(15~20척)과 인력(1460명)에 대한 추가 감축을 검토 중이다. 그러면서 다음 수주 물량이 나올 때까지 경영협력 협약을 맺은 삼성중공업의 블록 일감을 맡아 버텨나가는 그림을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업계에 오래 몸담은 관계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지금 상황에서 생산 감축은 경쟁력 강화와는 동떨어진, 임시방편에 그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선가가 바닥이기 때문에) 업황이 좋아져 수주가 늘어난다 해도 선가가 한동안은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의 방안대로 (성동조선이) 자체적으로 계속 버티기만 한다면 설령 수주가 재개된다 해도 체력이 받쳐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수주량이 아닌 수주잔량임을 강조했다.

      중소형 조선업계는 성동조선 구조조정이 큰 틀에서 다뤄지지 못하는 점을 크게 아쉬워한다. 온 관심이 대우조선해양에만 쏠린 영향이 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래도 과거엔 정부가 중소형사들을 대형사 밑에 어떻게 붙일까 또는 살릴까에 대해 고민을 해왔지만 지금은 대우조선 늪에 빠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시장에선 2014~2015년에 거론된 성동조선과 STX조선해양의 합병 기대감을 조심스레 내비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STX조선해양)과 수출입은행이(성동조선)이 협의해 두 회사를 합병하고 그 위로 홀딩스를 세우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라며 "중소형 조선사끼리 합병하게 되면, 아직도 만연한 제살 깎아먹기식의 적자 수주를 피하며 수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채권단 입장에선 두 조선사의 수주 경쟁력을 개선해 관리 부담을 덜고 동시에 매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안이다.

      중소형 조선업계도 추후 다시 독립하더라도 우선 합칠 곳들은 합치자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대형 조선 3사를 제외하곤 적자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수주를 하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적자가 발생할 선박에 관해선 정부가 선수금환급보증(RG)을 거부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일감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산은과 수은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 하에 있어 수은이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 그런데 수은의 구조조정 경험이 사실상 없어 합병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채권단의 움직임이 또다시 미온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시장에선 성동조선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또 한번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권 때 구조조정을 했어야 할 회사들이 지금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라며 "이번에도 (대우조선해양 사례에서 보듯이) 중소형 조선소에 산소 호흡기를 대면서 다음 정권에서 해결해주길 기다리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한조선이 법정관리를 졸업하거나 SPP조선이 폐업 수순을 밟는 등 중소형 조선업계 내에서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그럼에도 각각의 조선소 원가 경쟁력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업황 탓이 가장 크긴 했다. 조선업황이 회복기에 접어들지 못하면서 중소형사들은 현재 손익분기점(BEP)만 맞춘다는 전략으로 수주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업황 문제는 모두가 마주한 벽이기도 하다. 이를 돌파하고자 중국은 여전히 막대한 자금으로 조선사들의 연구·개발(R&D)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공동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관련 업계가 머리를 맞댔다. 한국만 조선사들이 '개별 플레이'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 중소형 조선사들이 생존에만 집중한 사이 중국과 일본 업체들에 1·2위를 자리를 내주고 있다.